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머리는 희다. 멋있다. 은발 아래 초롱한 두 눈은 마치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같다. 음악이 들린다. 아침에 듣는 바흐와 커피는 그녀를 살게 한다. 음악이 늘 그녀 옆에서 피어오른다. 또 화집을 넘기다가 기당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소암기념관엘 간다. 서울 한가람미술관, 여러 군데서 뭉크, 마그리트, 마리 로랑생을 만난다. 오래전부터 카메라를 들고 제주와 본토의 먼 곳 가까운 곳엘 간다. 사진을 들여다보며 삶을 조망한다. 음악, 그림, 사진은 그녀의 일상이다. 그녀는 이제 그것들과 육화되어 있다. 그녀는 그것들에 대해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은 그 윤슬들이다. 우리는 이제 그걸 보며 그녀의 심혼에서 나오는 그 반짝임들과 함께 그냥 아득해지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