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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의 철학
라르스 Fr.H. 스벤젠 저 / 도복선 역
서해문집 200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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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지루함이 갖는 문제점
철학과 지루함의 문제
지루함과 근대
지루함과 의미
지루함과 일과 게으름
지루함과 죽음
지루함의 유형들
지루함과 새로움

>지루함의 역사
아케디아 - 근대 이전의 지루함
지루함의 철학 - 파스칼에서부터 니체까지
낭만주의의 지루함 - 『빌리암 로벨』에서 「아메리칸 사이코」까지
「크래쉬」- 지루함, 몸, 기술, 일탈에 대하여
사뮈엘 베케트와 불가능해진 개인-의미
앤디 워홀: 개인-의미의 포기

>지루함의 현상학
기분의 조율에 대하여
존재론 - 지루함의 해석학

>지루함의 교훈
나는 무엇인가?
지루함과 인류역사
지루함의 경험
지루함과 성숙

마무리 말
주석

저자 소개

저자 : 라르스 Fr. H. 스벤젠(1970-)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교 철학과 부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연구와 책 쓰기에도 열심인 철학자이다. 영어와 독일어로 번역된 이 책 외에도, 『인간과 윤리의 유전자』 『악의 철학』 등의 저서가 있다.
역자 : 도복선
중앙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함부르크 대학교에서 독문학을 공부했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GEO한글판 독일어 번역위원으로 있으면서 번역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생쥐의 천일야화』 『이타적 과학자』 등이 있으며, 저술로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과 정체성 위기 문제」가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5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98g | 148*210*20mm
ISBN13
9788974832513

책 속으로

“지루함이란 모든 악덕의 뿌리다.” 키르케고르의 이런 주장은 지나친 과장이다. 그렇지만 지루함이 악덕에 꽤나 많은 빌미를 주는 건 사실이다. …… 기독교 초기의 교부들도 벌써 그런 관계를 알아차렸는데, 사실 전혀 놀랄 일도 아니다. 근대 이전에 게으름이나 무관심 혹은 따분함이라는 뜻을 담은 낱말 ‘아케디아(acedia)’는 지루함이란 낱말의 선배 격인데, 교부들은 이를 가장 몹쓸 죄악으로 보았다. 그 이유는 다른 모든 죄악들이 바로 거기서 비롯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p.31

지루함이란 현상이 낭만주의와 더불어 대중화되었고 넓게 퍼지게 되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루함이 늘었다는 건 의미를 만들어 내고 그 의미로 말미암아 스스로를 유지시켜 가는 조직인 사회 또는 문화에 심각한 잘못이 있다는 뜻이 된다. …… 말하자면 지루함이 늘어난다면, 그건 어쩌면 전체의 의미가 사라져 버린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지도 모른다.

--- p.41

영어의 지루함인 ‘boredom’이란 말은 1760년 이후 비로소 쓰이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그 쓰임이 갈수록 잦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p.43) …… 고대 그리스어에서 게으름을 나타나타내는 말들이나, 질림이나 권태의 뜻을 담은 말(코로스)은 있었지만, 우리가 쓰고 있는 지루함이란 개념을 제대로 담고 있는 말은 없다. 그마나 아케디아란 말이 그래도 가장 가까운 편인데, 이 말은 부정의 뜻을 담은 ‘a’와 걱정하다는 뜻을 가진 ‘kedos’란 말이 합쳐진 것이다. 르네상스에 이르면 아케디아의 개념은 우울함의 멜랑콜리란 개념에 자리를 내어준다. 그것은 르네상스 때가 되면서 사람들이 더 자연스러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 p.89~91

버트런드 러셀은 지루함을 견뎌내지 못하는 세대는 소인들의 세대라고 하였다. 옳은 말인 것 같다. 어느 정도 지루함을 견뎌낼 능력이 없이는 비참한 생활, 끊임없이 지루함을 피해 달아나기만 하는 그런 생활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지루해 할 줄도 알도록 교육해야 마땅하다.

--- p.248

지루함은 우리 존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무의미함을 더 큰 맥락 속에서 보게 된다. …… 지루함에는 스스로에 대한 깨달음, 그러니까 자기인식 또는 자기인식의 가능성이 들어 있다. 나는 이 점에서 파스칼과 같은 생각이다. 니체는 이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지루함에 대해 철옹성을 쌓은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철옹성을 쌓은 셈이다.”

--- p.252

출판사 리뷰

▶▶▶지루함에 대한 지루하지 않은 에세이
지루함은 언제나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었던 것일까? 아담과 이브도 낙원에서 지루했기 때문에 금단의 사과를 먹고 일부러 타락의 길로 빠진 것일까? 태초의 인류는 그럼으로써 지루함을 몰아낼 수 있었던가, 아니면 그들이야말로 이 세상 속으로 지루함을 끌어들인 장본인이었던가?
저자 스벤젠은 이렇게 화두를 던지면서, 현대인에게 ‘지루함’은 진지한 심리학적 사회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이 에세이에서 강조하고 있다.
스벤젠이 지루함에 대한 에세이를 쓰기로 한 것은 개인적인 이유에서였다. 그야말로 지루해 죽을 지경인 연구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을 덮쳐온 지루함이 단순한 심리적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겪고 나서 그 실체를 파악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먼저 저자는 지루함이 역사적으로 다르게 받아들여졌음을 상기시킨다. 예컨대, 고대의 작가들은 지루함을 창조를 위한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았는가 하면, 중세 초기의 성직자들은 지루함을 모든 악의 근원으로 여겼던 것이다. 반면 현대에 들어와서 지루함이라는 현상은 몇몇 특정한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 전반에 걸친 삶의 의미와 관련된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그리하여 철학자인 저자에게 있어 지루함에 대한 숙고 과정은, 사실상 우리가 누구이며, 이 세상에 어떻게 적응하여 살아야 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그 자신은 이렇게 지루함을 ‘진지한 철학의 주제’로 여기고 있지만, 그렇다 해서 이 책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철학논문인 것은 아니다. 스벤젠은 흥미로운 할리우드 영화와 낭만주의 문학 작품을 끌어와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가는 방법으로 친절하게 독자를 배려한다. 덕분에 우리는 이 책에서 어려운 학문적 주제로서의 지루함이 아니라, 지루함에 몸살을 앓고 있는 너무나도 생생한 우리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오죽하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범죄를 ‘심심해서’ 저지르고 온갖 변태행위를 일삼는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주인공 패트릭의 행동을 우리 또한 ‘심심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자유로운 독서로 지루함을 잊는다
이 에세이의 장점은 전체 네 장에 걸쳐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지루함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가 임의대로 골라서 읽어도 무방한 자유로운 독서가 제공되어 있다는 점이다. 책의 구조는 철학, 문학, 심리학, 신학, 사회학 분야를 종횡무진으로 넘나드는 재담가의 진수를 보여준다.
제1장은 지루함이 갖는 문제점, 제2장은 지루함의 역사, 제3장은 지루함의 현상학 그리고 제4장은 지루함의 교훈에 대한 에세이다. 1장에서는 지루함이 가지는 다양한 모습들과 근대라는 시대적 관계를 풀어 놓았다. 2장에서는 근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생겨난 지루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낭만주의의 이념을 배경으로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밝힌다. 3장에서는 지루함에 관련된 하이데거의 현상학을 소개한다. 끝으로 4장에서는 우리가 지루함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가 하는 삶에 대한 자세를 보여준다.


▶▶▶신도 지루했거늘, 지루함 속에 구원이 있다
일상이 지겹다는 것에 대해 반기를 들 수 있는 독자, 살면서 지루함을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독자는 아마도 거의 없으리라. 이 에세이는 일하는 것도 지루하고, 노는 것도 지루해서 “지루해 죽~겠네!”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숱한 사람들이 같은 증상에 시달렸음을 보여줌으로써 일종의 위안(?)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키르케고르는 이렇게 말했다.
“신들은 지루했기 때문에 사람을 창조해 냈다. 아담은 혼자였기 때문에 지루했다. 그래서 이브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순간부터 이 세상에 지루함이 생겨났고 사람들의 무리가 커지는 만큼 지루함의 크기도 따라 커졌다.”(p.37)
또 작가 페르난도 페수아는 이렇게 말한다.
“권태는 할일 없는 사람의 지루함이 아니라, 무슨 일이고 한다는 게 아무런 보람이 없는 것으로 느끼게 되는, 가장 고약한 병이다. 사정이 그래서 할 일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만큼 더 큰 권태에 짓눌리게 된다. […] 내가 맞닥뜨린 권태에는 회복이란 게 없다. 거기에는 기품도 없고 또 쾌감도 없다.”(p.61-62)
니체는 하느님이 이레 째 되는 날부터 지루해 했다고 주장한다. 니체에 의하면 지루함에 대해서만큼은 신들조차도 버거워하며 그것과 싸워 보기는 하지만 번번이 나가떨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p.37) 그 외 파스칼, 루소, 칸트, 쇼펜하우어, 키르케고르, 니체, 하이데거, 벤야민, 아도르노 같은 유명한 철학자들이 놀랍게도 지루함을 다룬 글을 썼다. 문학에서는 괴테, 플로베르, 스탕달, 토마스 만, 베케트, 뷔히너,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 보들레르, 레오파르디, 프루스트, 바이런, 엘리엇, 입센, 발레리, 베르나노스, 페수아 같은 작가들을 시작으로 이름을 들자면 한없이 나열할 수 있다.
이들이 토로한 글귀를 읽노라면 어느새 인간은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성경구절에 못 박히기라도 한 것 같다. 그렇다면 형벌과도 같은 ‘존재의 지루함’을 어떻게든 물리쳐 보려고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추구하며 일탈조차 감행하는 가련한 우리에게 과연 일말의 출구는 없는 것일까?
저자는 이 원죄와도 같은 지루함 속에는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한 깨달음 또는 자기인식의 ‘가능성’이 들어 있다고 본다. 결국 우리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인생살이가 어느 정도는 지루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며, 아울러 인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 깨달음의 내용은 물론 에세이를 읽는 동안 독자들이 얻어내야 할 각자의 몫으로 남겨둠으로써, 끝까지 우리에게 할 일을 남겨 놓아 주는 저자의 각별한 의도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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