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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1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iotr Ilyich Tchaikovsky / Peter Ilyich Tchaikovsky / Peter Iljitsch Tschaikow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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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B단조, ‘비창’
Decca Music Group / 번역. 정준호
1893년 8월 여섯 번째 교향곡을 거의 끝마쳤을 때, 차이코프스키는 조카인 블라디미르 다비도프에게 편지를 썼다. “진심으로 말하건대, 이것이 내가 작곡한 최고의 교향곡이다. 가장 감동적인 곡이다. 내가 작곡한 다른 어떤 작품보다 애정이 간다.” 그는 이보다 앞서 다비도프에게 이 곡은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그것은 모두에게 수수께끼로 남아 있을 것이며, 임의대로 추측할 수 있다”라고 얘기했다. 이 곡이 자신의 최고 걸작이요, 교향곡 사상 유례 없이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심경 고백이라는 차이코프스키의 얘기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시 차이코프스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던 생각은 죽음이었다. 비록 다가올 가을에 닥칠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지는 못했지만 - 자살인지 콜레라 때문인지 의견은 분분하지만 - 그는 이 해에 많은 친구를 잃었다. 그 때문인지 1, 4악장은 러시아 정교 레퀴엠과 코랄 ‘모든 성인과 함께 할지니’를 인용했다. 그러나 〈교향곡 6번〉의 가장 기본적인 동인은 수년 전부터 그를 홀리고 결코 사라지지 않던 운명의 망령이었다. ‘비창’이라는 부제는 초연 다음날 차이코프스키의 동생인 모데스트의 제안으로 붙인 것이다. 곡은 1893년 10월 27일 〈교향곡 5번〉과 마찬가지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차이코프스키가 죽기 8일 전의 일이며, 이 마지막 작품의 어디서도 희망은 찾아볼 수 없고 절망의 고백만이 있을 뿐이다.
〈교향곡 6번〉은 모토가 되는 주제가 없다는 점에서 앞선 두 작품과 다르다. 대신 이 곡은 상승하는 투쟁과 하강하는 몰락이 각각 제공하는 많은 주제를 사용한다. 이 윤곽이 교향곡의 전체 진행을 반영한다. 1악장 알레그로와 마지막 아다지오는 무게감과 표현의 폭에서 서로 보완적이다. 교향곡을 시작하며 심연에서 기어 나오는 바순은 45분 뒤 곡이 끝날 때가 되어 나오는 베이스의 선율로 비로소 그 해답을 찾는다. 이 두 지점을 사이에 두고 대규모 투쟁이 벌어진다. 1악장은 맹렬하게 대비되는 주제들이 힘의 대결을 펼치고 피날레는 느리게 미끄러지듯이 소멸된다. 이는 19년 뒤에 작곡되는 또 하나의 서사적인 교향곡인 말러의 〈9번〉을 예감케 한다. 말러는 이와 동일한 감정의 곡선을 그리나, 그가 궁극적인 평화를 발견하고 피하지 않고 받아들였던 죽음을 차이코프스키는 공포와 끝없는 공허함으로 생각했다. 이보다 더 사무치는 음악의 이별은 드물다. “죽음은 언제나 뜻밖에 들이닥친다. 그러나 〈교향곡 6번〉의 작곡이 차이코프스키 자신의 죽음에 얼마나 가깝게 다가갔는지, 그가 얼마나 그것을 인식했는지는 알 수 없다.” 게르기예프의 이야기이다. “그가 이 곡을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작곡했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곡을 지휘할 때마다, 죽음 이전의 생명을 담고 있음을 상기한다. 어쩌면 죽음 뒤의 생명인지도 모른다. 이 두 힘이 모두 곡에 포함되어 있다. 기쁨도 희망도 많이 들어 있다. 귀족적인 우아함도 물론 가지고 있다. 악마적인 느낌도 들어 있고, 3악장의 태풍은 2악장의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쓸어버린다. 2악장과 1악장의 일부에서 보이는 비애에 젖은 음악은 더 이상 말할 나위 없다. 4악장에서는 죽음을 느끼게 된다. 죽음을 호흡할 수 있고, 죽기 몇 시간 전에 품은 희망과 수분간의 꿈, 이 모든 것들이 마지막 에너지, 궁극적인 힘에 의해 파괴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교향곡 6번〉이고,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연주하고 지휘하기는 쉽지만 이틀 동안 똑같은 연주를 지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일생에 대한 교향곡이다. 그가 후대에 남기고 싶은 유산을 담은 기록이다. 음악적인 담화이고, 그의 유언이자, 고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