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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천사 남일이와 순례
서울참새 포롱이 마법의 알약 삭정이를 만드는 나무들 성준아 아이리스야 미안해 바보 용배 도토리묵 와이셔츠에 묻은 사랑 ATM이 들려주는 이야기 양치기 소년이 들려주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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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그러나 교정에서 맞이하는 계절은 똑같지 않습니다. 계절이 지나는 동안 아이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 싱그러운 봄에서 시작되어, 신나는 여름을 맞고, 고즈넉한 가을을 지나, 따듯함이 그리워지는 겨울로 끝나는 우리의 계절을 닮은 동화책이 한 권 있습니다. 고운진 동화작가의 『도토리묵』입니다. 『도토리묵』에 담긴 고운진 동화작가의 열 편의 동화에는 언제나 계절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계절은 대부분 학교의 뜨락에서 맞이하는 계절입니다. 평생 동안 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었던 그이기에, 그는 언제나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교실의 창을 통해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한결 같기만 한 계절이 사실은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자라나게 하는 우주의 신비라는 것을 알았을 테지요.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그는 아이들이 자라나는 그 신비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떠나간 교실,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들어온 산들바람이 책상 위에 놓인 원고지의 끝자락을 팔랑팔랑 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원고지에는 고운진 동화작가의 동화가 잠시 멈추어져 있습니다. 그것은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잠시 멈추어져 있다가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나면 다시 시작되는 그의 꿈의 또 다른 반쪽입니다. 그것은 어느 때에는 따듯한 봄날 「행복천사 남일이와 순례」가 떠나는 멀고 먼 장터 심부름길일 때도 있고, 뜨거운 여름 교내 수영대회에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바보용배」일 때도 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아빠와 함께 도토리를 주우러 산에 갔다가 다람쥐 가족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손에 쥐면 몰캉몰캉 형태가 부서지는 「도토리묵」 같은 이야기일 때도 있고, 추운 겨울 이웃의 어려움을 안타까워하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같은 「ATM이 들려주는 이야기」일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계절의 한 자락이 담긴 따듯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는 동안 교실 창밖의 교정에도 그의 동화와 꼭 닮은 계절이 머물고 있습니다. 그의 동화 속에, 그리고 학교 운동장에 계절이 머물다 지나가는 동안 그의 동화 속의 아이들도, 운동장의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은 언제나 신비이고, 기적입니다. 고운진 동화작가의 삶의 계절에도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교직 생활도 이제는 후반기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그는 얼마나 많은 계절을 학교의 뜨락에서 맞이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을 바라보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계절이 지나는 동안,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그는 아이들이 떠나간 빈 교실에 앉아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씨앗처럼 품고 있는 동심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적어내려 갔습니다. 그렇게 한 편 한 편 써내려간 동화들이 어느덧 이렇게 열 편의 열매가 되어 세상에 내놓습니다. 가을날 햇볕에 무르익은 열 편의 동화 열매를 안고 있는 그의 얼굴은 세월의 흔적에도 아랑곳없이 수확을 끝낸 농부처럼 풍요롭고 넉넉하기만 합니다. 그가 건네주는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하나 받아듭니다. 한 입 베어 물면 향긋한 과즙이 입 안 가득 퍼져나갑니다. 거기에는 새싹 돋는 봄과 성장하는 여름과 영그는 가을, 이렇게 계절의 맛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손바닥에 남은 마지막 씨앗 하나. 그것은 생명을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신비의 씨앗이자 다음 계절을 다시금 불러낼 수 있는 희망의 씨앗입니다. 고운진 동화작가가 그의 동화 한 가운데 깊이 담아놓은 한 알의 동심의 씨앗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