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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청년패스
귀신고래의 혼
이채형
지혜의언덕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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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자서

1부 사막의 말


별보다 멀리
떨어진 별
사막의 말
아, 타클라마칸
호곡장好哭場
슈퍼맨
우체통
목도리
가족
화가와 붕새
길 위에서
페달을 밟으며
귀신고래의 혼
높은 산

깃털

2부 먼 그대


눈물
먼 그대
별리
하직
맹盲
농聾
아啞
악수
물고기의 자서전
Delete
주목의 사랑
조문弔問
진땀
분수
자화상
고장난 사람

3부 너 떠난 뒤


벽제 영탄詠嘆
제사
이니스프리 변주變奏
살구꽃
섣달
세모歲暮
세모 엽서
청포도를 씹으며
무진기행
그리운 눈물
그리운 쉼표
너 떠난 뒤
꿈이로다 화연일세
십 년, 그리고 화석으로 남다
연산連山 시편

4부 하얀 연


소설가와 바다
동무
하얀 연
차우차우의 항변
지하철 세상
금환식金環蝕
오매불망
비약秘藥
소설적 사내
짜장면
실비명失碑銘
어릿광대의 낚싯바늘
레 미제라블

5부 태평연월


참나무 수난
짝짓기
대작對酌
금연 또는 실연
태평연월
호접몽胡蝶夢
목련이 질 때
풍선
길손
고향
오월
화란花亂
눈 오는 날
뒤안길
우렁각시꽃
우화羽化
뒤축
천지간
노가리
라파스의 여인

발문 l 사족문蛇足文 123

저자 소개 1

소설가. 경상북도 경주 출생(1946년). 서라벌 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겨울 우화」 당선(1984년). 저서 : 중단편집 『동무』, 『사과나무 향기』, 『까마귀 울다』 장편소설 『아아 님은 가지 않았습니다』 청소년소설 『한용운 ? 그러나 님은 침묵하지 않았네』 시집 『나비 문신을 한 사람』 편역서 『수호지』 등 수상 : 한국소설가협회상, 조연현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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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30*205*20mm
ISBN13
9791199104525

책 속으로

그곳에선 한마디 말이
바람을 타고 사구砂丘를 넘어
한달음에 멀리멀리 퍼진다 하니
사랑이여,
그대와 나 사이가 이미 사막이라
들리느냐, 사랑한다는 나의 말이,
아득히 로프노르 위를
맨발로 건너가는 나의 말이
그대 귀에 청천벽력같이 들리느냐?
--- p.14 「사막의 말」 중에서

제 몸이라도 손닿지 않는 곳이 있다
하물며 남의 마음에 닿으려 하다니!
--- p.35 「먼 그대」 중에서

누군가 떠난 뒤에야
그곳이 왜 환했는지 알게 되지
너 없으니 서라벌이 캄캄하다
첨성대 위 돋은 별도 빛을 잃은 때문에

누군가 떠난 뒤에야
그곳이 왜 가득찼는지 알게 되지
너 없으니 고도가 텅 비었다
선도산 붉은 꽃도 져버린 때문에

누군가 떠난 뒤에야
그가 왜 있었는지 알게 되지
너 없으니 경주가 적막강산이다
반월성 새소리마저 사라진 때문에

동리목월 찾아가는 문학관 길에
남은 이의 눈물인 양 남은 꽃잎이 진다
천년이 다시 간들 너가 오겠느냐
아아 미타찰彌陀刹에서 만날 우리/도 닦아 기다리련다*

*신라 향가 「제망매가」 중에서
--- p.65-66 「너 떠난 뒤 - 황순희를 보내고」 중에서

찢어지거나 부서져서 명을 다하는 연은 없다. 연은
날고 또 날다가 마침내 산 너머 먼바다로 우리의 동
경憧憬을 싣고 사라질 뿐이었다. 이제 하얀 연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 연은 모두 바다로 날아가
버렸다.

우리 연은 생긴 모습대로 가오리연, 연살 다섯 개에
중앙에 구멍을 뚫은 방패연, 그 방패연에 꼬리를 단
꼬리연이었는데, 흰 창호지 그대로 하얀 연이었다.
우리는 그 연에 각자의 꿈 대신 어떤 문양도 그려넣지
않았다.

우리의 연날리기는 정월 초부터 이월 영등절까지
이어졌다. 연날리기의 절정은 영등할미가 바람을 몰
고오는 바로 영등절 무렵이다. 바람의 할미가 몰고
온 거센 바람은 연을 하늘로 하늘로 끌어올렸다. 낮
이면 산 너머 바다 쪽에서, 밤이면 이쪽에서 바다
쪽으로 불어가던 바람. 우리의 연날리기는 그 바람
과 함께 절정으로 치닫고, 얼레의 실은 바람의 끝으
로 끝으로 풀려나갔다.

연을 날려본 적이 있는지? 그냥 바람에 실려 나는 게
아니다. 단순히 기류를 따라 오르는 게 아니다. 바람
과 기류와 목줄의 작용으로만 날아오르는 줄 알면
연을 모르는 사람이다. 바람만이 아니라 바람〔願〕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소망과 함께 연은 높이높이
솟아오르는 것이다.

절정은 절정을 마련하게 마련이다. 영등절이 끝날 무
렵이면 우리는 연과의 이별을 준비했다. 어른들은 우
리를 타일렀다. 연을 날려 보내야 액땜을 하고, 연은
바다로 날아가 물고기가 된단다. 가오리연은 바로 가
오리가, 방패연은 넓적한 광어가, 꼬리연은 긴 꼬리
가 있어 고래가 된다는 그 말을 우리는 믿었다.

마침내 영등할미가 바람을 데리고 떠나는 어느 날 오
후, 바람의 향방이 바다 쪽으로 바뀔 무렵 우리는 연의
목줄 아래 긴 솜을 매달고 그 솜에 불을 붙여 연을 올
린다. 연이 하늘 높이 치솟을 즈음에 타들어간 솜의 불
이 연줄을 끊어놓는다. 팽팽하던 연줄이 한순간에 맥
을 놓고, 연은 끈을 떠나 산 너머로 멀리멀리 날아갔다.

연을 보낼 때, 우리는 하얀 연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것이 어른들은 액막이라고 했
으나 실은 각자의 동경이었다. 하얀 연은 우리의 이름
석 자와 함께 우리의 꿈을 싣고 우리를 두고 날아간 것
이었다.

그리하여 우리야말로 끈 떨어진 연이 되어 고개를 숙인
채 쓸쓸히 흩어졌다. 그날 밤, 우리는 고래와 광어와 가
오리가 된 각자의 연을 눈물 젖은 꿈속에서 만났다.
--- p.80-82 「하얀 연」 중에서

오늘도 일어나니 신문이 와 있다
세상은 여전히 그 속에서 분주하고
이 아침 나의 커피는 쓰고도 달다

--- p.106 「태평연월」 중에서

출판사 리뷰

“-멀고 먼 장생포 나의 고향
늙은 뼈 이끌고 나 이렇게 왔노라
그대여,
내 백년 유랑에 오직 한 소원이 있으니
내 뛰놀던 그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라,
내 조상의 뼈들이 쌓인 그 바다 밑에
내 뼈를 묻는 것이라!” (‘귀신고래의 혼’ 중에서).

백년 유랑에 오직 한 소원, 내 뛰놀던 그 바다에 돌아가, 내 조상의 뼈들이 쌓인 그 바다 밑에 내 뼈를 묻고 싶다는,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12미터 수컷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 그 부활의 뼈가 잊혀진 울음으로 저자에게 속삭인 이 시구는 여든 시인의 갈구하는 자유 ‘영원’을 보여준다. 우리가 갈구하는 자유 ‘영원’을 돌아보게 한다.

이 시집의 1부는 “사막의 말”이라는 제목으로 열여섯 편의 시를 담았다. 죽음, 이별, 그리움의 마음이 절절하다. “이토록 별을 사랑한 그가 떠났다 / 별보다 멀리”(‘별보다 멀리-그를 위한 만가’에서). “사랑이여, / 그대와 나 사이가 이미 사막이라 / 들리느냐, 사랑한다는 나의 말이”(‘사막의 말’에서).

2부 “먼 그대”의 열여섯 편의 시는 열 편의 시가 단 두 행이다. 그런데 깊다. “제 몸이라도 손닿지 않는 곳이 있다 / 하물며 남의 마음에 닿으려 하다니!”(‘먼 그대’). “꽃이 벙글자 / 막힌 입이 터지다, 어머니!”(‘아啞’).

3부의 열다섯 편의 시 중에는 “너 떠난 뒤”라는 제목처럼 앞서 떠난 이를 추모하며 애틋한 마음을 적은 시가 많다. 그 대상에는 ‘낙화에 숨이 막힌 / 다섯 살 사내’도 있고, ‘청상으로 / 후살이 오신 아랫방할매’도 있다. 김채원, 이육사, 이재행, 이경록, 황순희, 곽의진, 이문구, 계백, 성삼문, 김장생도 있다.

4부 “하얀 연”엔 산문시도 있고 연작시도 있다. 모두 열세 편이다. “찢어지거나 부서져서 명을 다하는 연은 없다. 연은 날고 또 날다가 마침내 산 너머 먼바다로 우리의 동경憧憬을 싣고 사라질 뿐이었다. 이제 하얀 연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 연은 모두 바다로 날아가 버렸다”(‘하얀 연’에서). 인생의 소원과 구원은 새옹지마 인생에서 어떻게 기능할까.

5부 “태평연월”은 스무 편의 시로 구성되었다. 참나무, 개구리, 술, 담배, 나비, 목련, 풍선, 길손, 고향, 오월, 꽃, 눈, 우화, 뒤축, 편지, 노가리, 커피 등등 일상을 다뤘다. “오늘도 일어나니 신문이 와 있다 / 세상은 여전히 그 속에서 분주하고 / 이 아침 나의 커피는 쓰고도 달다”(‘태평연월’). 분주하고, 쓰고도 단 우리의 일상은 과연 태평연월인가.

저자의 시 80편은 단숨에 읽힌다. 그러나 한 편, 한 편에 시인의 80 인생이 녹았으니 한 편, 한 편 묵상하며 읽는다. 그럴만하다. 저자는 다음 구십 편의 시집은 보장할 수 없다고 했으나 영원을 갈구하는 그의 자유가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기대하게 한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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