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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영혼의 변화를 위한 철학
『장자』'내편' 분석
로버트 앨린슨 저 / 김경희 역
그린비 200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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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top10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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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로버트 네빌의 서문
저자 서문

서론

1. 새들의 움음소리
2. 신화와 괴물 : 은유의 기술
3. 신화의 내용
4. 은유로서의 괴물
5. 은류로서의 아름다운 것 : 변신의 상징
6. 나비 꿈 : 나비 꿈 이야기를 구성하는 단편들의 재배열
7. 나비 꿈 : 나비 꿈 이야기의 재배치
8. 상대주의의 문제
9. 상대주의적 논제의 기원
10. 자기 변화의 역설
11. 맹손의 사례
12. 꽥꽥거린 거위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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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로버트 앨린슨
홍콩 중원대학의 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중국적 정신의 이해: 철학적 뿌리들』의 편집자이기도 하다.
역자 : 김경희
이화여자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카톨릭대하교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석사논문으로는 '왕용계의 마음의 철학'을 썼고, '장자'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1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650g | 153*224*30mm
ISBN13
9788976829412

출판사 리뷰

신비주의를 걷어내고 ‘변화’의 철학을 말하다

국내의 「장자」 해석은 서구의 해석보다는 다양한 편이지만, 역시 ?장자?의 신비한 매력에 이끌려 문학서적이나 자기수양서로 활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철학서로 보는 경우에도 반유학적인 사유나 철학간의 단순 비교를 위해 부분적으로 활용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장자의 철학을 하나의 나무처럼 완정하게 체계화시켜 철학적인 결론을 내렸다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이 책은 서구의 사유를 바탕으로 한 것이면서도 동양의 학자들에게 자극을 주는 요소가 많다. 한문 원전을 바로 독해할 수 있다고 해서 텍스트를 현실에 더 잘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니체 등의 철학뿐만 아니라 비교종교학과 심리학의 방법까지 동원하여 자신의 논리를 구성한 것은, 다양한 해석의 원리를 통해 현실의 독자와 대화할 수 있는 방법적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은 ?장자?라는 텍스트를 현실 속에서 다양한 담론의 장으로 끌어내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며, 동양과 서양의 학문과 사유가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을 극복하고 어떤 식으로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전범이 될 것이다.

주제를 향한 치밀한 논증

이 책은 ‘자기 변화’의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 치밀한 논증 과정을 거친다. 먼저 ?장자?의 다양한 표현기법과 우화들을 풍부하게 검토하고 이러한 형식적 요소가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분석한다. 또한 ‘꿈 이야기’의 판본을 변형하여 꿈의 유비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깨달음’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이와 아울러 서구 학자들의 「장자」 연구가 상대주의로 향하고 있음을 비판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비대칭적 상대주의를 제안하여 근거로 사용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자?의 주제는 선명히 드러난다.

내적 형식에 대한 분석
저자는 ?장자?의 내적 형식이 독자의 ‘자기 변화’를 목표로 긴밀히 짜여 있다고 밝힌다. 이를 위해 그는 문학적·회화적 형식의 여러 요소를 풍부하게 분석하면서 이 형식과 관계 맺는 독자가 그 형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 탐색한다. 「장자」의 시작인 신화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북쪽의 어둠 속에 물고기가 한 마리 있는데, 그 이름이 곤(鯤)이다. 곤은 너무나 거대해서 크기가 몇천 리나 되는지 모른다. 그는 변해서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이 붕(鵬)이다. 붕의 등 크기는 가로질러 몇천 리나 되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솟아올라 날아갈 때는 그 날개가 하늘을 뒤덮은 구름과 같다. 바다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이 새는 남쪽의 어둠을 향해 출발한다. 그 남쪽의 어둠은 하늘의 못이다.”(p.84)
곤이 붕으로 변하여 남쪽으로 가는 이 신화를 접하는 독자는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끊고, 그 이야기 자체에 심취하게 된다. 즉 독자의 논리적·분석적인 사유는 마비되고 심미적·직관적인 사유가 그 형식에 귀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의 깊은 독자라면 여기서 변화와 새로운 출발의 메시지를 인지할 것이다.

신화의 형식뿐만 아니라 은유와 유비, 역설 등의 문학적 기법, 불구자, 곱사등이, 광인, 공자 등의 등장인물로 이루어진 우화의 형식은 모두 독자의 분석적인 기능을 차단하고 심미적이고 직관적인 기능을 자극하여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이러한 전달 방법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할 때보다 더욱 효과적이다. “내 관심은 주로 눈에 보이는 시계의 문자판 뒤에 있는 기계장치들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그런 노출은 분명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변화를 일으키는 데 사용되고 있는 기술들을 의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장치는 변화를 일으키는 장치로서 기능할 수 있다.”(p.29)

판본의 재구성을 통한 논증
이와 함께 저자는 주제의 논리적 정합성을 위해 판본에 메스를 들이댄다. 판본의 재구성에 대해 「장자」를 닫힌 경전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겠지만, 「장자」의 판본 중 그 어느 것도 정본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것을 단순히 판본의 훼손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장자」는 하나의 텍스트이다. 그것 안에는 장자 본인의 사상뿐만 아니라 후학들의 사상까지도 포함되어 있으며, 시기적으로는 전국시대부터 진한 교체기에 이르는 긴 기간 동안에 쓰여진 텍스트의 집합체이다. 「장자」가 시대의 풍랑을 헤쳐올 수 있었던 것도 그 시대에 따라 모습을 변화시키면서 ‘오늘’을 사는 독자와 대화하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장자」가 이렇듯 ‘열린 텍스트’임을 충분히 자각하면서 나비 꿈 이야기의 단편들의 순서를 재배열한다. 저자가 주로 인용하고 있는 왓슨(B. Watson) 판본의 나비 꿈 이야기에서는, 장주가 꿈에서 깨어난 후에 자신이 나비가 되는 꿈을 꾼 장주인지 장주가 되는 꿈을 꾸는 나비인지 혼란스러워 한다. 저자는 장주가 깨어난 시점을 혼란스러움 뒤로 이동시킴으로써 장주의 혼란스러움은 꿈의 상태일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고 명쾌하게 장주의 ‘깨어남’을 말한다. 이뿐만 아니라 ‘대성인의 꿈’ 이야기를 나비 꿈 이야기 뒤에 배치함으로써 장자의 궁극적 지향점이 ‘큰 깨어남’[大覺]임을 밝힌다. 이러한 재구성으로 꿈 이야기에서 ‘깨어남’의 의미가 독자에게 선명하게 인지되고 「장자」의 논리는 더 정합적인 것이 된다.

상대주의를 넘어선 상대주의―비대칭적 상대주의
상대주의란 모든 관점들을 가치론적으로 동등한 것으로 보는 일종의 관점주의이다. 상대주의자들은 어떤 가치의 우월성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상대주의의 가치 역시 상대화시킴으로써 모든 가치들을 무화시키는 회의주의의 결론으로 치달을 수 있다. 저자는 서구의 저명한 장자연구자인 크릴(H. G. Creel), 채드 한센(C. Hansen), 앤거스 그레이엄(A. C. Graham), 그레이엄 파크스(G. Parkes), 천룽제(陳榮捷), 펑유란(馮友蘭) 등의 작업을 일일이 검토하면서 이들의 결론이 상대주의의 위험한 결론으로 향해 있음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들이 쉽게 상대주의의 함정에 빠진 이유로, 이들이 제1편 소요유와 제2편 제물론의 연관성을 무시하고 ‘나비 꿈’과 ‘대성인의 꿈’ 등에서 꿈이 갖는 인지적인 기능을 도외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아울러 장자의 저작 여부와 ‘제물론’의 번역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도 지적한다.

하지만 상대주의적 결론이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저자가 「장자」속에 있는 수많은 상대주의적인 진술들을 모두 폐기처분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가치들의 상대성을 보여주는 수많은 진술들은 꿈의 상태, 즉 무지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상대주의는 교육적인 목적 아래 전략적으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장자는 언어를 통해 언어를 넘어서는 영역, 즉 더 높은 가치의 수준으로 이끌기 위해 상대주의의 방법을 택한 것이다. 「장자」의 언어는 독자의 자기 변화를 이끄는 수레이다. 독자가 큰 깨어남의 시점, 즉 앎의 영역에 이르게 되면 비로소 상대주의를 넘어설 수 있다. “비대칭적 상대주의는 상대주의의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장자」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방식이다. 장자는 침묵하고 있지 않았다. 장자를 비대칭적 상대주의자로 보는 입장은 본문에 나오는 상대주의와 비상대주의의 다양한 진술들을 모두 유효하게 한다. 그것들은 서로 모순관계에 있지 않다. 그것들은 의식의 다른 영역을 가리킨다. 철학자는 우리를 무지의 수준으로부터 앎의 수준으로 데리고 간다. ?장자?의 말들이 존재하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이다. 즉 그 말들은 철학으로서 존재한다.”(p.252)

‘영혼의 변화’의 역설과 진리성

‘영혼의 변화’(Spiritual transformation)는 자신의 인격과 관점이 변화하는 체험이다. 이것은 감정의 심층에서 일어나는 변화나 신비적인 체험에 의한 변화와는 달리 의식의 수준에서 일어나는 바뀜이다. 비유하자면 어떤 것을 갑자기 이해했을 경우에 나타나는 ‘아하!’의 체험, 즉 갑작스런 통찰을 통해 꽉 막혀 있던 무언가가 해소되는 체험이다. “우리는 마음이 활짝 열려 정신작용의 더 높은 단계에서 행위할 수 있다.”(p.28)

하지만 이 ‘영혼의 변화’는 역설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깨달음의 영역은 언어를 넘어서는 영역이다. 도가에서 빈번히 얘기하듯이 “도를 도라고 말하는 것은 도가 아닌” 것이다. ‘변화’는 기존의 사고를 제약하던 의식의 흐름을 제거하는 것, 즉 일종의 자기 망각인데 이를 설명하는 것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일어나는 설명이므로 이것은 역설이다. 또한 ‘변화’는 자신의 기존 가치를 넘어서는 관점이므로 타인과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변화이고 나아가 장자가 “자기와 남이 대립관계를 상실할 때, 우리는 바로 도의 본질을 얻는다”라고 하였듯이 주체/대상의 구분이 무의미한 영역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설명 역시 언어의 본성상 주체/대상의 이분법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점에서 이것도 역설이다.

이렇듯 장자가 추구하는 ‘변화’의 목표는 그 안에 역설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변화’의 언설들은 깨달음을 실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유의미하다. 결국 언어를 통해 언어를 넘어서는 영역으로 인도할 수밖에 없고, 그것의 전달 방식은 장자의 언설이다. 장자의 다양한 언어는 단지 ‘변화’를 위한 임시적인 수단일 뿐이다. 그것은 반드시 ‘참’인 것은 아니지만, 진리성을 담지하고 있는 치료의 언어이다.
“피카소가 예술에 대해 정의했던 말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진리를 진술하는 거짓말이다.”(p.315)
리뷰 총점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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