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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진실은 진리가 은폐되는 상황에서는 문학적 가치로 더욱 고조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제 말기처럼 삶의 진실이 폐쇄, 은폐될 뿐만 아니라 그것의 문학적 표현조차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문학이 어떤 형태로 존재할 수 있을까를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제말의 역사적, 사회적 현실을 정면으로 재현하려는 사실주의적 시는 전연 존립 불가능하고 삶의 진실과는 무관한 순수문학만이, 또는 인간의 영원하고 본질적인 면을 추구하는 이상적인 시만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그나마 일제 말기는 어용문학만이 결국 존재하게 되고 순수문학마저 동면 상태에 빠져 버린 것이다. 이 경우에도 순수문학이 현실 영합이나 회피의 문학으로 또는 좀더 극단적으로 체제순응적인 것으로 굳이 매도되어야 할 지 의문이다.
--- p.286-2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