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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_ 고마움들의 작은 컬렉션/물건 사기, 버리기
신발, 낡은 신발, 신발 수집 조약돌 서랍 끈, 끈 컬렉션 감자, 빈취 씨 스펀지 몽당연필 네슬레 초콜릿 포장지, 국기 고양이 약, 식이요법, 병 수집가 친구 부부 유물 우표, 판화, 밀레의 <만종> 그림엽서 분류, 엽서의 뒷면 내 그림 여자 정적, 침묵의 컬렉션 하루의 하늘 작은 그림들 컬렉션 테크닉 컬렉션의 운명 책상에 얹힌 컬렉션들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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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로 나는 끈의 찬미자가 되었다. 용도와는 별개로. 여행의 감동과도 상관없이(마닐라에서 산 끈이건 마카오에서 가져온 끈이건), 또한 노끈의 경제학적 또는 기술적 역사와도 상관없이 실이며 밧줄이며 오직 끈 자체를 위한 끈 애호가가 되었다. 왠지 그 이유는 잘 알 수 없었지만, 피에로처럼 나 역시 길게 뻗은 끈 조각을 보고 있노라면 기쁨이 솟고 점차 황홀한 무아경에 이른다. 전화 벨소리가 그 순간을 난폭하게 깨뜨릴 때까지. --- p.45
… 나는 몽당연필을 유리병이나 항아리에 넣어서 보관하기 전까지는 몽당연필을 특별히 눈여겨본 적이 없었다. 나는 몽당연필의 귀여운 모습에, 장작 쌓듯이 차곡차곡 쌓아도 가만히 있는 양순함에 감동 받은 적도 없었다. 나는 수명을 다한 연필들이 사라지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연필들은 숨고 도망가고 자멸하는데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연필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연필의 소리 없는 출발을 용이하게 한다. 사람들은 연필을 잊고 있고, 그 사이에 연필은 떠난다. 왜 연필들만이 어린 시절에 죽는가? 연필이 예쁜 안색을 잃고 늙어 가는 것이 상상이나 되는가? --- p.78 컬렉션들이 책상 연안에 밀려와 있다. 평범한 돌, 연필 깎은 부스러기, 손톱만한 연필들, 온갖 크기의 지우개, 놀이 카드, 그림엽서, 말라 쪼그라든 감자, 종이 표본, 처방전, 내가 가져보지 못한 삶들의, 여인들의 컬렉션, 특별한 일이라곤 없었던 날들의 컬렉션. 그리고 내 귀에는 이명이라는 종소리가 그칠 줄 모르게 울려대는데, 정원에서 지저귀는 새 울음소리는 차단시키는 이 정적. 무수하면서도 유일한 것인 그런 것들의 컬렉션이 정적이 될 때, 내 나날들의 컬렉션은 중단될 것이다. --- p.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