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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양 제주에 살암수다
여행하듯 살아가듯, 어느 작가의 제주 생활 연습장
김민수
얼론북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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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2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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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나도 양 제주 살암수다 4

1장 봄에서 여름으로


제주도는 큰 섬이다 15
표선목욕탕 21
우장 쓴 영등할망이 뒷마당에 찾아온 날 27
선자싸롱 34
고사리 시즌, 막이 오르다 40
냥이의 계절 46
청보리 물결치는 가파도의 초록한 봄 56
파품 갈치 나왔수다, 혼저 왕 상 갑써 63
땅콩 아이스크림 사진 한 장 때문에 69
가끔은 제주 원도심, 첫 번째 이야기 78
가끔은 제주 원도심, 두 번째 이야기 85

2장 여름에서 가을로 건너갈 때


대동강 초계탕 95
분위기에 녹아드는 맛집 취향이라니 101
터무늬 있는 그곳 모슬포, 첫 번째 이야기 108
터무늬 있는 그곳 모슬포, 두 번째 이야기 114
웰컴 투 오조리 120
트라우마를 날려버린 마라도 기행 126
구름, 바람 이따금 비 그리고 차귀도 133
황당하고 끈적거리던 어느 여름날 140
제주의 여름꽃을 보여줘 149
알박기 빌런이 사라진 금릉해변 155
꽃과 신화가 있는 동쪽송당 동화마을 161
세화오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마음이 설렌다 166

3장 가을과 겨울이 겹치는 자리


평대스낵 175
제주 돼지고기는 다 맛있다 180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된 제주 노을 186
대체로 늙어 가지만, 때론 젊다 200
어쩌다 비양도 205
삶을 이끌어 온 아름다운 공동체 제주 해녀 211
성읍민속마을 전통민속 재현 축제 219
아내가 사랑하는 용눈이오름 226
벌초와 아버지 232
녹동 가는 길 238

4장 겨울에서 봄을 기다리며


추자도와 횡간도는 제주의 섬이다 247
월간 신풍리 254
첫눈이 내리던 날 260
눈 오는 날 국수를 만들어 먹다가 266
어리숙한 손님, 어설픈 접대 272
괴물광어 소동 278
동백오일 플렉스 283

저자 소개 1

여행 작가. 꽤 오랫동안 섬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운명처럼 제주에 산다. 저서로는 『섬이라니, 좋잖아요』 『섬에서의 하룻밤』 『대한민국 100섬 여행』 등이 있다. ‘섬이라니 좋잖아요’는 작가가 운영하는 민박집 이름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avolt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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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54g | 140*200*18mm
ISBN13
9791194021254

책 속으로

제주에서는 집 밖만 나가도, 육지 사람들이 못내 그리워하는 여행이잖아요. 중고 물건을 사러 애월에 다녀오고 자동차 수리를 맡기고는 함덕해변에서 커피를 마시기도 합니다.
--- 「Prologue」 중에서

아내가 이것저것을 물어보더니 흥정을 시작했다. 역시나 믿음직한 갈치, 그리고 할머니들께서 구워 먹으면 정말 맛있다며 추천한 고즐맹이(꼬치고기)를 샀다. 한 손으로 들 수 없을 만큼 묵직했지만, 고작 3만 원을 썼다.
--- 「파품 갈치 나왔수다, 혼저 왕 상 갑써」 중에서

잠시 술잔을 내려놓고 협재해변에서 그 반대편의 금능 방파제까지 걸어본다. 먼발치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버스킹에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 본다. 기타 선율에 실린 낮고 맑은 목소리, 저녁이라 쓰고 낭만이라 읽어야 할 것 같은 금능의 저녁 풍경이다.
--- 「알박기 빌런이 사라진 금능해변」 중에서

창 너머 시선이 닿는 곳마다 바다와 하늘이 번갈아 넘실댔다. 손질 자리돔을 만 원어치, 순대도 오천 원어치 샀다. 그리고 국수 가게에 들어가 비빔국수, 콩국수, 해물파전을 주문했다.
--- 「세화오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마음이 설렌다」 중에서

그들로 인해 제주살이는 외롭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다. 고향이라는 동질감을 가지고도 쉽게 친해지기 어려웠던 로컬들에 비해, 생활 방식과 문화에서 동질감 있던 우리는 자주 어울리며 더욱 가까워졌다.

찬국은 기다렸다는 듯 성읍집 인테리어를 맡았다. 그는 인력이 모자랄 때마다 지인들을 불러 일을 시켰다. 앞집에 사는 형식과 선자는 내장 칠을 했고, 지훈의 또 다른 후배 동묵은 화장실 타일을 붙였다. 선자는 한국화 전공이고 동묵은 호주 유학 당시 타일 붙이는 일을 배웠단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 해결하는 제주 살이, 옆에서 지켜보니 더욱 재미있고 신기했다.
--- 「평대스낵」 중에서

태양이 수평선에 가까워지자 조천포구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의 얼굴만큼이나 발그레한 노을 앞에 섰다. 서로 다른 여행이 조천포구에 모여 대오 단결하는 순간이다.
---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된 제주 노을 」 중에서

“목욕탕에 다니는 언니 남편이 낚싯배를 가지고 있는데, 광어를 잡았나 봐. 나 준다고 해서 받아왔어.”
조심스레 마대를 벗겨냈다. 그러자 평생 한 번도 본 적 없는 초대형 광어가 나타났다. 크기도 엄청났지만, 거무튀튀한 외관에서는 괴물의 포스까지 느껴졌다.
‘엄청난 놈이다!’
한바탕 호들갑을 떨며 환호성을 지르고 나니 뒤가 허전했다. 감당의 경계 너머 현실 걱정이 엄습해 온 것이다.
‘이놈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한 번도 회를 떠본 적 없는 남편과 작은 활어는 몇 번 다뤄봤던 아내도 엄두가 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 「괴물광어 소동」 중에서

저녁에는 동백오일 플렉스를 즐겼다. 프라이팬에 식용유가 아닌 동백오일을 질펀하게 뿌리고 계란 5개를 터뜨렸다. 계란의 테두리가 노르스름해질 때쯤 가스불을 껐다. 오일에 남은 열기가 아래의 얇은 면을 살짝 구웠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최고의 프라이가 완성됐다.

제주살이 별거 없다. 의미를 붙이면 모두가 재밋거리다.

--- 「동백오일 플렉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여행이 끝나고 남은 건 풍경이 아니라 삶이었다
한 끼, 한 철, 한 계절로 배워가는 제주
여행이 끝나도 여행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삶이라는 이름으로

제주살이에는 여유만 있는 게 아니다. 낯설음, 호기심, 생활력, 사람 냄새가 고루 섞여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진짜 제주살이에 대한 기록, 여행이 끝난 자리에 다시 시작된 ‘생활의 기록’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살고 싶은 섬’을 하나 만들어주는 다정한 에세이다. 익숙함에 젖기보다는 새로움을 향해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태도, 속도를 내려놓고 계절과 리듬에 귀 기울이는 자세, 그리고 매일의 소소한 일을 여행처럼 마주하는 감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여행 작가였던 저자는 제주로 삶의 기반을 옮기고, 천천히 ‘도민의 언어’와 ‘섬의 리듬’을 익혀간다. 이 책에는 제주에 정착한 한 작가가 보고 듣고 느낀 제주의 일상들이 소박하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관찰자의 시선’이 아닌 ‘생활자의 언어’로 쓰여 있다는 점이다. 표선목욕탕 언니들이 챙겨주는 여름 쌈밥, 고사리를 따러 중산간 도로에 빼곡히 늘어선 자동차들, 낚시꾼의 손에 들려 돌아오는 조과, 이름도 생소한 ‘고즐맹이’ 한 손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장길. 이 모두가 느슨하지만 분명하게 제주를 이루는 조각들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제주의 삶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사려 깊으며, 무엇보다도 생생하다.

관광지로만 알았던 제주의 참모습, 도민들이 살아가는 진짜 풍경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주에서는 일하는 날도, 만나는 약속도, 날씨에 따라 정해진다. 비가 오면 농사를 미루고, 바람이 불면 계획을 바꾼다. 오일장에서 아강발을 사고, 성산읍 어귀에서 고사리 앞치마를 발견하며, 함덕해변에서 커피를 마시다 문득 계절을 자각하는 순간들. 제주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바람처럼 불고, 사람의 인사는 바다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진다.

그 유연함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작가는 점점 “그래도 괜찮다”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그렇게 삶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마음은 조금씩 느긋해진다. 그리고 이 느슨하지만 진한 관계의 섬에서, ‘여행하듯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익혀나간다.

이 책에는 각 장면마다 사람이 있고, 제철 음식이 있고, 바람과 파도가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도 그곳의 언덕을 걷고, 시장의 냄새를 맡고, 표선 바닷가의 고양이들에게 인사를 건넬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도 제주 어딘가에서 고사리를 따고, 자리를 구워 막걸리를 따르고, 고양이에게 사료를 건네며 해질녘의 하늘을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여행의 끝자락에서 다시 여행을 시작하고 싶은 당신에게, 그 여행을 삶으로 이어가고 싶은 당신에게 권하는 한 권의 연습장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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