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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시가 있는 풍경 11
봄눈은 사치다 인생은 오미자 고양이의 봄 낙엽이 청춘에 고함 봄의 연가 오늘 지금 눈 내리는 날 해와 자장가 비 오는 날 정원 뻐꾸기 타령 뻐꾸기 온몸으로 울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고 해요? 산이 외쳐요 봄날이 가네 물의 노래 능강 솟대 두꺼비를 그리며 비가 쓰는 시 목련 비가(悲歌) Ⅱ. 삶이란? 47 삶이란? 인연 그래도 꿈은 죽지 않았다 누가 말하는가? 중독 인간 서로에게 기다림 모르시나요? 삶에 대하며 어느 칠십 노인의 삶 추탕집에서 여백 운명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개똥 시인과 연인 삶 빈 잔 춤추는 홍접화 시를 쓰려면 Ⅲ. 타임머신에 추억을 싣고 83 아버지와 아들(1) 아버지와 아들(2) 고향에서 온 소식 여좌천은 흐른다. 내 고향 4월은 만우절의 꿈 사부곡(思父曲) 사모곡(思母曲) Ⅳ. 위험사회-못다 핀 영혼을 달래며 97 어느 산불진화대원의 유언 반란 시대 빼앗긴 숨에도 생명은 오는가. 누가 푸른 하늘을 보았는가? 악마 본색 바이오사이드 그날이 오면 Ⅴ. 빛의 혁명을 노래하다 111 계몽 공주의 꿈 바로 오늘 탈옥에 대하여 빼앗긴 봄에도 꽃은 피는가? 봄눈 지랄발광 시대의 신부 아시나요? 방황은 사치 ‘스톱 더 스틸 호프’ 수선화 벚꽃 엔딩 몰랐어요. 정말 개가 대세다. 사랑을 모르는 놈들에겐 개 세상 꽃이 사람보다 아름다워요 시를 쓰세요 알고리즘과 이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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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이 내렸다 간밤에/ 눈 녹기 전 산에는/가지마다 반짝이는/
수억의 수정을 매단 나무/ 햇빛에 녹아 눈 위로/투두둑!/ 짧은 비명 지르며/살포시 자유낙하로 떨어진다/눈 덮인 산은/ 나뭇가지 얼음 수정이 만든/ 백호 가죽옷을 입는다. --- 「봄 눈은 사치다」 중에서 삶은 굴레도 아니며/ 방종도, 인내도 아니며/쾌락도, 소유도 아니며/ 삶은 무소유도 아니며/ 삶은 하나님도/ 부처님도 모르는/ 삶은 그냥/ 삶이야. --- 「삶이란?」 중에서 불면의 밤에 같이 있고 싶어도 인연이다/ 모닥불 앞에서 이야기 나누고 싶어도 인연이다/ 별 헤는 밤이 사무치면 인연이다/ 새벽에 문득 생각이 나면 인연이다/ 흐드러지게 핀 꽃내음이 향긋하면 인연이다/ 호수 위에 달그림자가 비치면 인연이다/ 인연이라는 말에 먹먹해지면 인연이다/ 이 시를 읽기만 해도 인연이다. --- 「인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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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나 안종주 박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최고의 환경, 보건 기자로 평했던 언론인이다. 그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저술한 「빼앗긴 숨」에 대한 서평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이런 평가를 했다. 그는 원진레이온 직업병 참사와 한국의 석면 질환 실태를 처음 알리는 등 대한민국 산업, 환경보건의 역사를 바꾼 인물로 잘 알려졌다. 언론인이자 칼럼니스트, 작가인 안종주 박사가 젊었을 때부터 꿈꾸었던 시인으로서 낸 첫 시집이다.
그는 20대 젊은 시절 간간이 시를 써왔으며 이번 시집에서는 이를 제외하고 공공기관장 임기를 마친 직후인 2025년 2월 말 탄핵 정국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쓴 시를 중심으로 70여 편을 한데 묶었다. 이 시집은 ‘시가 있는 풍경’ ‘삶이란?’ ‘타임머신에 추억을 싣고’ ‘위험사회-못다 핀 영혼을 달래며’ ‘빛의 혁명을 노래하다.’ 등 5부로 구성됐다. 1부 ‘시가 있는 풍경’에서는 용인 광교산 기슭에서 15년째 사는 작가가 꽃과 나무 등 자연을 관찰하며 느끼는 감성에 사랑, 삶, 사랑을 노래했다. “고양이에게도 봄이 왔어요./꽁이와 나랑이/눈과 얼음 바람에/창살 없는 감방 생활이 지겨웠던/요놈들한테 봄이 왔어요./마당은 새로운 세상 펼치는 곳/여덟 번째 봄맞이하는 꽁이/파아란 봄까치꽃 낯설지 않아./생애 첫봄 맞이한 나랑이/노오란 수선화 처음 보아요./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처럼/바람같이 마구 내달려요./남녘 매화, 벚꽃 소식보다/더 빨리 내달려요./광교산 자락 봄기운도 /내 마음속으로 내달려요./세월이 저 멀리서/뒤돌아보지 않고/느린 듯 빠르게/내달려요./내달려요./달려요.(‘고양이의 봄’) 2부 ‘삶이란’에서는 일흔을 눈앞에 둔 그가 짧지 않은 삶을 살아내면서 느끼고 터득한 인생관을 펼쳤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틀렸다./옷깃을 스치지 않았더라도 인연이다./말을 섞지 않았더라도 인연이다./몸을 섞지 않았더라도 인연이다./마음만 주고받아도 인연이다. (중략) 별 헤는 밤이 사무치면 인연이다./새벽에 문득 생각이 나면 인연이다./흐드러지게 핀 꽃내음이 향긋하면 인연이다./호수 위에 달그림자가 비치면 인연이다. 인연이라는 말에 먹먹해지면 인연이다./이 시를 읽기만 해도 인연이다.”(‘인연’) 3부 ‘타임머신에 추억을 싣고’에서는 일찍(15살) 고향을 떠나왔던 그가 어릴 적 고향과 부모를 애타게 그리는 마음을 오롯이 담았다. “참새가 짹짹! 날이 밝았다./시계가 땡땡! 날이 밝았다./대나무가 살랑살랑 날이 밝았다./수탉이 꼬끼오! 날이 밝았다./송아지가 음메! 날이 밝았다./아버지는 아침이란 한 편의 동시를 남겼다./술에 얼큰해지면 자랑하곤 했다./일제 소학교 다닐 적/장원 상을 받았노라고/아버지 동시를 읽으면 동시에/어릴 적 방학이 되면 가곤 했던/낙동강 변 고향마을/아침 풍경을 떠올린다./지금은 사라진 풍경/사라진 사람들/유등리 집성촌에 모여 살던/그 많던 친척들/한여름 동이 채 트기 전/모래사장에 모여 함께 체조하고/패 나눠 씨름했던 촌아이들/이젠 모두 뿔뿔이 흩어져 /이 도시, 저 도시로/아들딸 낳고/아들딸이 아들딸을 낳고/그렇게 하루를 살아간다.(‘아버지와 아들’)” 5부 ‘빛의 혁명을 노래하다’의 ‘지랄발광 시대의 신부’ 편 등에서는 그의 신랄한 풍자와 해학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괴이한 몸짓으로/입에서 토해내는 말마다/구린내 진동하는 어느 연사를 보았다./지랄발광 시대가 왔음을/그때 알았다./용산에 용이 살지 않고/이무기가 산다는 일급비밀을/온 국민에게 계몽한 어느 신부를 보았다./국민계몽 시대가 왔음을/그때 알았다./연사는 억지와 무지로 무장했다./신부는 재치와 해학이 넘쳐났다./오! 신부님! 고마워요./지금까지 한글 사전에서만 보았던/바로 그 낱말/지랄발광, 개지랄의 방언을/목소리로 들을 수 있게 해줘서/이렇게 좋은 언어를/뜻에 딱 들어맞는 사람에게/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줘서/이무기는 결국 하늘로 가지 못했대요./용이 되려다 날개가 꺾였대요./용산에 용이 살지 않는다고/계몽하지 않아도 되어요./이무기가 죽어/용산이 무너져 내렸어요./오! 주여! 고맙나이다./때맞춰 이런 신부를/이 땅에 강림하게 해줘서/온 국민이 두 손 모아/감사 기도를 드립니다./아멘!” 그가 ‘인생은 오미자’에서 “삶은 결코 한 가지 맛이 아니야./달지도, 쓰지도, 시지도, 맵지도, 짜지도 않아./때론 맵짜하고/때론 새콤달짝지근하지./인생은 다섯 가지 맛이 어우러진 오미자/한순간 달콤함에 취하지 말고/한순간 매운맛에 울지도 말며/한순간 쓰디쓴 맛에 찌푸리지도 말아…”라고 노래했듯이 이 시에서도 5가지 서로 다른 빛깔로 나눠 인생과 자연과 우리 사회를 맛깔나게 버무렸다. 그의 시에서는 삶에 대한 철학과 자연에 대한 사랑,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특히 사회 비판적 시에서는 김수영 시인 특유의 체취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