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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편 어디에 “사랑하고 사랑해서 두 생 째 세 생 째 당신을 좇아갈 수 있다”는 구절을 써넣은 적이 있는데, 그게 우리가 오래 살아야 한다는 자기암시였다면, 답변은 그렇다. 전생에서 나는 뭐였나? 전생에서부터 당신을 좇아온 사람.
--- p.1 초록이 아름다운 것은 초록 속에 어둠과 사막이 있기 때문이다. 씨앗 하나로, 잎눈 하나로 완전한 어둠을 숨쉰 아기 하나가 어디선가 탄생을 알리고, 겨울을 난 메밀밭에 새잎 나고 꽃필 때 깔리는 해무는 초록을 꿈 꾸어온 어둠과 사막이 세상 밖으로 밀어낸 눈물이라고도 할 것이다. 꿈꾼 만큼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말을 사랑과 두려움 속에 회의 없이 믿을 수 있는지 모르지만, 끝까지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 p.9 “무슨 생각해요” 갑자기 아내가 묻는다. 그리고 당신의 웃음소리. 당신의 웃음소리가 좋다. 당신하고 있지만 당신하고만 이야기할 수 없고 당신만을 쳐다볼 수는 없지만, 당신 쳐다보기를 잊을 만큼 좋아하는 다른 것이 있을 수는 없다. 안갯속 같은 내면에서 나무에 부딪히는 사랑이 이마를 쓸며 웃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 p.16 아침 햇살에 젖은 숲을 끼고 귤밭 딸린 동네를 벗어나면 무적을 울리며 올라오는 상상의 배가 있을 것만 같고 마치 그 배를 마중하러 나가는 듯한 우리의 아침 산책은 대흘리까지 이어지고 하루는 또 그렇게 어딘가로 벋어가고 있다. --- p.24 사람들이 귀가하지 않아 밤눈이 그쳐야 할 것 같은 오타루에서 돌아오니 제주 조천은 바람이 무겁고 사납다. 윙윙거리는 바람은 어떤 발전도 이루어지지 않은 여행을 힐난하는 듯 하지만. 당신의 눈동자는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듯 발광하고, 거긴 사랑이라는 핏방울 하나가 글썽이며 눌러앉기 좋은 곳이다. --- p.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