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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
EPUB
박다래
민음사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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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저자 소개 1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22년 《현대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창작 동인 ‘흰’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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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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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7.09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4.7만자, 약 1.6만 단어, A4 약 30쪽 ?
ISBN13
9788937459382

출판사 리뷰

2022년 《현대시》 신인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다래의 첫 번째 시집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가 민음의 시 335번으로 출간되었다. “막연히 관조하지도, 무례하게 자기 시선을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이 관찰하는 대상을 성찰하게끔 하는”, “자기만의 호흡”을 지녔다는 데뷔 당시 심사평은 이미 고유한 세계를 구축한 젊은 시인을 향한 기대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박다래의 시는 사라짐의 주위를 맴돈다. 시적 화자들은 끊임없이 이동하지만, 도달하려는 목적지는 없다. 그들에게는 오직 이동한다는 행위만이 남아 있다. 무언가를 태우며 사방으로 퍼지는 연기처럼. 도시인의 여유로운 산책도 아니고 근대인의 낭만적인 방랑도 아닌, 불에 타 훼손되는 의미의 흔적을 좇는 성실한 이동. 이것은 사라진 신을 위한 순례와도 같다. 불타는 세계를 감지하며 그곳에 머무는 일. 구원 없는 세상의 잔잔한 몰락에 함께하는 일. 이는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진보나 초월과는 무관하다.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가 갖는 미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신이라는 거대한 원천이 자리를 비운 시대를 살고 있다. 원인에서 결과로, 믿음에서 구원으로 나아가는 명확한 가치 체계의 확립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에, 박다래의 시집은 독자들에게 낯선 구원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것은 “우엉차는 우는 사람에게 좋다”는, 우연히 맞아떨어진 말장난으로부터 전에 없던 의미의 길을 만들어 내며 시작된다.


■ 사라짐을 응시하기

창밖에서 메케한 연기가 들어오고 있다

(……)

아직은 무너진 것들의 속이 비어 있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교회는 오래도록 불탔다

마을엔
말라붙은 유기물이 남았고
―「기름 부으심을 받은 자」에서

원래 있었으나 지금은 없는 것. 그것들은 전부 어디로 사라졌을까? 부재에 관한 실존적 질문은 이 시집에서 거꾸로 뒤집힌다. 사라진 것들이야말로 이 세상을 이루고 있다고. 시집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무언가가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그리고 우리는 아주 멀리서만 그것을 목격할 수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그러므로 사라짐을 응시하는 일은 과거를 사후적으로 발명하는 일과 비슷하다. 누군가가 버려둔 소파를 보면서 그곳에 앉았던 사람을 상상하듯이. 공룡의 발자국을 보고 그의 이동 경로를 짐작하듯이. 이 시집은 “흘러간 곳에서 두고 온 것을 찾는” 시선을 통해 이 세계를 부재의 증상으로 현상시킨다.


■ 불투명한 꿈속의 말장난

오늘 밤에도 그 택시를 탈지 모르지. 집 앞에 강이 흐르고 있는데 그곳을 어떻게 건넜을까. 강가에 미색 돌들이 빛나고 있어. 창밖 연기가 생생해. 누구도 끄지 않는 불. 잠들어 있을 거야. 그 안온한 시간 동안. 택시를 타고 어딘가로 갈 때까지. 모든 것이 타기 전에 다시 어딘가로. 강의 깊은 곳으로.
―「어느 낮처럼 선명하게 보일 것이라고」에서

박다래 시의 화자들은 사건의 한복판이 아닌 현장에 남은 흔적에 등장한다. 무언가가 없어져 버린 ‘사건’에는 연루되지 못하면서 그것이 종결되고 남은 흔적에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어딘가에 몰두해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이곳저곳을 이동하면서 목격하는 것은 박물관에 박제된 바다악어의 시체, 타고 남은 유기물뿐이다. 그들에겐 성취해야 할 목적도, 달성해야 할 단계도 없다. 이는 구원을 기대하기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연기처럼 퍼져 있는 부조리함의 감각이다. ‘선명한 낮’의 시대가 끝나고 불투명한 꿈의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구원은 신의 강인한 음성이 아닌 말장난과 같은 우연에서 촉발된다. ‘지나’를 ‘진아’나 ‘진하’로 부르는 것처럼. 시인은 원인과 결과 사이, 언어와 의미 사이, 믿음과 신성 사이의 틈새를 벌리며 이 세대만의 기도문을 작성하는 중이다. 우엉차는 우엉, 하고 우는 사람에게 좋다는 농담 같은 진담을 곁들이면서.



■ 본문에서

단지 오래됐다는 이유로 가치가 증명될 수 있다면
나는 고려시대의 이름을 가졌지

오래된 운석으로 조각한 좌상
닳고 닳은
석가여래 옆에서

흐르는 천에 소원을 던졌다
소원은 익숙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아
향을 피우는 시간
―「가까운 곳에 사찰이 있어 모기가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에서


나는 집을 나와 절벽 쪽으로 걸어간다.

몸이 물로 흠뻑 젖는다

등 뒤에서 엘리의 펜촉 소리가 들린다.

재 묻은 손가락을 펴며
절벽 아래를 바라보며
나는
―「엘리는 나의 오랜 선생님」에서


지선의 언어가 아니었던 것이
시멘트 안에서 빛난다

아직은 살아 있으니까
지선은 자국을 남긴다

시멘트 담 사이에는 조각난
물이 갇혀 있다
흐르는

무엇도 네 탓은 아니야,
끝도 없는 여름

갇혀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가라앉은 곳으로 가까이 가지 못하길

병뚜껑 자국이 이틀째 손바닥에 남아 있다
지선은 흐르는 곳에서 두고 온 것들을 찾는다
―「지선은 소파를 밖에 내놓는다」에서


발자국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공룡이 살았다는 흔적은 아닐지도 몰라
그냥 잠시 머무른 것일지도 우리처럼

너는 잿빛 수건으로 모래를 털며 말했다
마루 위에 서걱서걱 쌓이는 조각들
방 안에 목이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해변에 아직도 수많은 비치 타올이 깔려 있다
나는 젖은 흔적들을 바라보다가

달려온 길과 돌아갈 생활에 대해 생각하다
한 번도 돌아갈 만한 생활을 한 적이 없음을 떠올린다
―「높은 성」에서


걸을수록 그의 풋프린트는 비뚤어지고
나는 그의 풋프린트 위에 발맞춰 걷는다
나무들 사이로 저녁의 빛이 내려앉는다
진하게 풋프린트를 새기며 나는

이곳의 족흔적을 확인하러 올 어느 범죄심리학자에 대해 생각한다

한 사람과 같은 풋프린트
연구실에서 분석된 우리의 발자국에 대해

잎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머금고
흙 위에 우리의 일부가 침투한다
숨을 내쉬며 우리는
―「친구에게 빨간 운동화를 선물했다」에서


■ 작품 해설에서
시인은 자기 주변을 스치고 지나가는 자연적이거나 인공적인 온갖 사물과 말과 상념들이 남긴 자취들을 추적하고 그 인상을 기록함으로써 그녀만의 유령학(hauntology)을 조금씩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녀가 찾는 신은 현세의 권능과도 내세의 은총과도 상관없는 신이며 우리가 지상에 잠시 머무는 동안 불가피하게 존재의 심연과 대면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되는 신이다. 그/그녀는 불타며 소멸해 가는 이상한 세계에서 작은 토끼 한 마리를 안고 그 미로를 빠져나가려고 하는 앨리스들이다. 그들은 시련이 곧 수련인 수업시대를 거치고 있다. 그/그녀에게 어떤 부름(call)이 사명(misson)처럼 전해지는 순간이 조만간 찾아오기를 기대해 보자.
―남진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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