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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시골에 산다는 것
이사했어요, 시골로 봄, 시골에 사는 즐거움 시골의 봄 향기 벌금자리를 먹으며 다섯 평이 주는 행복 새로움을 향하여 아름다운 도둑 내일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오리가 알을 낳았어유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재래식 뒷간에 앉아 밤나무 아래 벤치를 놓아야지 자연은 얼마나 오묘한가요? 봄나물 뜯으러 오세요 이 강산을 빛내는 보배로운 들꽃 뽕나무 그늘 아래서 밭에만 가면 비요일에는 두 번째 이야기-느리게 산다는 것 소박한 밥상지기 빨랫줄이 있는 풍경 자연처럼 비우고 자연처럼 채울 수 있기를 참농부의 아름다운 삶 시골에 내리는 비 어스름 강가에서 고추와 함께 춤을 옥수수처럼 자라는 아이들 느림보 걸음으로 놀아주어야지 도토리를 주우며 그 길고 무덥던 어머니의 여름 여우비처럼 오는 손님 호박이 넝쿨째 굴러왔어요 세 번째 이야기-자연이 된다는 것 차라리 들꽃이고 싶다 가을 하늘의 쌍잠자리처럼 해바라기는 나의 희망 어디든 갈 수 있는 흐르는 물처럼 고추를 말리며 하하하 깨가 쏟아진다 물봉선 피어나는 이 가을에 무야 잘 자라줘, 우리 돈 좀 하게 더 많이 나눌 수 있기를 생밤 까주는 남자 대목 장날 코끝이 찡 서당 가는 길 노란 배춧속처럼 달콤하게 살아라 메주가 주렁주렁 들깨 터는 날 산타 할아버지에게 쓰는 편지 부엌 아궁이에 데워주던 운동화 시골에서도 문화의 주체가 될 수 있지요 어머니를 닮은 보름달처럼 느릿느릿 시골 풍경 네 번째 이야기-행복해진다는 것 꽉 차게 여문 콩처럼 저 빛나는 햇살 속으로 우리가 가는 길이 후회 없는 선택이기를 조금씩 다가가다보면 행복은 저녁노을과 같다고? 네 발 달린 지팡이 청보리 공부방 아이들 담벼락 아래 아욱이 나풀거릴 때 정이 넘치는 풍성한 나눔 흙을 사랑하는 사람들 남편 조수석을 자청하는 이유 남편의 첫해 고추 농사 일기 보석처럼 빛나는 땀방울 옛날 농사지을 땐 말이여 다시 봄, 생명의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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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눈 소식으로 전국이 떠들썩합니다. 봄을 향해 치닫는 봄바람에 심통이 났나 봅니다. 막바지 겨울을 떠나보내기 싫어서 보채는 투정치고는 눈이 너무 많이 내렸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선물이 될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겠지요. 많은 연인들에게는 뜻밖의 눈 선물이 되었고,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들에게는 깊은 상처가 되었습니다. 비닐집이 무너져 내리고 그 속에서 예쁘게 자라고 있던 모종들이 고스란히 주저앉았습니다. 농부의 가슴에는 눈의 무게만큼 돌덩이가 내려앉았습니다. 별다른 피해가 없는 중부지방에서는 가뭄에 단비였습니다. 도랑물조차 말라버린 겨울 가뭄에, 조금만 걸어도 털신이 강아지처럼 뽀얗게 먼지가 앉았는데……. 어제는 묻어둔 김장김치를 꺼내러 밭으로 갔습니다. 비닐집 안에 가을에 뿌려놓은 호밀이 제법 많이 자랐습니다. 그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맨땅을 뚫고 움튼 씨앗의 생명력 앞에 경외감을 느낍니다. 제대로 물을 줄 수도 없었고, 주인은 아랫목에 앉아 발걸음도 뚝 끊었는데 저희들끼리 잘 자라고 있으니 저 푸른 생명이 어찌 거룩해 보이지 않겠습니까. 밭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얻어다 심은 두릅도 움이 나올 조짐을 보입니다. 작년에 옮겨 심은 매실나무도 새 가지가 많이 나왔습니다. 항아리 속에서 알맞게 익은 김치를 꺼내고, 밭 귀퉁이에 난 냉이 몇 낱을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호미로 깊이 파서 캐고, 가을에 묻어둔 무 서너 뿌리 꺼내고, 파 두 뿌리를 뽑고, 빨랫줄에 매달아놓은 시래기 걷어서 소쿠리 가득 담으니 저녁 반찬이 넘칩니다. 금방 캐 온 냉이 씻어서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이고, 무생채 새콤달콤하게 버무리고, 김치냉장고에 넣어둔 것보다 원숙하게 익은 김장독 김치 송송 썰어서 참기름 한 방울에 통깨 솔솔 뿌려 조물조물 무쳐놓으니 비빔밥 준비 끝. 눈 깜짝할 사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저녁 식탁. 올해는 참외를 심어보자는 큰아들 녀석과, 엄마가 아침마다 갈아주는 토마토 주스가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작은놈과, 뭐니 뭐니 해도 일하다 따 먹는 오이가 꿀맛이라고 주장하는 남편과, 무엇보다 반찬 걱정 덜어주는 상추가 으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나, 네 식구의 소원을 다 들어주자면 올해도 우리 밭은 총 천연색으로 박물관 같은 실험 농장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는 식구들 모두 자신이 원하는 작물을 키워보고 열매가 열리면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이름으로 나누어줄 수 있도록 이름표를 달아줄 생각입니다. 엄마 아빠가 일하는 농장이 아니라, 가족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우리들 농장으로 가꾸어볼 생각입니다. 일요일이면 함께 나가서 물도 주고 풀도 뽑아주고 튼튼하게 자라도록 가지도 쳐주고 비바람에 넘어지지 않도록 지지대도 세워주고 끈도 매어주는 하나하나의 작업 과정을 넷이서 나누고 영농일지도 나름대로 써보자는 둥 조잘조잘 얘기가 끝이 없습니다. 아이들 컴퓨터 오락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대화가 줄어드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했는데, 농사일을 같이 하기로 쉽게 결론이 났습니다. 농사일을 같이 하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좋고, 모자란 대화를 채울 수 있어 좋습니다. 더구나 힘든 일을 나누어서 하다보면 엄마 아빠의 일도 이해하고 자신들의 고민도 자연스럽게 털어놓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도 가져봅니다. 보슬보슬한 흙을 만지면서 흙처럼 부드러운 마음도 닮아가고 돌도 골라내고 풀도 뽑다보면 작고 보잘것없는, 이름 없는 것들에게도 따뜻한 눈길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세상을 향한 마음도 그만큼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벌써부터 희망이 자꾸 잔가지를 칩니다. 비로소 봄 향기로 가득한 이곳, 시골로 내려온 즐거움이 가장 큰 때가 되었으니 몸도 마음도 바쁘기만 합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