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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오셰Hochet’라는 고양이 11
들어가는 말 17 자유주의자 24 전제군주 42 여자 68 뚱보 110 신 134 맺는 글 165 이 책에 영감을 준 작품들 1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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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동물을 위해 집사 노릇을 자청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우쭈쭈 떠받드는 걸까? 우리는 밤이나 낮이나 보들보들한 털코트를 입고 있는 이 녀석한테, 장난으로든 고의로든 날카롭고 뾰족한 발톱으로 우리의 살갗을 사정없이 할퀴어서 결국은 쓰라린 상처를 입히고 마는 이 조그만 녀석한테 늘 묘하게 끌린다.
--- pp.18-19 고양이는 가정의 아늑함과 인간의 애정을 갈구하면서도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싶어 하고, 어딘가에 갇히는 걸 못 견디며, 제 기분이 내킬 때만 쓰다듬기를 허용한다. 잠잘 곳과 먹이, 인간의 관심을 원하지만, 제 사촌인 야수들, 그러니까 인간의 힘으로는 제어할 수 없는 맹수의 본성을 잃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그렇다. --- p.33 인간들의 애정사에서 고양이는 여인을 대신했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낭비벽과 까탈스러움은 덜하고 충실함은 더한 이 동물은 소위 먹물깨나 먹은 사내들, 그러니까 까칠하기 짝이 없고 매사에 불평을 일삼는 사내들에게 더없이 사랑스러운 연인이 되었다. --- p.82 살찐 고양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미소 짓게 하는 존재다. 펑퍼짐한 고양이는 부러울 만큼 행복해 보이는데, 어쩌면 아직 덜 깨어난 ‘애니멀 붓다’라고도 할 수 있다. ‘아직 덜 깨어났다’고 하는 이유는 가필드처럼 수면욕을 실컷 채운 고양이라 해도 여전히 졸린 표정에 대개는 나른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보다 더 압도적일 수가 없다. 가필드가 등장하기만 해도 다들 얼음이 된다.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 탐탁잖게 여기는 비만이 이 캐릭터한테는 도리어 성공의 보증수표가 되었는데, 고양이의 과체중은 금기가 아니란 말이다. --- pp.118-119 그렇다면 고양이는 말랑말랑한 젤리 발바닥으로 사뿐사뿐 걸어다니는 하나의 물음표일까? 거트루드 스타인식으로 말하자면 고양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고양이는 고양이가 고양이인 것” 뿐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 p.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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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철학자가 사랑한 동물, 고양이
누가 고양이를 알까? 과연 당신은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고양이는 단순히 집 안을 어슬렁대는 반려동물이 아니다. 수많은 예술가와 철학자가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시를 쓰고, 사유를 남겼다. 고양이는 여러 세기 동안 예술가들의 뮤즈이자, 철학자들에게는 사유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인류 최고의 작가들은 고양이를 통해 사유하고 영감을 얻었다. 독일을 대표하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고양이를 끝내 알 수 없는 신비의 상징으로 보았고, 나쓰메 소세키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인간의 욕망과 위선을 풍자했다. 고양이는 권력의 은유이자, 자유의 상징이며, 관능과 고독의 화신으로 등장한다. 마크 트웨인은 “인간과 고양이를 섞어놓을 수 있다면 인간의 수준은 높아지겠지만 고양이의 수준은 낮아질 것”이라 단언하며, 고양이의 독립성과 위엄이 인간의 사고와 사유를 자극함을 보여주었다. 스테파니 오셰는 문학·역사·예술 속 고양이의 모습을 꼼꼼히 짚어내며, 왜 수많은 예술가와 철학자가 고양이에 매혹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고양이라는 프리즘으로 인간을 비추다 《고양이 예찬》은 단순한 반려동물 책이 아니다. 저자는 고양이를 키우거나 돌보는 방법을 안내하는 대신, 고양이를 통해 인간의 자유와 욕망, 권력과 신비를 들여다본다. 고양이는 늘 곁에 있으면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집 안을 유유히 거닐면서도 길이 들지 않고, 사랑스럽다가도 금세 낯설어지는 예측 불가의 존재다. 이러한 모습은 인간 내면의 욕망과 모순을 그대로 비춘다. “그런 의미에서 고양이는 어디든 탐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신비한 프리즘이다. 고양이는 도시의 으슥한 뒷골목만큼이나 우리 영혼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보게 해주고,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는 아찔한 전경만큼이나 인간 정신의 다채로운 파노라마를 펼쳐놓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 (p.13) 고양이는 그 자체로 인간 스스로를 마주하게 하는 철학적 여정의 안내자다. 한 발짝 한 발짝 집 안을 유유히 걷는 모습에서는 도도한 여성의 자태가, 소파 위에서 느긋하게 늘어지는 순간에는 자유를 만끽하는 한량의 여유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훑는 움직임 하나하나는 영민하고 재빠른 정치인의 민첩함을 연상시킨다. 이 자유롭고 예측 불가한 움직임 하나하나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 인간 내면의 욕망과 모순을 비추며, 독자를 자연스레 자기 성찰과 사유의 길로 이끈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레 자신의 그림자와 마주하고, 숨겨둔 감정과 갈망을 들여다보게 된다. 고양이를 통해 인간과 세계를 다시 보다 《고양이 예찬》은 고양이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인간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문명, 권력과 자유, 그리고 욕망과 신비를 탐구한다. 이는 단순한 동물학적 접근이나 애묘가의 감상이 아니라, 고양이라는 존재를 매개로 인간과 세계를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지적 여정이다. 고양이의 묘미(妙味)는, 이 동물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된다는 점이다. 생김새는 사람과 달라도, 고양이를 응시할 때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결국 ‘환상 속의 자신’이다. (p.165) 집 안에서는 주인의 통제를 거부하며 당당하게 살아가고, 사냥할 때는 맹수가 되면서도, 어느 순간 무릎 위에 파고드는 다정한 반려가 되기도 하는 고양이. 이 상반된 모습은 인간이 가진 그림자와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닮아있다. 스테파니 오셰는 고양이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와 은유, 문학과 예술의 흔적을 포착하며 독자를 사유의 장으로 이끈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동안 우리는 단순히 고양이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 세계를 새롭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