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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이름
인중 끊어진 여자 낚아내지 못한 자를 위한 변명 블론 세이브 물의 기운 메가리 낚시 굿바이, 리만 브러더스 다음 생을 기다리며 작가의 말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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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낙천적인 BS도 이 순간만큼은 긴장했다. 세 아이와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주위를 둘러봤다. 여덟 명의 야수들은 지루한 듯 모두 딴짓을 하고 있었다. 그는 마운드 위에서 외로움을 느꼈다. BS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스스로 해결해야 할 상황이었다.
---「블론 세이브」중에서 소설의 결론은 간단하다. 안 되는 놈은 어차피 안 된다. 여기에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계급 갈등 상황을 살짝 심어 놓는다. 문란하고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소재에 무게감을 주는 기법이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심봤다’를 외쳤다. ---「물의 기운」중에서 공부를 못하는 우리의 패배감은 지속하여 점차 무기력으로 변하고 있었다. 반복된 무기력은 어이없게도 학습 효과로 나타났다. 우리는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 많이 견디며 적응하고자 했다. 삼학년에서 우리 반은 완전히 고립된 것 같았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못한다는 건 곧 패배였고 기득권으로부터의 소외였다. 그런 소외감과 패배감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욱 단결했다. ---「두 개의 이름」중에서 가진 것 하나 없이 태어나 평생 진흙밭에서 뒹굴지 않으려면 정략결혼을 배경으로 한 신분 상승만이 불알 두 쪽밖에 없는 청년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답이었다. 여자를 잘 만나 그 덕에 발복(發福)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내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목표이자 이유였다. ---「인중 끊어진 여자」중에서 이번 출조에서 감성돔을 잡느냐 마느냐의 결과로 나는 이번 신춘문예 당선 여부와 갈음하기로 마음먹었다. 곧 있을 신춘문예 당선 결과와 지금 갯바위에서 건져 올린 나의 감성돔 조과와 아무 상관이 없지만, 이것은 나만의 의식이었다. ---「낚아내지 못한 자를 위한 변명」중에서 애초부터 나는 벵에돔이 될 수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매가리로써 사는 법을 터득해야만 했다. 낚시꾼에게 잡히지 않고 이 험난한 바다에서 어쨌든 살아남아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갱이로 성장하여 아내와 아들을 위해 장렬하게 밥상 위에 올라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메가리 낚시」중에서 팀장이 된 다음 날, 본부장은 곧바로 팀장 회의를 소집하였다. 그 회의에서 본부장은 역시나 각 팀에서 이번 인원 구조조정에 퇴사시켜야 할 직원 수를 팀별로 할당해 주었다. 우리 팀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것이 팀장으로서 할당받은 나의 첫 미션이었다. ---「굿바이, 리만 브러더스」중에서 나는 로또복권 1등 당첨자였다. 2018년 4월 802회 당첨번호 10, 11, 12, 18, 24, 42. 아무리 소설이지만, 믿어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1등 당첨자였다‘고 과거형으로 말하고 있는 나의 안타까운 사연을 누군가 한번 들어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나는 지금 이 소설을 쓰고 있다. 젠장. ---「다음 생을 기다리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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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이름」
: 80년대 초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사와 학생 간 폭행 사건이 확장하여 폭력이 폭력을 낳는 악순환을 고발 「인중 끊어진 여자」 :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한 남자의 우여곡절 결혼 상대 찾기 도전기. 「낚아내지 못한 자를 위한 변명」 : 문학 공모전에 번번이 낙방하는 한 작가 지망생의 열혈 투고 이야기. 바다낚시에서 감성돔을 낚을 확률이 높을까, 아니면 문학 공모전에 당선하는 확률이 높을까. 「블론 세이브」 : 몇 번의 실직 후 재취업에 성공한 한 중년 가장의 직장 내 고군분투 생존 분투기 「물의 기운」 : 한 중년 신사의 주술로 인해 여복(女福)이 터진 어느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 「메가리 낚시 」 : 한 실업자의 힘든 취업 문제를 메가리(전갱이) 낚시에 빗대어 쓴 소설. 벵에돔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메가리로 살아야 하는 법을 배워야만 하는 어느 중년 실업자의 슬픈 이야기. 「굿바이, 리만 브러더스」 : 형제처럼 지내던 팀 동료 두 명을 퇴사시키지 못하면 오히려 내가 퇴사해야 하는 고약한 상황에 몰린 최 팀장, 미국 발 리먼 브러더스는 최 팀장의 목까지 날려버릴 수 있을까. 「다음 생을 기다리며 」 : 로또복권 1등 당첨자가 당첨금 한 푼 써보지도 못한 채 불의의 사고로 사경을 헤매던 중 죽음의 경계에서 한 저승사자를 만나 환생하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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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이 일상이던 1980,90년대를 지나온 중년 , 이제는 자본주의의 폭력에 상처입다
바야흐로 실업자의 시대 슬픈 현실, 위로가 필요한 찌질한 중년들을 위하여! 이 소설집은 주로 실업을 다뤘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화자에서부터 명예퇴직을 당한 중년 남성에 이르기까지 소설들의 화자가 주로 (준)실업자다. 작가는 중년에 접어든 가장의 실직을 빈번하게 소재로 활용한다. 표제작 「블론 세이브」는 작가가 가진 세계관을 잘 응축한 작품으로, 네 번째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이자 세 자녀를 두고 있는 사십 대 중반의 가장 ‘백수(BS)’가 등장한다. 「낚아내지 못한 자의 변명」에서는 세 번째 퇴사를 당하는 중년 남성이 등장하고, 「매가리 낚시」에서는 명예퇴직을 당하여 아내와 아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남성 화자가 등장한다. 자본주의 안에서 실업은 그야말로 치욕이자 죄악이다. 그 결과, 실업자는 이 세계 바깥으로 추방되어 마땅한 이방인, 유령, 회색인으로 취급된다. 이렇듯 불온하게 운용되는 이 세계를 향해 작가는 다음과 같은 윤리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노동의 영역으로부터 이탈된 자들이 이대로 익사되는 것을 방관할 것인가. 붕괴되어버린 사회의 윤리적 기초를 재건할 여지는 없는 것인가. 「굿바이, 리먼 브러더스」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게임의 법칙’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당장의 실적을 위해서 형제와 다를 바 없이 지냈던 자에게 퇴사를 종용해야 하는 이 무서운 법칙 속에서 ‘나’는 인간적 유대감과 공생에의 의지가 언제든 휘발될 수 있음을 직시하게 된다. 이 세계를 약육강식의 장(場)으로 간주하는 작가의 세계관은, 실업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두 개의 이름」은 우승열패,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논리가 80년대 이후부터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최루탄 냄새가 교실로 스멀스멀 스며들고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공권력이 작동하는 사회와 교사의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는 교실을 병치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의미를 소설적으로 의미화했다. 최루탄 냄새가 교실로 스며든다는 것은 폭력의 네트워크가 무한히 확장되는 사회적 풍경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교사가 학생들을 시도 때도 없이 두들기고, 단지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상급생이 하급생을 때리며, 급기야 대입 원서를 위해 교사가 학부모의 촌지를 착복하는 이 세계는 약자를 거세해나가는 방식으로 ‘온전하게’ 운용된다. 이렇듯 작가는 사회를 온전하게 작동시키려는 명목 하에 자행되었던 폭력의 역사를 폭로하고 고발한다. - 문학평론가 이만영의 「작품 해설」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