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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 5
1부 가을을 보내는 법 - 13 사랑의 현실 - 14 사자가 죽을 때 - 15 차원(次元)의 진화 - 16 코끼리가 걷는 이유 - 18 사후인생문(死後人生文) - 19 삼각주에서 - 20 줄 위에서 - 21 인터미션 - 22 가슴은 성장한다 - 23 2부 역주행 - 27 코로나 서정 - 28 사과의 시간 - 30 어쩌다 마치(March) - 32 안개라는 꽃 - 34 바람이 멈추는 지점 - 36 유라시아 도시 2020 - 38 바다로 간 개떼 - 40 세상은 요지경(瑤池鏡) - 42 반도의 봄 - 44 3부 막내딸 길들이기 - 49 심메마니를 위하여 - 50 자뻑에 관하여 - 52 인생(人生)이라는 허(虛) - 54 어떤 이름 - 56 99번째 버킷리스트 - 58 시간 투자 - 60 관계의 끝 - 62 투표 전쟁 2012 - 64 코리아 카페 - 66 4부 어떤 사랑 5 - 71 어떤 사랑 6 - 72 어떤 사랑 7 - 73 어떤 사랑 8 - 74 어떤 사랑 9 - 75 어떤 사랑 10 - 76 어떤 사랑 11 - 77 어떤 사랑 12 - 78 어떤 사랑, 마지막 - 80 어떤 사랑, 다시 3 - 82 5부 삶이란 - 87 장미의 이름 - 88 반복되는 이별에 대하여 - 89 창조주와 동급인 시인이고 조물주보다 높은 건물주인 the reason for my existence - 90 외로움이란 것 - 91 Loneliness - 92 나의 영역 - 94 바람에게 전하는 말 - 96 큐피드의 조언 - 98 September - 99 해설 종점을 향한 사랑의 여정 속에 탄생한 비극적 지혜/ 김홍진·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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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만나게 되면
만남에도 그늘이 생긴다 또는 아름다운 재회를 연주하기 위한 전주곡 잠만 깨면 끝내 호랑나비를 잡고야 말겠다고 앞산에 오르는 늙은 고양이의 집념과 겨울이라는 현실 당신 없이는 그저 한 마리 지독한 고양이에 불과한데 해가 중천에 떴을 때 태양도 나도 하늘과 산을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고 지금은 시간이 없네 --- 「반복되는 이별에 대하여」 중에서 때를 아는 나뭇잎은 여유가 없다 다소곳이 기다리지 못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려 떠나는 계절을 찾는다 차갑게 변해버린 바람에게 재회의 꿈을 나누지도 못했다 열기가 몸 주위를 맴돌며 아직 뜨거운 건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억지로 보내야 할 뿐이다 잊어야 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지난 사랑은 쓰라린 것이다 떨어져 날리는 날이 돼서야 상처까지 아름다웠노라 말할 수 있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 첫서리 내리는 아침 눈물 같은 이슬을 반짝이며 때를 어기지는 않고 살았노라 이제 잊었노라 비로소 한숨 길게 내쉴 수 있다 --- 「가을을 보내는 법」 중에서 아침 사과는 금사과라며 특히 껍질째 먹는 것이 몸에 더 좋다고 각종 매체와 서적들이 지껄여대고 있다 비만 억제, 변비 치료와 예방, 노화 방지, 암과 성인병 예방, 생활방사능 배출 등 사과의 갖가지 성분들이 우리 몸의 독과 살을 빠지게 해주고 쾌변을 돕는 기능까지 뛰어나다고 한다 그뿐 아니고 장내 유익한 세균 증식, 중금속 배출, 탁월한 항산화 효과까지 아니, 사과라는 과일은 도대체 하느님보다 위대하지 않은가 아침에도 삼겹살을 구워주면 잘 드시는 지상의 천사께서 유독 아침 사과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과 한 개를 8조각으로 잘라 절반인 4개를 주는데 언제부턴가 그만 이뻐져도 충분한 미모라며 앞으로는 3개만 먹겠다는 거다 그것도 아빠 성의를 봐서 자기가 인심을 쓰는 거래나 어쨌대나, 굳이 하나 더 먹이고 싶다면 현찰로 만 원을 내라 협박까지 하는 거다 이런, 하느님과 동급인 대한민국의 시인께서 그깟 일로 눈 하나 깜짝할 리 없지 6조각으로 잘랐다 --- 「막내딸 길들이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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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된 개체적 삶이란 대량 생산으로 적재된 상품들 중에 하나일 따름이다. 이러한 몰개성적이고 가치 폄하된 인식을 향해 문제점을 제시하면서 인간성 회복을 지향하는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과감하게 천착해내는 지점에 남상광 시인의 시집이 위치한다. 자연에 온전히 기대거나 전근대적인 공동체에 대한 향수 혹은 주체의 자기동일화 욕망에 기울어 있는 서정시인들에 비견하여 남상광 시인은 일견 당연하게 보이는 세계를 수긍하고 수용하는 대신 회의하고 저항하고 반성한다.
그렇기에 시집 『만남에도 그늘이 있다』에 흐르는 기조는 현대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모순된 현장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고통을 자기화하는 고투의 결과로 나타난다. 하지만 결코 무겁거나 우울감 없이 그는 유쾌하게 묘파해내고 있다. 이는 속악한 세속에 편승하지 않기 위해서이고, 현실 원칙이 지배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구가하려함이며, 세련된 유희와 우의(寓意)로 자신의 시세계를 확장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만남’에도 ‘그늘’이 있다는 양가성은 이번 시집의 역설적인 동력을 드러내며, 남상광 시인의 시적 사유가 얼마나 정치(精緻)한지를 확증한다. - 김명원 (시인, 대전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