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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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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투르니에는 인간박물관에서 인류학, 언어, 야만인과 문명인의 개념에 대하여 배운 바를 염두에 두면서 원작 소설을 읽고 또다시 읽으며 분석한다. 미셀은 비로소 이것이 바로 새로운 소설의 소재라는 것을 직감한다. 미셀은 프랑스 인류학자(1908~2009). 남아메리카에서의 현지 조사를 마친 후, 친족 이론,사고 체계,신화 분석에 있어서 구조주의를 제창하여 인류학,문학,사상 분야에 큰 영향을 주었다. 레비스트로스를 통하여 눈뜨게 된 새로운 인류학적 성과를 활용하면서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인류학적 의미에서 다시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다니엘 디포의 소설 속 로빈슨은 물질문명과 무인도에 표류하여 뜻하지 않던 경험을 겪는다. 로빈슨은 자신이 떠나온 과거의 세계, 즉 대영제국의 가치체계에 근거한 하나의 세계를 무인도에 재현하려고 애쓴다. 로빈슨 자신이 백인이며 서구인이고, 영국인이며 기독교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자기가 하는 말은 모두가 진리라 서술한 원작에 미셀 투르니에는 충격을 받는다. 미셀은 과거의 가치들이 무인도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며 새로운 로빈슨을 설정한다. 미셀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란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의 내용을 짧게 언급해야겠다. 무인도 표류 소설의 대표작인 이 유명한 작품을 영화든 소설이든 동화든 만화로든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 보았으리라는 전제로 생각을 정리한다.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어린 시절부터 전해왔던 탐험 소설의 정수라고 볼 수 있다. 미지의 땅을 정복하는 것이 탐험과 모험이라는 사실도 알게 했다. 또한 백인우월주의와 문명제일주의의 찬란한 끝을 보인 작품이다. 로빈슨은 프라이데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기독교의 하나님에 대해 설명했다. 프라이데이는 금방 영어 단어를 배우고 단어로 말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로빈슨은 프라이데이에게 자신이 목축하는 염소와 농작물 수확 방법을 가르쳤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총에 대해 설명해 주고 총의 사용방법도 가르쳐 주었다. 종종 사냥에 나가 같이 총을 쏘았다. 프라이데이의 총 실력은 금세 로빈슨을 따라잡았다.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하게 되자 프라이데이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 섬에서 멀리 떨어진 육지에 서로 다른 야만인 부족이 있는데, 그중 한 부족이 본인이 속한 부족이었고, 두 부족이 전쟁을 하는 도중 자신이 포로로 잡혀 와 이곳에서 잡아먹힐 뻔했다는 것이었다. --- 「하현숙, 미셀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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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처음 공저에 관해 의견을 나눌 때, 우리는 단지 “함께”라는 설렘과 기쁨으로 충만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작업은 단순한 공동 집필을 넘어 서로의 언어와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우리의 문학적 여정이 풍성해졌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끼리 각자의 시각과 마음으로 써 내려간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우리는 몇 번이나 멈추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글은 각자에게서 나온 고요한 숨결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상처나 아픔이, 누군가에게는 문득 스쳐간 기억 하나가 글이 되고, 문장이 되고, 우리의 언어로 모였습니다. 여덟 개의 목소리, 8인 8색의 서로 다른 문체와 시각이 함께 모여 더 넓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글의 결이 다르고 시선이 다르기에 한 편, 한 편이 고유한 빛을 지닙니다. 그러나 그 다양함 속에서도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모두 글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려 했다는 점에서 비롯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공저를 기획하며 걱정이 많았습니다. 각자의 목소리가 흩어지지는 않을까, 조화보다는 충돌이 일지는 않을까. 그러나 오히려 그 다름의 풍성함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잘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8인의 창작 세상, 진심을 담은 다채로움 그 자체로 우리는 조화를 이루고자 했습니다. 2025년 여름, 감히 공저의 첫발을 내딛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잔잔한 교류를 통해 글을 쓰고 나누고 성찰할 계획입니다. 우리의 삶이 어떤 결에 닿을 때마다 또 다른 이야기를 품고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며 “함께” 성장할 것을 약속합니다. 아직은 미완의 문장을 조금 큰 그릇에 담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우리의 공저를 통해 독자님들의 기억과 감정 속에 하나의 문장이라도 오래 머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공동 작업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5년 여름, 공저자(하현숙 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