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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함께하는 마지막
이현택
책밭 201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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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암 환자의 일상
당신은 불효자인가 14
대화가 가장 어려웠다 18
왼손에는 신라면 오른손에는 인절미 25
일상의 행복 찾기 31
오늘도 통증을 달랬다 36
여한이 없다는 건 거짓말 41
암 환자는 왜 잔소리가 많은가 47
엄마의 우울증 53
아버지는 내복광 59
실망과의 싸움, 오늘은 65

아버지의 위시 리스트(wish list)
아버지는 장어가 먹고 싶었다 74
암 환자는 견뎌야 한다 80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동시에 받다 86
아버지의 위시 리스트(wish list) 91
퇴원이 반갑지만은 않다 96
암 환자가 건강관리를 하는 이유 102
아버지의 중절모 108
언젠가는 장례를 치러야 한다 113
암 환자와 병원비 119
통증과 새 생명 126

1만 원의 효도
“치료법 없나봐”라는 아버지의 말 134
마지막 선물 140
전화기가 울리면 145
“친구야, 우리 또 볼 수 있을까” 150
1만 원의 효도, 간식 156
암 투병 수발을 들고 있는 어머니의 손 161
끊임없는 ‘공부해라 ’잔소리도 반갑다 166
불효자의 입원 171

시한부, 끝이 아니다
시한부, 끝이 아니다 1 180
시한부, 끝이 아니다 2 186
“아버지 위독하시니? ”씁쓸한 인간관계 193
아버지의 진짜 병명 198
아버지의 마지막 치료계획 203
텔레파시와 취향 208
패스트푸드 쿠폰에 열광하는 아버지 213
가난, 그 생존의 고민에 대하여 218

아버지와의 인터뷰, 그리고 마지막
아버지와의 인터뷰 :
‘죽음의 여행’을 준비하는 아버지와의 대화 226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233
당신도‘ 말로만 효자’인가 238

에필로그_ 투병은 없다
부록

저자 소개 1

「조선일보」 디지털기획팀 기자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를 거쳐 「조선일보」로 이직했다. 미국 탐사 보도협회(IRE)에서 아시아 국가 출신 최초로 이사로 선출됐다. 저서로 「저널리스트」, 「언론고시 하우 투 패스」(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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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62쪽 | 411g | 153*224*15mm
ISBN13
9791185720036

책 속으로

아프기 전 일할 때만큼이나 치열한 투병 생활. 암 환자 아버지는 왜 건강관리를 할까. 정답이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아버지와의 대화를 종합해 본 결과 “애들 만나려고”였다. 애들의 범주에는 나(자녀)도 있고, 아버지가 지도했던 학생들 또는 나의 친구들도 있다. 아버지의 지인 또는 학창시절 친구들을 ‘애들’의 범주로 묶으시기도 한다.---p.103

특히나 2012년 3월 첫 방사선 치료 때에는 병원비가 나의 목을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시원 작은 침대에 육중한 몸을 뉘고 있는데, 아침에 잠을 깨우는 문자메시지 소리가 들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 OOO병원 8만 원. 당시 월26만 원짜리 고시원에 살고 있었던 내게 그 메시지보다 무서웠던 것은 없었다. 33회의 방사선 치료에 약 300만 원이 들었다. 당시 나의 빚은 거의 2억에 육박해 있었다.---p.121

반쯤 먹었을까. 아버지가 본론을 꺼냈다.
“나, 치료법이 더는 없나봐.”
울컥했다. 울지 않으려고 했다. 5분 정도 별말 없이 ‘하하하’ 같은 헛웃음 소리만 내면서 밥을 먹었다. 침묵을 깬 건 아버지였다.
“문어 머리가 익었구나. 정력에 좋다니 네가 먹거라.”
“두 마리니깐 하나씩 드시죠.”
낄낄대면서 하나씩 먹었다. 고소한 맛이 좋다.---p.135

솔직한 이야기로, 내게는 부모님의 전화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이건 웬 불효자 인증 같은 소리인가 할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가끔은 두렵기 때문이다. 나는 부모님과의 전화에서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적이 수십 차례였다.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전화, 아버지도 아프고 경기가 좋지 않아 사업을 접어야겠다는 전화 등 다양했다. 오히려 사업이 어려우니 돈을 좀 해드리라는 전화는 양반이었다. 지금도 나는 전화가 울리면 1초 만에 받는 편이다. 어떤 사람들은 내게 전화를 왜 그렇게 빨리 받느냐고 묻는다.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서다. 빨리 어떤 일인지 알고 싶은 습관이 생겼다.---pp.145-146

암 환자의 취향은 병세에 따라서 변한다. 내 경험상으로는, 대개 3개월 단위로 취향이 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먹고 싶은 것은 2~3일에 한 번씩 생각이 난다. 마치 입덧을 천천히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먹고 싶은 것에 대한 욕구는 입덧에 비해 훨씬 길고 꾸준하다. 어느 순간에 잠깐 먹고 싶은 것이 생각났다가 애써 구해주면 정작 몇 입 먹고는 맛이 없다는 둥 변덕이 심한게 입덧이라면, 암 환자의 입맛은 길고도 꾸준하다. 대구탕이 먹고 싶으면 그것을 먹을 때까지 이틀, 사흘, 길게는 일주일까지 생각이 나는 것이 암 환자의 입맛이다.

---p.209

출판사 리뷰

이 시대의 불효자들에게 던지는 가슴 찡한 메시지

‘암 환자’ 하면 쉽게 떠올리는 것이 ‘눈물’일지 모른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 빠르게 늙고, 약해져 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이 어디 눈물뿐이던가. 암 환자의 일상 역시 다르지 않다. 짜증, 눈물, 고통이 있긴 하지만 식욕, 투정, 잔소리, 웃음이 함께 한다.
저자는 책에서 암 환자들에 대한 편견, 통념과 현실의 괴리를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우선 환자에게 무겁고 우울한 “어쩌다 이런 일이!”, “꼭 이겨내세요!”, “많이 힘드시죠?”와 같은 말이 아니라, 다소 퉁명스러워도 “밥은 드셨어요? 반찬은 뭐였어요?”와 같이 일상을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암 환자와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시각이다.
저자는 그런 이유로 아버지와의 영원한 이별을 앞에 두고서도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부친의 일상을 꼼꼼히 적고 생각을 깊이 다듬었다. 기자의 냉철함과 관찰의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 암 환자의 소소한 일상, 그래서 일반인들은 다소 의아해 할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임산부의 입덧처럼 식욕이 커진 암 환자의 식사 메뉴부터, ‘가글, 마스크, 지팡이, 휴지’ 같은 외출 4종 세트 이야기, 곤란한 경제 문제, 암 환자 가족이 느끼는 심리적 변화까지 많은 내용을 치밀하게 적었다. 죽음으로 생겨날 육친과의 긴 이별을 위한 종합 매뉴얼과 같다는 느낌을 준다.
암 환자 아버지를 향한 인터뷰 형식도 보여 준다. 아버지에게 있어 ‘암의 의미’ ‘죽음’ ‘절망’ 등 가슴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묻고 또 묻는다. 이는 모두 아버지와 좀 더 함께하고 싶은 자식의 슬프고 공허한 몸짓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를 보는 우리는 찡한 감동을 받는다.
이 담담한 일기 속에서 큰 울림이 있는 메시지 하나를 건질 수 있다. 자식이 부모에게 바치는 ‘효도’의 본질에 닿는 대목이다. 책은 부모와 가능한 한 많은 일상을 함께 하라는 권유를 담고 있다. 눈물을 자아내는 최루의 작용이 거의 없는 담담한 필치이기는 해도,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에 물기가 가득 찼다는 점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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