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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글
자연은 살아 있고 어떻게든 살아낸다 여는 글 내가 자연농을 시작한 이유 1막 봄, 시작 이랑 만들기는 세계를 창조하는 일 텃밭을 알아가는 시간 마침내 나도 바람개비 주인 텃밭 사진 일기 _ 봄 편 2막 초여름과 여름 사이 내가 가꾼 채소를 천천히 맛본다 나만의 계절 맛을 찾고 있다 작은 그릇 안의 우주 씨앗 심을 만한 자리, 더 없을까? 텃밭 사진 일기 _ 초여름~여름 편 3막 계절의 갈림길에서 땅은 언제나 필요한 만큼 내준다 ‘필요’가 이끄는 기쁜 노동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벌레와 세균, 우리 모두 애쓰고 있다 원 없이 심고 원 없이 후회하기 텃밭 사진 일기 _ 계절의 갈림길 편 4막 가을 수확 목표는 언제나 먹을 만큼만 가꾼 작물을 아이들에게 보내다 서리 내린 텃밭을 둘러보며 관심을 두고 꾸준히 알아가고 싶은 것 텃밭 사진 일기 _ 가을 편 5막 움츠리지 않는 겨울 강한 생명력은 계속된다 추우면 추운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텃밭 생활로 바뀐 음식과 나의 관계 씨앗 정리 추운 겨울의 완벽한 맛 텃밭을 정비하는 2월 텃밭 사진 일기 _ 겨울 편 6막 다시, 봄을 기다리며 먹을 게 없다 새로운 이랑을 세우다 성큼 다가온 봄 키우고 싶은 꽃과 채소를 택하는 일 설렘과 권태 사이에서 3월 하순, 꽃봉오리가 봉긋 텃밭 사진 일기 _ 다시, 봄 편 마치는 글 한 해가 지나고 대망의 4월 2일 |
Natsuo Giniro,ぎんいろ なつを,銀色 夏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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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혼자인 삶으로 돌아간다. 일도 결혼도 아이들 뒷바라지도 끝났고, 이제 인간으로 태어나 해야 할 도리는 거의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가 진짜 자유로운 인생 시작이다. 지금까지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않았던 내가 자기가 나고 자란 집에 뿌리를 내린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까와 같은 고독이나 외로움을 느끼며 살고 싶지는 않은데. 내게 만족감을 줬던 일과 자식 농사를 내려놓더라도 내 생명 자체만으로 충만감을 얻고 싶다. 나를 외롭지 않게 하는 그 무언가,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 일생의 무언가를 찾고 싶다.
--- 「여는 글」 중에서 한데 모은 새싹의 촘촘한 뿌리마다 흙이 잔뜩 묻어 있다. 그릇에 옮겨가며 헹구기를 여러 번, 겨우 깨끗해진 싹을 크기가 작은 그릇에 담아 혼자 먹을 양의 새싹 샐러드를 만든다. 소금, 후추와 아마씨오일을 뿌린 뒤 푹 퍼서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씹는다. 실로 귀한 음식을 맛보는 기분이다. 순수한 생명 그 자체의 맛이라고나 할까! --- p.32 채소와 나는 같은 밭에서 함께 자라난다. 원하는 씨앗을 심고 매일 그 성장을 지켜보며 열심히 가꾸는 동안 나 또한 같은 공기를 맡고 같은 태양을 쬔다. 시간이 흘러 씨앗이 열매 맺고 무르익으면 제철이 오고 나는 수확한다. 그 채소를 먹는다는 건 필연적인 일이다. 누군가가 기른 채소 안에는 그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인지 알 방법은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채소 키우는 일에 더 흥미가 간다. 더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 p.78 2밀리미터 정도로 아주 작은 개미는 발에 밟혀도 땅 틈으로 들어가 으스러지지 않는다. 더 작은 생물일수록 건재하다. 그러니 세균도 으스러질 일이 없다. 결국 내 눈은 인간의 눈에 들어오기 딱 맞는 크기의 생물만을 인식한다. 지나치게 작은 세균도, 지나치게 광활한 우주도 우리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규모가 너무 다른 것들은 내 삶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규모 차이가 아무리 커도 ‘공존’은 할 수 있다. 인간과 몸속 세균이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 p.121 모든 일이 세상을 대하는 자기 방식에 감응해 되돌아온다. 내가 베푼 것에 반응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답을 준다. 편지를 보내면 답장이 오는 것처럼. 마음에 정성을 가득 품으면 그것들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 p.185 난로 앞 둥근 나무 테이블에 앉아서 아침밥을 먹다가 생각했다. ‘저 창문 너머로 우리 밭이 있구나.’ 창문 밖 길 건너편 밭에서 자라고 있는 나의 작은 채소들… 그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니 뿌리가 땅 위로 퍼지고 또 그 땅이 이 자리까지 이어져 마침내 나에게 닿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기에 채소가 있다. 크기는 작아도 먹을 것이 있다. 먹을 만한 부분을 골라 모으면 요리도 할 수 있다. 살아 숨 쉬는 나만의 식량 창고. 거기서 오는 신기함, 고마움, 재미, 평온함, 안도감이 있다. --- p.212 무언가를 특별하게 키운다는 건 소중한 하나를 선택해 살리고 다른 하나는 포기하는 일이다. 키우고 싶은 꽃과 채소를 골라 살리고 원치 않는 잡초는 죽여야만 한다. 소중히 키우던 풀꽃이 너무 많아져서 중간에 뽑아야 했던 것처럼. 같은 생명인데 내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나 다르다. --- p.2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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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의 작가가 혼자인 삶에서 찾은 뜻밖의 풍요
시인 긴이로 나쓰오의 밭이 있는 생활 새롭게 발견하고 새롭게 실패하는 시간 “새로운 실패를 경험한다는 건 새로운 성공 가능성을 얻었다는 말과도 같다.” 긴이로 나쓰오 작가는 1년 동안의 텃밭 생활이 무척 즐거웠다고 말한다. 애초에 채소를 키우는 데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 아님에도 그것들을 직접 가꾸고 기르면서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자연과 사물을 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령 건강하고 싱싱한 채소에 벌레가 함부로 다가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그 과정이 마치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 나쁜 기운이 덮치는 상황과 닮아서 숙연해진다. 밭에 씨를 뿌리거나 촘촘히 자란 싹을 솎아낼 때 작디작은 개미 한 마리가 먹이를 이고 이동하면 ‘모두가 일하는 날이구나’ 생각하며 ‘공존’의 의미를 되새긴다. 물론 새로운 발견 뒤로 다양한 실패도 있다. 하지만 이 시인은 그 실패에 ‘새로운’이라는 수식을 붙여 ‘새로운 실패’라는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씨앗을 뿌렸지만 싹이 나지 않았거나 자라지 않은 채소는 이듬해에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한다. 완벽을 목표로 하지 않고 무리하지도 않았는데 잘 자란 채소들은 기꺼이 받아들이며 감사한다. 새로운 발견과 새로운 실패가 교차할 때마다 시인은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다. 되도록 내가 키운 채소 위주로 먹자는 결심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이 밭에서 자라고 있다니 마법 같은 일이다.” 자연농으로 6평 밭에서 키운 시인의 채소는 대체로 작고 모양도 고르지 않다. 그런데도 볼수록 사랑스럽다. 저마다 깊고 확실한 맛을 내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마치 남의 자식과 내 자식이 다른 것처럼, 내가 키우는 우리 집 개나 고양이가 유난히 예뻐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시인은 밭에서 자라는 다양한 작물들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리고 이내 손수 키운 제철 채소 위주로만 식사를 해결하자는 결심에 이른다. 그 결심 이후 시인의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온다. ‘오늘 뭘 먹을까?’가 아니라 ‘지금 뭘 먹을 수 있을까?’ 밭을 보고 결정해야 하는 나날이 시작되면서 의외의 자유를 경험한다.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는 편한 삶, 땅이 언제나 자신의 필요를 채워준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밭과 시인은 그렇게 보폭을 맞춰 이인삼각으로 나아간다. 땅을 일구는 사람은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되고 밭에 부담을 줄 필요도 없다. 자연과 인간은 그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시인은 이제 밭도 채소도 늘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확신한다. 천천히, 자분자분 밭과 작물을 대할수록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든 순간을 제대로 보고 누릴 수 있음을 안다. 창문 너머에 있는 작은 우주 “평온한 마음으로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갈림길을 통과하며 미묘하게 변화할 때마다 시인은 자연의 일을 생각한다. 이내 우리 인간의 눈은 거대한 우주를 절대 눈에 담을 수 없을 거라고, 그래서 그 커다란 존재를 생각할수록 마음이 한없이 겸허해진다고 고백한다. 밭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겪은 일, 인간관계, 인생을 두루 생각하는 시인의 독백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 시인 편을 관람하는 듯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인만의 작은 우주는 이 책 어디에서든 목격된다. 그날그날 수확한 작고 여린 작물들, 그것들로 만든 소박한 요리가 담긴 작은 그릇 안에도 그만의 우주가 있다. ‘창문 너머 밭에서 자라는 작은 채소들이 뿌리를 내리면 그것들이 땅속을 지나 내게로 이어진다’는 작가의 말은 관용적 표현이 아니다. 글과 사진이 어우러진 일기 같은 시인의 글을 읽다 보면 누구나 ‘나만의 작은 우주’를 꿈꾸게 된다. 더불어 평범하면서도 나다운 삶을 찾아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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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우주의 신비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것도 아주 빠르게 알아내고 싶다면 텃밭을 가꾸면 된다. ‘자연은 살아 있고 어떻게든 살아낸다’는 근본적인 세상 이치를 알려주기에 언제나 우리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긴이로 나쓰오 씨는 이 책에서 ‘했다’ ‘다짐했다’ ‘해봤다’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마음먹었다’를 무한 반복한다. 경험하고 관찰하고 결심하고 다짐한다. 그녀의 호기심은 끝이 없고 꾸준히 알아가고 싶은 존재를 마음속에 품고 있다. 그런 현재의 삶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 아니겠냐고 우리에게 되묻는다. (…) 긴이로 나쓰오 씨의 말을 곱씹어본다. ‘평온한 마음으로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작은 텃밭을 소유하고 있는 나 역시도 내 텃밭에서 늘 그런 마음을 배운다. - 노석미 (일러스트레이터,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