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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5
영감靈感, 자연과의 교감交感 Inspiration and Communion with Nature 눈 내리는 하고야리 14 월출산, 영원의 산 19 나무둥치의 생명감 22 축적을 통한 깨달음의 과정 26 장승, 세월의 흔적 31 죽은 새, 침묵의 대화 34 인물, 삶의 역정과 진한 정감 38 소(牛), 자신을 발견하다 42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44 관성慣性을 끊어라 46 축적, 구상具象과 추상抽象 Accumulation, Between Figuration and Abstraction 전체와 부분의 조화 52 경험의 총체적 표현 60 갈증이 있어도 고풍스럽다 64 숲속, 생명과 기운을 담다 66 드로잉drawing, 벚꽃은 그리지 않습니다 68 뜻이 그림에 있지 않아야 86 생각을 재료 안에 담아라 90 구상과 추상의 경계 92 경계境界, 관계 맺기와 관계 넘기 Boundaries, Making and Transcending Relationships 마음으로 보아야 해 100 산 전체가 주는 울림 106 예술이 퍼뜨리는 생명력 110 관계 맺기와 관계 넘기 120 청산별곡, 살어리 살어리랏다 Cheongsan Byeolgok, “I Shall Live, I Shall Surely Live” 이미지 밖의 이미지(象外之象) 136 마음속의 영산靈山 142 내리는 비처럼 사고思考한다 146 내연산, 추상적 표현 150 설악산, 자연의 정감 160 그림 속 통로를 열어주다 166 오대산 소금강, 차 한 잔 하고 가시지요 170 텅 빈 그릇에 쓰임이 176 스토리를 없애가다 184 참고문헌 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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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黑白’이 화면에 펼쳐져 만들어낸 무채색의 잔치에는 채움과 비움의 역설의 미학이 스며있다. 두 색의 조화가 일곱 색깔 화려한 무지갯빛보다 더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은 두 개의 원리(二元)가 품고 있는 차이difference 때문일 것이다. 공간에 획을 그어 형상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면서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심미 경계가 드러나는 회화의 세계는 깊고도 넓다. 검은 먹물을 흠뻑 묻힌 붓이화면에 강렬하게 부딪히며 만들어진 필획이 서로 밀고 당기듯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흑백의 공간을 조율調律한다. 하나의 동작이 그것만으로 끝나버리지 않고 전체에 연결되어 흐르고 있다.
--- p.14 박종걸은 단순한 풍경을 그리는 것을 넘어 동양적 산수화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그는 축적된 자연을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에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허물어 가고 있다. 이같이 작가는 검은 먹, 거친 필획을 통해 단순히 사물의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이분법적인 구분에서 벗어나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아우르며 스스로의 미감을 찾아가고 있다. 이는 작품이 단순한 외적 형상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축적하고 그 느낌을 화면에 즉흥적으로 펼쳐낸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자연의 형상은 작가의 감정이라는 필터filter를 거치면서 점차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 p.51 박종걸의 작품에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전통과 현대·구상과 추상·작가와 대상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보여준다. 이는 자연과 깊은 교감을 통해 자연에서 느끼는 바람·향기·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총체적인 감각의 과정이다. 작가는 한국화의 정신인 진경眞景을 계승하여 한국의 자연을 화폭에 담지만, 그 표현방식은 결코 전통적인 화법에 얽매이지 않는다. 한지에 먹이라는 한정된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거칠고 과감한 붓질로 역동성을 담아낸다. 이는 단순한 전통적 계승이 아니라 전통적 재료와 정신을 현대적인 미감으로 재해석하고 변형시키는 관계 맺기와 관계 넘기를 끊임없이 펼쳐내고 있으며 익숙함 속에서 신선함과 깊은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 --- p.99 청산靑山은 단순한 자연의 풍경을 넘어선 심리적 이상향이다. 박종걸은 정해진 구도 없이 수없이 산을 다니며 시선이 머물렀던 풍경의 조각들을 모아놓고 있다. 이같이 그의 작품에는 의도적인 것보다 자연에서 느끼는 기운을 화면에 큰 덩어리로 던져놓고 계획된 구도 없이 시선이 머문 축적된 이미지를 골骨·기氣·운韻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응상형물凝想形物의 심미 이상을 찾아가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사물에 대한 깊은 사유와 내재된 생명력(氣)을 바탕으로 붓과 먹을 통해 대상의 본질적 아름다움(韻), 흑백黑白, 허실虛實의 역설의 미학이 화면 전체에 흐르고 있다. --- p.1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