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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상처받은 존재의 부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뒷모습|푸른 자화상|자화상, 그 내면의 세계|상처받은 존재의 부활|눈으로, 마음으로|너와 내가 만든 세상|관계를 이루는 그 무엇을 고민하며|오너라, 나의 봄아!|감자 한 알이 채워주는 그 무엇에 대하여 제2부 이 찬란한 삶을 위하여 그 은밀한 유혹|당신은 이 세계를 어떻게 보십니까?|빛은 그늘도 만든다|인생은 어디로 가는가|이 찬란한 삶을 위하여|장미 아홉 송이|요람|어쩌면 아름다운 날들|먼지로 사라질 운명에 대하여|11월에 다시 생각해 보는 그림 한 점 제3부 귤림추색(橘林秋色) 당신이 있는 거기에도 가을이 익어가나요?|풍경 앤 풍경|선물이라 쓰고 그리움이라 읽는다|그리움은 그림이 되어|계절 산책|겹겹의 서사|귤림추색|행복한 대면, 사진을 읽다|꼿꼿하게 예도(藝道)를 추구했던 소암의 삶과 예술, 에피소드|테왁의 모양 해녀의 마음 제4부 천천히 노래 부르듯이 깊숙하고 안온하게|전원교향곡을 듣는 아침|천천히 노래 부르듯이|숲에서 봄의 연주를|5월, 그 봄밤의 노래|아! 커피|라면과 모차르트|그래야만 하나?(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음악은 때로는 고요한 바다|겨울 나그네|그 조용한 중간 악장에서|여름 바다에서 멘델스존을 듣다 제5부 사랑하는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지금 바로 떠나라! 당신의 방으로|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해바라기는 언제나 환하다|꽃마리를 바라보며|소쇄원에서|사랑하는 당신에게 Last Dance|태양은 가득히|그녀의 지휘봉은 이카로스의 날개였을까|나로 늙어간다는 것의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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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때때로 가면을 쓰듯이 살아가야 하는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에 있는 게 아닐까. 돌아서 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쓸쓸한 존재의 외로움이 겹겹이 쌓여 거기에 도사리고 있었기에 시선을 끌지 않았나 싶다. 뒷모습은 소리 없는 언어이며 빈 캔버스와 같다.
--- p.20 뭉크는 사랑을 통해 고통을 말했지만, 우리는 그 고통을 통해 오히려 사랑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진정한 사랑이란 기쁨이 아니라, 감내와 기억, 그리고 상실 이후에도 남는 울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다시 살아간다. 언젠가 죽음 앞에 설 때조차도, ‘사랑했다’는 기억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기에. --- p.56 낙엽 구르는 소리 들으며 방 안에 홀로 앉아 귤을 까는 시간. 향긋한 향기 안개로 흘러 방 안을 채우고 새콤한 단맛이 입술을 적신다. 한 해 동안의 향기와 꽃, 노고의 일손과 감사의 마음이 귤 한 알에 있다. 이 한 알에 사무치는 그리움이 귤빛으로 영글었으리…. --- p.114 사라져 가버린 사람과 운명, 이루어질 수 없던 사랑과도 같은 아련함이 내가 듣는 음악 속에 스며들어 있다. 낡고 오래된 추억이 슬그머니 노크한다. 이웃한 돌담 구멍으로 훔쳐보던 옛 친구의 얼굴이 고개를 든다. 콧대가 반듯하고 이마가 넓은 아이. 책보자기를 허리에 둘러매고 학교로 가는 골목길을 달려가던 아이. 가끔 짓궂게 놀리기도 하던 어린 시절 그 친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세월을 건너고 있을까. --- p.139 삶의 무게를 온전히 견디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는 세월이 선물한 힘이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늙음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 용기. 엘케는 팔순의 문장으로, 때로는 행간의 침묵으로, ‘늙어가는 방식’을 전해준다. 그 진심에 나는 깊이 고개를 끄덕인다. --- p.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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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음악을 들을 때 그림을 마주할 때 책장을 넘길 때 나는 나만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섭니다. 그곳에는 빛과 어둠이 울림과 고요가 때론 한 문장이 나를 흔듭니다. 여기에 실린 글은 문득문득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그 결들의 언어입니다. 그렇게 써 내려간 글은 2024년 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제주헤럴드’에 실을 수 있었고, 일흔둘의 세월을 돌아보는 이 가을 조심스레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내놓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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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에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머리는 희다. 멋있다. 은발 아래 초롱한 두 눈은 마치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같다. 음악이 들린다. 아침에 듣는 바흐와 커피는 그녀를 살게 한다. 음악이 늘 그녀 옆에서 피어오른다. 또 화집을 넘기다가 기당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소암기념관엘 간다. 서울 한가람미술관, 여러 군데서 뭉크, 마그리트, 마리 로랑생을 만난다. 오래전부터 카메라를 들고 제주와 본토의 먼 곳 가까운 곳엘 간다. 사진을 들여다보며 삶을 조망한다. 음악, 그림, 사진은 그녀의 일상이다. 그녀는 이제 그것들과 육화되어 있다. 그녀는 그것들에 대해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은 그 윤슬들이다. 우리는 이제 그걸 보며 그녀의 심혼에서 나오는 그 반짝임들과 함께 그냥 아득해지면 되는 것이다. - 나기철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