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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시인의 말
제1부 콧구멍 카페 012 콧구멍 카페 013 봄 014 물 동그라미 015 청보라 산수국 016 초록 새잎에 017 꽃비 018 꽃다지 019 삼동초 020 꽃무릇 021 모란 022 낮은 곳으로 023 잡초 024 그늘 025 그리움 026 비 내리는 정원 027 백일홍 028 가을 햇살 한 움큼 030 꽃 속에 파묻혀 울던 날 031 깨워, 말어? 032 휘청거렸던 2020년의 봄 제2부 발길 닿는 대로 034 우유니 소금 사막 035 0번 버스 036 핀란드 풍경 037 블루로드를 걸으며 038 설산 트레킹 039 소소한 행복 040 사려니 숲 041 세월을 낚는 사람들 042 장 구경 044 부끄럽다 045 청령포 애가 2 046 자작나무 길 047 범섬 048 도리사 서대에 앉으니 049 바다 그리다 050 천년의 햇살과 두 얼굴 051 어부림 방조제 아침 품경 052 걷는다 그냥 053 대천의 파도길 054 비화飛火 제3부 기도 056 기도 057 3월이 되면 058 슬픈 봄날 059 빛나는 5월 060 깨어나라 062 빗방울 063 대프리카 064 대지의 사투 066 깨가 쏟아진다 068 익어야 제 맛 070 낙엽 072 숲 073 가을에 젖다 074 소망 075 문득 가을 생각 076 세월 077 위기 078 12월을 보내며 제4부 아방가르드 080 아방가르드avant-garde 081 너는 무엇으로 꽃을 피웠는가? 082 인생 2막 날마다 소풍 083 글을 쓴다는 것은 084 길 위에 또 다른 길 085 어느 시인의 육필 시집 086 고만고만한 벗 여섯 087 닮은꼴 088 창살 없는 감옥 089 코로나19 막차 090 거리 두기 091 살아 있다는 것은 092 특이 질환 093 창窓이고 싶다 094 그날 096 오지랖 097 칼의 노래 098 더 늦지 않게 100 날마다 감사 해설 102 언어의 여행, 시가 태어나고 시가 머무는 경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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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만 한 여섯 평 농막에
카페를 열었다 손바닥 그늘에 앉아 바람 한 잔 마시고 밭갈이로 흘린 땀방울에 풍년을 꿈꾸는 곳 제비꽃 한 송이에도 벌, 나비 떼가 북적거린다 콧구멍 한 번 벌렁거리면 온 세상이 내 것이 되는 곳 오늘은 뒷집 강아지랑 야옹이가 손님으로 앉았다 --- 「콧구멍 카페」 중에서 깊은 골짜기 오지 마을만 다니는 0번 버스 글 모르고 기억도 가물가물한 할매들 알아보기 쉽고 기억하기 좋게 붙여진 0번 애칭은 할매 버스 장날이면 마을 사랑방이 되는 0번 승객 없이 봇짐만 가득할 때가 더 많다 그래도 마을마다 버스 문이 열리고 틀림없이 물건을 내려주는 0번 돌부리에 채고 나뭇가지에 긁혀도 일편단심 할매 사랑으로 구불텅거리는 아픔을 감내하는 0번 늦어도 괜찮으니 오기만 하면 된다며 오매불망 기다리는 할매들 태우러 오늘도 달려가는 0번 버스 --- 「0번 버스」 중에서 햇살과 함께 화사함의 절정을 이루었던 꽃들의 향연 후두둑 떨어지는 꽃비에 괜히 눈물이 나 눈길 둘 데가 마땅찮다 백 년이 넘은 고목도 잠시 꽃을 피우고 또 내년을 기약하는데 날마다 오늘이 선물이라며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려온 삶 바스락거리는 빈 껍데기뿐이다 꽃비를 바라보는 마음 천근만근 나는 무엇으로 꽃을 피웠는가 꽃비가 내리는 어느 봄날 그래도 오늘이 선물이라며 숨 쉴 수 있음에 허공을 바라본다 --- 「슬픈 봄날」 중에서 햇살과 함께 화사함의 절정을 이루었던 꽃들의 향연 후두둑 떨어지는 꽃비에 괜히 눈물이 나 눈길 둘 데가 마땅찮다 백 년이 넘은 고목도 잠시 꽃을 피우고 또 다른 봄을 기약하는데 날마다 오늘이 선물이라며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려온 내 삶은 바스락거리는 빈 껍데기뿐이다 흩뿌리는 꽃비를 바라보자니 마음조차 산지사방 흩어지며 소리를 만든다 ‘너는 무엇으로 꽃을 피웠는가?’ --- 「너는 무엇으로 꽃을 피웠는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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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희 시인의 시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유기적으로 공존한다. 그는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순간들을 예민하게 포착해 시적 언어로 전환하는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 이러한 감수성은 그의 전 작품에 걸쳐 일관되게 드러나며, 시인의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삶의 새로운 의미가 발현된다.
문학의 여러 장르 중 시는 가장 농축된 형태로 인간의 사유와 감정을 담아낸다. 박윤희 시인은 이러한 시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대상과의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섬세한 미적 긴장을 형성한다. 그의 시는 언어의 밀도와 여백 사이에서 조율되는 정서와 사유의 미학을 보여주며, 독자는 그 고유한 시적 세계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끌린다. 이러한 시인의 시적 태도는 시집 『콧구멍 카페』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제1부 ‘콧구멍 카페’, 제2부 ‘발길 닿는 대로’, 제3부 ‘기도’, 제4부 ‘아방가르드’로 구성된 이 시집은 각 부가 독립적인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유기적인 구조를 이룬다. 정교하게 짜인 구성은 마치 정제된 건축물처럼 치밀하며, 시인의 내면세계와 시적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적절한 틀을 제공한다. 형식 면에서도 시집은 풍부한 변주를 보여준다. 일부 시는 전통적인 4행시의 틀을 따르며 운율과 리듬의 미학을 드러내고, 또 일부는 자유시 형식을 통해 감정을 보다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형식적 다양성은 각 시의 주제나 정서에 따라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독자로 하여금 감정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시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강렬한 감정을 담은 시편들에서는 짧은 문장과 반복적인 구문이 긴박감을 자아내며, 독자가 시인의 내면에 깊이 공감하도록 돕는다. 내용적 측면에서도 시집은 주제별로 정돈되어 있어, 특정한 감정이나 경험을 중심으로 시를 탐색하기에 용이하다. 각 부는 고요함에서 격정으로, 연민에서 희망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정서의 스펙트럼을 제시하며, 독자는 이를 따라가며 감정의 여정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구성은 시인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함과 동시에 몰입감을 한층 높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