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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전쟁과 인간성 111부. 전쟁의 요소들1장. 심문 452장. 전쟁 포로 993장. 심문관 1492부. 인간성을 심문하다4장. 거제도: 반란 또는 혁명 2055장. 38선 남쪽에서: 철조망과 혈서 사이 2516장. 38선에서: 제3의 선택 3057장. 38선 북쪽에서: 미국 시민-전쟁 포로 351결론 전쟁의 디아스포라 405감사의 말 418옮긴이 후기 427주 442참고문헌 483찾아보기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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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심문실로 들어가다 : 인간의 내면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미국 국가기록관리청(NARA)의 금고 선반에는 대형 문서 보관함 두 개가 놓여 있다. 리 하비 오즈월드의 소총, 에바 브라운의 일기 등과 함께 자리한 이 상자들에는, 1953년 5월 영천 포로수용소 반공 포로 487명이 쓴 100쪽이 넘는 혈서가 들어 있다. 이 피의 탄원서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유엔군 총사령관, 정전협상 미국대표 앞으로 보낸 것이었다. 왜 혈서가 금고에 보관되었을까. 분류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마음(언어)와 몸(피)의 구분을 무너뜨려 분류 체계에 도전하는, 보는 이로 하여금 텍스트의 내용이 아니라 글쓰기의 행위에 바로 직면하게 하는 이 ‘피의 청원’은 어떤 종류의 정치적 행위였을까?“우리는 반공주의 대 공산주의라는 기존의 냉전 이분법으로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불충분하며, 오히려 식민주의, 주권, 인정[승인]의 문제가 한국전쟁의 전장에서 훨씬 더 핵심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사람의 내면이 어떻게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의 지형이자 전쟁 개시의 논리[정당성]가 되었는지를 보여 준다.”모니카 김은 한국전쟁에 대한 기존 논의에서 부차적, 혹은 ‘각주’로 취급되었던 ‘포로 송환 문제’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그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등장한 갈등의 핵심은 단순히 영토주권과 국민국가라는 통상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이 싸움의 중심은, 1945년 이후 국민국가 체계의 토대를 형성한 중요한 관계 역학, 즉 정치적 인정의 문제에 있었다. 이 책은 인정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전쟁의 본질적인 지형이 되었는지를 이해하려면, 전쟁의 전통적인 풍경인 전장戰場에서 벗어나 심문실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전쟁은 1950년 6월에 38선이라는 경계를 침범한 전쟁으로 시작되었지만, 1952년 초에 이르러서는 인간 주체의 권리, 즉 전쟁 포로의 자기 결정권이나 선택권의 침해를 두고 벌어지는 전쟁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또한 “포로 송환을 둘러싼 논쟁이 과열되면서 정전 협상은 약 18개월 동안 지연되었고, 그동안 한반도 전역에서 교전이 지속”되었다.이런 논의의 전환을 그는 “한국전쟁 서사에서 학자들이 38선에 부여했던 역사적 우위에 도전한다.”고 표현한다. “한국전쟁에 대한 수많은 연구들이, 38선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거나, 한반도의 한가운데 그려진 38선을 강조함으로써, 전쟁의 성격을 주로 38선이라는 물리적 지형의 위아래 움직임으로 파악한다. 이 책은 전쟁 수행의 정당성 문제를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남북한의] 개별 국민들[의 선택과 지지]에 초점을 맞추도록 만든, ‘비상사태’의 풍경을 그려 냄으로써, 한국전쟁 서사에서 학자들이 38선에 부여했던 역사적 우위에 도전한다.”전지구적 지정학을 헤쳐 나갔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되지 않은 역사들’(untold history)“일상적이지 않은 폭력의 위협을 안고 있던, 전쟁의 가장 일상적인 사건인 심문은 또한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는데, 이는 우리로 하여금 한국전쟁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경험을 정치사로서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한다. 대체로 한국전쟁의 정치사는 전쟁 도중 벌어진 사건, 유명한 인물의 행위,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하향식 서술 분석 안에 머무른다. 이 책에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관료, 외교관, 군인 등의 역사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전 지구적으로 펼쳐진 지정학을 헤쳐 나갔던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다.”이 책은 스무 살 청년 오세희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국군 병사를 만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넌 뭐야”라는 질문을 받았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그는 자신이 살려둘 자격이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미리 몸 이곳저곳에 숨겨둔 네 장의 문서(서울대학교 학생증, 교사 자격증, 인민군이 발급한 애국자증명서, 유엔군이 살포한 귀항증)를 차례로 제시한다. 군인은 그것들을 모두 찢어버리지만 긴 머리를 보고는 군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전쟁 포로로 분류해 끌고 간다.이 책에는 여러 사연을 안고 전쟁 포로가 된 남과 북의 (친공/반공) 한국인 포로들, 진주만 공습 이후 루스벨트 정부에 의해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어 청소년기를 보냈던 일본계 미국인 심문관(이들이 다시 한국인을 심문하게 되는 아이러니), 대공황과 인종 분리 정책을 경험하며 성장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미군 백인/흑인 포로들의 서사가 교차적으로 펼쳐진다. 또한 중립국을 선택한 한국인 76명과, 미국으로의 송환을 거부하고 중국을 선택해 미국 시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21명의 미군 포로들의 이야기도 있다. 이 젊은이들은 모두 같은 시기에 한국전쟁의 한 가운데 있었고, 오세희가 받았던 질문, ‘넌 뭐야’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대답해야 했다. 이 책은 이들 각자가 역사적으로 특정한 장소, 기술, 경험 등을 통해 이 전쟁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에 대한 역사다. 전쟁 속 개인들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포로수용소 내부 널빤지에 쓰여 있는 포로들의 글씨, 포로수용소를 탈출했지만 근처 마을에 정착해 농부가 되었다는 어느 포로에 대한 언급에서 잘 나타난다. “포로들의 글쓰기는 자신들의 정치적 주체성과 상상력을 표현하려는, 다시 말해 감금을 통해 그들을 침묵시키려고 했던 공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그들의 목소리와 현존이라는 가시적인 형태로 덮어 버리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과도 같았다. 한때는 포로였던 이가 자신을 가두었던 포로수용소의 그늘 아래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살기로 한 선택은 미국과 신생 국가 대한민국이 내세운 항구적인 ‘예외 상태’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일구어 나가려는 한국인 주체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것은 자결, [농부가 일구는] 토지, 해방된 삶이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기억하고 그리로 돌아가려는 고집스러운 모습이었다.”방대한 자료와 새로운 기밀 해제 문서이 책의 기반이 된 문서 아카이브에는 그동안 학자들이 체계적으로 분석한 적이 없는 문서들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는 이전에 검토된 적이 없는 두 가지 중요한 문서들이 있다. 첫 번째는 거제도 유엔군 포로수용소에서의 심문 기록과 사건 요약을 포함한 300건 이상의 조사 사례 모음이다. 두 번째는 정보공개법에 따른 오랜 요청을 통해 최근에 기밀이 해제된 일군의 문서들이다. 이는 중국과 북한의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정전협정 이후 귀환한 미군 포로 1000여 명을 미군 방첩대가 심문한 자료로, 방첩대는 특히 포로들이 받았던 심문 경험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 자료들을 통해 미군 포로들의 육성을 담아냄으로써 이 책은 좀 더 입체적인 한국전쟁의 모습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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