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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첫 번째 이야기 - 피카소가 마티스의 작품을 표절했다면 두 번째 이야기 - 낙서쟁이 바스키아 재물손괴죄? 경범죄? 세 번째 이야기 - 올드파 위스키 상표가 된 초상화, 초상권 침해인가, 퍼블리시티권 침해인가 네 번째 이야기 - 자신의 자른 귀를 웨이트리스에게 준 고흐, 어떤 죄가 성립하나 다섯 번째 이야기 - 고야의 마하는 실제로 옷을 벗었을까 여섯 번째 이야기 - 피카소 작품, 상속세 얼마나 낼까 일곱 번째 이야기 -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과 상표권 여덟 번째 이야기 - 외설 시비 누드화, 음란성의 법적 기준은 무엇인가 아홉 번째 이야기 - 정의의 여신상과 상징주의 사조에 관한 짧은 단상 열 번째 이야기 - 조형물을 고철 폐기물로 판 청소부, 얼마나 배상할까 열한 번째 이야기 - 흑인 성모마리아 그림 철거를 둘러싼 박물관과 정부의 싸움 열두 번째 이야기 - 브뢰겔의 시골 변호사와 국제변호사 열세 번째 이야기 - 카미유 클로델을 죽인 것은 법인가, 눈먼 사랑인가 열네 번째 이야기 - 최후의 심판과 무죄추정의 원칙 열다섯 번째 이야기 - 사실주의와 법실증주의 열여섯 번째 이야기 - 막시밀리안의 처형과 법치주의 열일곱 번째 이야기 - 탈이데올로기와 추상표현주의 그리고 국가보안법 열여덟 번째 이야기 - 태극기를 찢었다고 국기 모독죄라구요? 열아홉 번째 이야기 - 고려청자로 잘못 알고 산 도자기, 계약 취소가 될까 스무 번째 이야기 - 잘못된 감정으로 인한 손해, 배상받을 수 있을까 스물한 번째 이야기 - 집 마당에서 발견된 유물 누구의 것인가? 스물두 번째 이야기 - 재소자들의 전시회, 호적의 빨간 줄이라뇨? 스물세 번째 이야기 - 나혜석과 이혼 이야기 스물네 번째 이야기 - 이중섭과 국제결혼 이야기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 김기창과 장애인 이야기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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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는 알제리를 방문하여 원주민의 야성적인 육체미와 그들의 미술에 깊은 영감을 얻어 <블루누드>(1906년)를 발표하였다.
몸과 근육의 형태를 파괴하고 강한 파란색 톤을 사용하여 여인의 육감적인 몸을 강조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듬해인 1907년 피카소는 그 유명한 <아비뇽의 처녀들>을 발표하였다. 이 역시 여인의 몸의 윤곽과 근육을 왜곡시키고 파란색 톤의 배경을 사용하였다. (중략) 만약 마티스가 피카소를 상대로 <아비뇽의 처녀들>은 자신의 <블루 누드>를 표절한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한다면 법원은 어떤 판결을 하였을까? 첫째, 피카소가 의식적이든 또는 무의식적이든 마티스의 작품에 의거한 점을 입증해야 하고 둘째, 두 작품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피카소는 마티스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가? --- ‘피카소가 마티스의 작품을 표절했다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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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루벤스와 위스키의 대표 브랜드 올드파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올드파 위스키의 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음씨 좋게 생긴 할아버지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토마스 파(1438~1589)라는 사람이라고 전해진다. (중략) 루벤스는 왕실의 명을 받아 토마스 파의 초상화를 그렸고, 올드파 위스키 회사는 이를 상표로 사용하였다. 물론 초상화가 그려진 시점과 상표로 사용된 시점 사이에는 오랜 시간적 간격이 있기 때문에 법률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일이 오늘날 동시에 발생했다면 어떠한 법률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법적으로 영국 왕실은 초상화의 소유권자이며, 루벤스는 저작자이다. 그리고 토마스 파는 초상권자이다.
--- ‘올드파 위스키 상표가 된 초상화, 초상권 침해인가, 퍼블리시티권 침해인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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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는 자신의 자른 귀를 가끔 다니던 술집의 웨이트리스 라셸에게 주었다고 한다. 선물인 줄 알고 포장을 풀었는데 유혈이 낭자한 사람의 귀가 나왔을 때 이를 본 여자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분명 혐오감이 들었을 것이다.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불안감을 주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형법상 처벌규정이 없다. 그러나 만약 라셸이 그 귀를 받고서 두려움이나 불쾌감으로 인해 불면증이나 소화불량 등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받았다면 형법상 상해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형법상 처벌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한편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24호에 의해서는 처벌이 가능하다. 이 법은 불안감 조성행위에 대하여 1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의 벌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자신의 자른 귀를 웨이트리스에게 준 고흐, 어떤 죄가 성립하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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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술대학의 교수가 고철을 이용한 조형작품을 제작하여 작품의뢰인에게 인도하기 전까지 교내 운동장 공터에 임시로 설치해두었다. 그런데 학교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이 이를 쓰레기로 오인하고 수거하여 폐기물 처리장에 방치했다가 마침 지나가던 고물상에게 고철로 팔아서 술을 사먹은 사건이 국내의 지방대학에서 발생한 적이 있다. (중략) 그런데 재물손괴죄는 고의가 있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 따라서 작품을 쓰레기로 오인한 청소부의 과실에 기초한 손괴는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절도죄가 성립될 가능성은 있다. 왜냐하면 절도죄는 미술 작품이라는 인식이 없어도 고철이라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만 있으면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철을 팔아서 자신이 사용한 사실은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 ‘조형물을 고철 폐기물로 판 청소부, 얼마나 배상할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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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미술, 미술 작품들
법학자는 그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자신의 귀를 잘라 술집의 웨이트리스에게 준 고흐의 행위는 형법에 저촉될까? 고려청자라고 알고 산 도자기가 알고 보니 가짜였다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까? 카미유 클로델을 죽인 것은 법일까, 눈먼 사랑일까? 외설 시비 누드화, 음란성의 법적 기준은 무엇인가? 이 책 《별난 법학자의 그림 이야기》에서는, 유명화가 또는 명화를 둘러싸고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법률문제를 검토한다. 마티스의 <블루누드>와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라는 두 작품은 아주 유사한 화풍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피카소가 마티스의 작품을 표절했을 경우’ 어떤 법률적 해석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는 마티스와 피카소의 예술 세계를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창작’과 ‘표절’ 에 관한 법적 기준,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저자가 제기하는 미술 작품을 둘러싼 법률 문제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미술 작품도 감상하게 되고 법률 상식도 넓힐 수 있다. 그야말로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독서 취향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소수 법학자들을 중심으로 ‘법과 예술’ - 구체적으로 문학, 영화, 미술작품을 텍스트로 한 법과의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말대로 법학자의 시각에서 미술작품을 바라보고, 그 속에 나타난 법의 상징성 또는 법적 감정과 해석 등을 서술한 미술 속의 법 이야기이다. 국가 보안법과 국기 모독죄까지 법학박사이자 교수인 저자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를 넘어 현 참여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미술가들을 고뇌하게 한 흔적도 더듬어보았다. 정권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폭로전을 열고 있는 전시회장을 경찰이 습격한 사건도 있었고, 대형 걸개 그림을 탈취한 사건도 있었다. 현재에도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표현한 그림에 대하여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령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음란성에 대한 판단 기준과 마찬가지로 이적성의 판단 기준 역시 매우 불분명하고 추상적이다. 그러다면 우리나라 예술가에게 허락된 창조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저자는 법학자의 입장에서 나름대로의 대답을 내놓고 있다. 반면 현행 형법에는 국기모독죄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지난 월드컵 때, 혹은 국가 대항의 운동 경기에서 태극기를 입거나 찢거나 해서 응원전을 펼치는 젊은이들의 경우는 어떻게 볼 것인가? 별난 법학자의 호기심과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한 법학자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는 이야기 때로 저자는 우리 사회와 예술 행정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령 운보의 예술세계를 논하면서 ‘변론능력’과 관련한 장애인의 특별 배려를, 장애인을 위한 일회성 반짝 행사를 탐탁치 않게 여긴다. 오히려 장애인을 충분 배려하는 정책결정자의 세심한 행정 마인드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요구한다. 또 재소자의 전과기록과 관련해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호적의 빨간 줄’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킨다. 이처럼 여성과 장애자 등 힘없는 약자의 권리와 재소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주목하고 있는 법학자의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음란성 판단 기준에 대한 사실적 기준 등 케케묵은 법률적 이론을 비판하고 좀더 열린 마음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등 현실과 법에 대한 저자의 충고가 오히려 달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