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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드라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_박가희
도약 | 드라마 연구회 회칙, 드라마 연구회를 창설하며_임영란 1부 시선 | 영상 매체의 양방향성과 외연 탈피 가능성 연구: 임성한 드라마를 중심으로_임영주 2부 경계 | 연결된 세계: 드라마의 안과 밖_남선우 3부 수행 | Growl: 사극과 메탈의 으르렁거림_최윤석 4부 여적 | 인턴 연구 일지: 바람 잘 날 없어도 드라마는 계속된다_유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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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날의 상기된 회원들의 얼굴을 선명히 기억한다. 그날 이후로 이어진 우리의 모임은 드라마가 가진 ‘사람들을 모으는 힘’을 그 자체로 증명하는 일이 되기도 했다. 누구에게든 드라마에 대한 기억이 하나쯤 있고, 드라마 연구회 역시 애호하는 드라마의 취향도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도 다르지만 ‘드라마’라는 대상이 있었기에 모일 수 있었다. 이 점이 드라마를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 p.13 임성한 드라마는 반복되는 양상을 띠는 것 같으면서도, 작품 내부에서 점진적인 진화를 수행해왔다. 초창기에는 통속극의 공식을 활용해 대중과 접속했고, 중기에는 신화적 요소와 여성 서사를 중심에 배치했으며, 후기에는 매체의 경계를 넘는 장르 실험을 통해 서사의 ‘형태’ 자체를 전복했다. 이 흐름은 단지 작가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감각 구조와 미디어 환경의 변동을 적극 반영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 p.44 하지만 그런 시선을 조금 바꾸어보면 어떨까? 신체에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변화를 일으킬 만큼 큰 위력을 가진 고통에 처했던 드라마 속 인물들을 좀 더 안쓰럽게 바라봐주는 것이다. 또 마침내 그 상태를 이겨내고 생을 살아내기 위해 다시 입을 여는 이들에게 질책이 아닌 응원과 위로를 보내는 거다. 직접 겪어보지 못한 상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우리 모두에게 몸과 연결된 약하디약한 마음이 있음을 기억할 때, 우리는 타인의 슬픔과 고통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 p.123 작품으로서의 사극이란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와 배우의 판단과 상상력에 따라 잘 그려내기만 하면 그만이다. (...) 심지어 역사서마저 객관적인 사실을 절대적 기반으로 삼지만 역사가의 주관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에 무결하게 현실을 옮겨놓았다고는 볼 수 없지 않은가? 사극이란 역사적 사실의 단순 나열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사실과 허구의 터전 위에서 작가와 배우가 쌓고 부수기를 반복하는 대화다. 이를 통해 사극은 역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하는 것일 테다. --- p.246 드라마는 시대를 기록하는 허구적 증언이자 개개인의 가치관과 삶의 형식이 연동된 사회적 산물이다. 시기에 따라 작게는 패션이나 직업군부터 크게는 말투, 가족 형태, 사건의 종류와 해결 방식이 달라진다. 여타의 대중 매체들과는 다르게 이른바 ‘안방극장’으로 일컬어지는 드라마만의 특별한 거리감으로 인해 수많은 시청자가 드라마 속 인물들과 교감하고, 시간을 공유하며, 간접 경험을 실제 삶을 살아가는 데 반영한다. 드라마가 없는 세상, 가당치 않아 보인다. --- p.2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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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선으로: TV 드라마를 향한 애호와 탐구의 시간
그들은 인생의 첫 드라마, 인생 드라마 등 드라마에 관한 세 개의 장면으로부터 연구회의 도약을 알리고(박가희), 독창적 전략을 구사하며 매체를 확장해온 임성한 작가의 세계관을 깊숙이 파고들며(임영주),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에 서서 음악, 작명, 번역, 배역, 세트 등 드라마의 안과 밖을 촘촘히 살핀다(남선우). 또한 사극의 발성과 메탈의 그로울링 창법을 연결 지어 분석함으로써 몸소 수행하고(최윤석), 드라마 시청 환경 그리고 시트콤이라는 장르, 특히 이순재 배우의 역할에서 엿보이는 한국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포착한다(유진영). 연구원들은 각 드라마가 구축한 세계를 하나의 독립적인 세계로 존중한다. 연기자의 사생활이나 외모에 관해 평가하는 대신, 오직 작중인물로만 그들을 바라보고 연구한다. 서로의 관심사에 따라 선택하는 드라마는 다르지만, 각자의 연구 영역을 존중하는 태도로 교류를 잇는다. 한국 TV 드라마라는 거대한 발판을 분명히 공유하되, 개개인의 삶의 형식과 양태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물로서 능동적으로 드라마를 선택한다. 서로 다른 다섯 개의 집합은 함께 만나 교집합을 이루거나 서로의 여집합이 됨으로써 『드라마는 세계』를 촘촘히 채운다. 사관의 마음으로: ‘드라마는 세계’라는 선언 『드라마는 세계』는 일종의 선언이다. 드라마를 하나의 별세계로 분리하는 시각이자, 우리 현실과 밀접한 연결 고리를 가진 ‘거울’로서 드라마의 역할을 명백히 조명하는 것이다. 드라마는 개별적이고 고유한 세계다. 1부에서 들여다보듯, 드라마를 통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든 임성한 작가의 작품은 대중으로부터 ‘임성한 월드(world)’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다. 그 세계란 우리가 존재하는 현실과는 조금 다른 작동 방식으로 유지된다. 또한 2부에서 살필 수 있듯, 그 세계는 드라마가 종결된 후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계속되며, 캐릭터의 삶은 시공간의 공통분모로 연결돼 있다. 이를테면 ‘한국대학교’ 출신인 캐릭터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로써 드라마는 우리 세계와는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 영역으로 남는다. 동시에 드라마는 현실 세상을 투영한 세계다. 마치 거울처럼 우리가 존재하는 이 세상을 비춘다. 3부에서 엿볼 수 있듯, 사극이라는 장르는 시대적 맥락 위에서 과거와 현재의 가치관과 정서를 겹쳐 보며 미시사(微視史)를 아우르는 역할을 해낸다. 또 4부에서 말하듯,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현실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전략을 통해 일상적 인물들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담아낸다. 드라마 세계가 구현한 인물·사회의 모습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과 가장 닮아 있다. 드라마는 곧 우리 세계와 같은 동일자를 그릇에 담아내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드라마는 세계”라는 선언 아래, ‘드라마 연구회’는 보편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기록자로서 드라마의 힘을 믿는다. 구습을 옹호하지 않고, 예민하게 현실을 재구성하기를 시도할 때 드라마는 계속해서 시대 안에서 유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연구원들은 그 의미를 냉정하게 연구하고 기록하는 사관(史官)의 마음으로 연구를 계속해나간다. 텔레비전, 컴퓨터 모니터, 태블릿, 스마트폰… 저마다의 자리, 저마다의 화면에 불빛이 들어오고, 드라마가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