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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슴을 드러내고 영혼을 선탠한다 - 동해 최북단 바닷가, 마차진
2. 싹튼 보리밭처럼 파릇한 봄바다에 서서 - 우리나라 지도의 꼬리, 포항 영일만일대 3. 허브, 나의 향기로 당신을 이롭게 하리라 - 허브나라 4. 채석강의 시루떡 바위를 다 돌때까지 연인과 팔짱을 풀지 말것! - 변산 5. 여우섬에서 까불락거리다 여우한테 간을 빼앗기다! - 서해에 있는 호도 6. 보테로, 니 내게 거짓말을 해보라카이! - 경주 7. 결국, 불탄 성당은 며느리도 몰랐다 - 동두천 8. 누가 국자로 가을을 떠서 강화도에 뿌렸냐? - 강화도와 석모도 9. 네 놈간을 용왕님이 가져오라 그랬단 께롱! 해안경찰대여! 뻘 위의 음주경운기를 추격하라 - 선운사, 한돌리 앞바다 10. 영혼은 그에게 주고 나머지는 여기다 풍장해다오! - 거제도 & 미륵도 11. 녹차밭, 초록의 거대한 덩어리 속에서 서로를 방치하기 - 전남 보성 12. 쏘-쏘쏘쏘쏘! 신에게 이 아름다움을 … - 동해안 7번 국도변의 바닷가 13. 발 밑엔 구름 양탄자, 손 뻗으면 하늘 치맛자락 - 강원도 인제의 내린천, 해안분지 14. 술 익는 마을에 타는 동생들 - 전남 영광, 법성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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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울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꾸는 이유
내가 매번 서식하고 있는 서울을 주기적으로 벗어나 서울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꾸는 이유는, 내가 아직도 이 풍진 세상에서 살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다는 것을 신들의 뜻과 운명의 장난을 아직 모면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사람들은 매달 [paper]에 여행기를 연재한다는 빌미를 삼아 공식적으로 떠나는 나를 부러워하면서도 또 '타고난 역마살'을 운운하곤 한다. 하지만, 난 역마살이란 처연한 단어를 싫어한다. 역마살이란 말엔 이 한 많은 세상, 지긋지긋한 혈연과 담을 쌓고, 산천을 헤매다 공기 중에 바스러지겠다는 다소 허무주의적인 항변이 섞여 있는 듯하여 썩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지금 현실을 씩씩하게 살아낼 수 밖에 없는 나에게 '설득적인 허무의 아름다움'은 이제 별로 소용에 닿질 않기 때문이다. 대신 아직 도래하지 않은 기이한 미래 어디쯤에 숨겨져 있을 운명을 응시하고자, 나는 내가 만나는 세상과 사람들에게 호기심의 닻을 늦추지 않고 있을 뿐이다. --- p.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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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정면에 기이하게 뚫린 동굴이 버티고 있다. 소요산에는 박쥐가 많다더니 역시 산 입구에 동굴이 쫙 벌리고 우리를 맞아 주는구나. 소요산은 경기의 소금강이라 불리울 만큼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산이다. 소요산의 정상의 의상대는 535m이며 동두천의 동북방에 위치하고 있다. 서화다 양달래와 매월당이 자주 소요하였다 하여 소요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은 산. 특히 봄이 완연해지면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는데 산 전체가 분홍색으로 물들어 멀리서 보면 '분홍산'같이 보인다고 한다.
굴 옆의 작은 폭포를 구경하고 있는 우리를 두고 먼저 등산 진입로를 따라 올라 갔던 현정언니가 내려왔다. "야 오늘 자재암에 못 가겠어. 여기서부터 300m나 올라 가야 한데, 걸어서 300m야 장난이지만 산을 300m나 기어올라 가려면 얼마나 힘든데 …." 그 말이 끝나자마자 유미와 양수도 동의, 동의 또 동의를 하는 거였다. "누나, 자재암을 포기하고 어디 미군 클럽에 가서 맥주나 빨자. 우리의 목적은 백주를 마시며 라이브에 젖는거 아니었나?" "이것 봐! 산만한 나도 올라가려 하는데 나보다 세 배는 가벼운 사람들이 왜들 몸을 사려!" "폭우가 쏟아지잖아. 난 가죽옷을 입고 와서 못 올라가겠어." "유미 등가죽을 벗기기 전에 빨랑 올라가자 잉!" 내 갖은 협박에도 불구하고 게으름의 첨병들은 막무가내였다. 하는 수 없이 내일 아침 폭설이 쏟아지던 호랑이가 나타나던 꼭 올라가기로 약속하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일단 시내를 향해 차를 쏘았다. 밥을 먹고 시내를 구경한 후 다시 소요산에 와서 방을 잡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 pp.125-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