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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
절기 따라 걷기
최예슬
어라운드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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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첫 번째, 봄


언 땅을 깨우는 첫봄의 - 입춘
사계절이라는 여행을 준비하는 - 우수
아직 모르는 세계가 사랑을 전하는 - 경칩
새롭게 채울 빈자리를 준비하는 - 춘분
수월하게 싹이 돋고 뿌리 내리는 - 청명
비옥한 토양으로 씨앗을 환영하는 - 곡우

두 번째, 여름


무성함 속 틈을 만들어보는 - 입하
초여름의 햇살에 나를 세워두는 - 소만
필연을 믿으며 할 일을 해내는 - 망종
기다리고 지속하기를 선택하는 - 하지
밭을 두고 떠나지 않는 농부처럼, 삶을 지키는 - 소서
무성함 속에서 남겨둘 것을 헤아리는 - 대서

세 번째, 가을


가을의 씨앗을 심는 - 입추
눅눅한 것들을 햇볕에 말리는 - 처서
열매가 안으로 무르익는 - 백로
가을걷이의 감사함을 느끼는 - 추분
내년의 씨앗을 갈무리하는 - 한로
단풍을 바라보며 삶을 배우는 - 상강

마지막, 겨울


경험이 지혜가 되는 계절의 - 입동
겨울이 인사를 건네는 - 소설
눈이 내려 보리를 덮어주는 - 대설
새로운 태양과 씨앗을 지켜보는 - 동지
마주하는 빛으로 따뜻함을 찾는 - 소한
추위 속에서 봄을 준비하는 - 대한

나가는 글

저자 소개 1

릴케의 ‘인생은 옳은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라는 문장을 등대 삼아 자연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 요가와 명상 안내하는 일을 하며, 다정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몸과 마음과 글을 읽고 쓰면서 살아간다. 《유연하게 흔들리는 중입니다》와 《불안의 쓸모》를 썼으며, 2023년 여름부터 1년 간 어라운드에서 스물네 개의 절기마다 연재한 글을 한데 모아 이것,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로》를 펴냈다. instagram @ yogajourney_ye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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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4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115*180*20mm
ISBN13
9791167540461

책 속으로

봄을 시샘하는 바람 속에서 우리들은 봄이 코앞에 도착했음을 느낀다. 아침은 전보다 일찍 찾아올 것이고, 조금씩 길어지는 빛의 시간에 대한 지구의 약속은 나무가 하늘을 향해 자라도록, 내 마음의 비워진 자리에 푸르고 향기 나는 것들이 피어나도록 도와주리라는 걸 믿을 수 있다. 이제, 계절에 몸을 맡기고 따뜻함에 기대어 나아갈 때가 왔다.
--- 「새롭게 채울 빈자리를 준비하는 절기: 춘분」 중에서

계절의 호의를 누린다. 적절한 간격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안전하게 마주 잡은 손 같고, 해를 등지고 서면 몸의 뒷면을 따뜻하게 데우는 햇볕은 어루만지듯 안아주는 부드러운 품 같다. 봄에서 여름으로 향해가는 길목은 어떤 계절의 이동보다도 반가워서 자꾸만 손을 뻗어 나무를 쓰다듬고 피부에 닿는 햇살을 만져보게 된다. 여름이 돌아오는 중이라는 것, 새로운 여름이 오고 있다는 것.
--- 「무성함 속 틈을 만들어보는 절기: 입하」 중에서

포도 알은 한없이 늘어나서는 안 된다. 늘어나서는 안 된다. 올해의 포도 줄기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딱 그만큼 커진 후에는 바깥으로 부푸는 대신 안으로 여물기 시작해야만 한다. 열매가 달게 무르익는 것은 몸집이 커지지 않는 지금. 이때 열매의 맛이 결정된다. 열매가 알차게 익어가도록 기다리는 일, 날씨라는 우연에 온통 의지하는 일만이 남아 있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에 올해의 농사를 맡기는 지혜의 시간이다.
--- 「열매가 안으로 무르익는 절기: 백로」 중에서

겨울에 함께 도착했다. 입동에는 우리가 만나 부드럽고 따뜻한 질문의 공을 서로 굴렸으면 좋겠다. 모든 계절을 살아내느라 수고가 많았다고, 분주한 계절 동안 미뤄둔 인사를 건네고 다가오는 추운 날엔 서로 마음을 기대며 때때로 쉬어 간다면 좋겠다.
--- 「경험이 지혜가 되는 계절의 절기: 입동」 중에서

당신이 겪는 어떤 일들은 아직 호명할 단어를 찾지 못해 귀하게 여겨지지 못하거나 충분히 위로하는 법을 알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름을 붙이고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우면 역설적으로 이해되지 못한 채 그대로 두는 것이 새로운 이해의 방식이 됩니다. 새로운 사랑의 방식이기도 할 거예요. 경계 바깥에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아름다움은 경계 안 사람의 솜씨이겠지요. 초대장을 손에 든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곳이 어디든 새로운 계절의 길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기웃거려보는 걸음 잊지 않으시기를, 서성거리게 되면 그곳은 아마 깊어지기에 적당한 자리일 테니 안심할 수 있기를, 당신이 여기에 쓰인 이야기 너머로 건너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주 오래되었으나 새로운 세계에서 만나 우리는 더 사랑할 거예요.

--- 「나가는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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