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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자서: 혁명 그리고 시

1부: 열두 개의 마음

해 뜨는 새해 아침
모국어를 위하여
미완의 역사를 살면서
내가 서 있는 지층
어떤 지중해
이 강산 낙화유수
중심을 넘어서
이 생명 다하도록
노래하는 동이족
나의 가을 이야기
살아 있는 지도
서해 낙조

2부 시의 행로

부서진 벼루 먹기
시와 제국
파리의 나그네 시간
『만인보』의 어떤 감회
『만인보』의 사람들에게
그냥이다, 그냥 그린 것이 이것이다

3부 지상에서 말하다

처음으로 만난 시 _시인 생활 50주년을 맞아서
바다의 시정신
불가피한 깨달음
일본 시인들과 더불어
멕시코에서의 감사
베네치아에서의 시
흩어진 모국어
나는 제3세계라는 이름을 폐기한다
숲으로부터의 은전(恩典)
어떤 권유

4부 밖에서 안으로

어느 영전(靈前)에 혹은 나 자신에게
아시아는 누구인가, 어디인가
동아시아 광장을 위하여
도래하는 아시아의 새로운 근대
자치의 꿈

5부 시여 날아라

너에게 시가 왔느냐
마드리드에서
괴팅겐에서
프랑크푸르트에서
시는 나그네이다
나는 대지의 언어를 사랑한다

6부 시인의 대화

나는 격류였다 _와다 하루키 대담
정박하지 않는 시 정신, 고은 문학 50년 _창비 대담
내 시의 본적지를 돌아보며 _중앙일보 대담
당신은 누구인가 _『만인보』 프랑스어판 역자 대담
시를 숨쉬다 _이탈리아 『Poesia』 대담

저자 소개 1

고은

 

高銀, 호:파옹(波翁), 본명:고은태(高銀泰), 법명:일초(一超)

한국의 대표적인 참여시인. 본명은 고은태로 1933년 전북 군산에서 출생하였다. 1952년 20세의 나이로 입산하여 승려가 되었으며 법명은 일초(一超)로 효봉선사의 상좌가 된 이래 10년간 참선과 방랑의 세월을 보내며 시작 활동을 하다가 1958년 『현대문학』에 시「봄밤의 말씀」「눈길」「천은사운」등을 추천받아 등단하였다. 1960년 첫 시집『피안감성』간행하였으며 1962년 환속하여 시인으로, 어두운 독재시대에 맞서는 재야운동가로서의 험난한 길을 걷기도 하였다. 초기시는 주로 허무와 무상을 탐미적으로 노래한 반면 이후 어두운 시대상황과 맞물리면서 현실에 대한 치열한 참여의식과 역사
한국의 대표적인 참여시인. 본명은 고은태로 1933년 전북 군산에서 출생하였다. 1952년 20세의 나이로 입산하여 승려가 되었으며 법명은 일초(一超)로 효봉선사의 상좌가 된 이래 10년간 참선과 방랑의 세월을 보내며 시작 활동을 하다가 1958년 『현대문학』에 시「봄밤의 말씀」「눈길」「천은사운」등을 추천받아 등단하였다. 1960년 첫 시집『피안감성』간행하였으며 1962년 환속하여 시인으로, 어두운 독재시대에 맞서는 재야운동가로서의 험난한 길을 걷기도 하였다. 초기시는 주로 허무와 무상을 탐미적으로 노래한 반면 이후 어두운 시대상황과 맞물리면서 현실에 대한 치열한 참여의식과 역사의식을 표출하었다. 영웅주의에 물들지 않고 진솔한 삶의 내면을 드러내는 독특한 시 세계를 보여주었다.

1974년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를 출판하며 시인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였으며 이후 시ㆍ소설ㆍ수필ㆍ평론 등 100여 권의 저서를 간행하였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민주회복국민회의, 민족문학작가회의 등에 참여하며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앞장섰으며 계속해서 1984년『고은시전집』을 냈고 1986년『만인보』간행을 시작하였다. 1987~94년 서사시『백두산』, 1999년 시집『머나먼 길』을 간행하고, 미국 하바드대학 하바드옌칭 연구교수, 버클리대 객원교수를 역임하였다. 전세계 10여개 언어로 50여권의 시집, 시선집이 간행되었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 시 아카데미 회원 한국대표이자 서울대학교 초빙교수, 단국대학교 석좌교수이다. 저서로 『허공』,『개념의 숲』,『오십년의 사춘기』, 『고은 시 선집』, 『고은 전집』(총 38권) 등 1백여 종이 있으며, 2010년에는 연작시편 『만인보』가 전 30권으로 완간되었다. 2011년에는 작품활동 53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연시집 『상화 시편』을 발표했다.

한국문학작가상, 만해문학상, 중앙문화대상, 대산문학상, 만해대상 등 국내 문학상 10여 개를 비롯하여 스웨덴 시카다 상, 노르웨이 비외르손 훈장 등 국내외 주요 문학상을 두루 수상했다. 최근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면서 한국의 첫 번재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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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678g | 153*224*30mm
ISBN13
9788952111494

책 속으로

계엄사령부 지하실이나 육군교도소의 그 극한 상황에서 나는 어떤 신이나 타력의 부처에게 내 생명의 안전을 바라지 않았다. 나는 어떤 것도 불러내지 않는 인간으로서만 끝까지 남아 있고 싶었다. 이것은 하나의 내적 혁명의 자기 응결이었다. 생각건대 혁명, 그것이 지상의 일이라면 그것은 놀랍게도 하늘에도 있을 것이다.--- p.18「혁명 그리고 시」중에서

혁명가와 시인을 하나의 가계로 파악하는 것과 상관없이 시인은 그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반항의 영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인이 그가 살고 있는 시대에 늘 웃고 있다면 그는 이미 시인이 아니다. 시는 눈물의 산물이다. 시인이 혁명가가 될 수 없다면 시대의 모순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고통 받거나 세속적 야만에 맞서 싸우지 못할망정 깊은 상처를 입을 것이다.--- p.26「혁명 그리고 시」중에서

시조(始祖)새가 있다. 까마귀만 한 크기에 대가리는 작고 대가리에 달린 눈은 어쩌자고 크다. 새의 가장 오래된 조상인 이 시조새란 녀석―조상쯤의 생물을 이 녀석 저 녀석이라고 낮추는 것 실례이지만―은 텃새로나 철새로 펄펄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화석으로 박혀 있다. 나는 그 화석 사진을 본 적이 있을 따름인데 그때 새의 조상인 시조새 화석이 있다면 시의 조상인 시조시(始祖詩)의 화석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유치한 노릇이다.--- p.95「부서진 벼루 먹기」중에서

『만인보』의 세계란 작가와 화자, 그리고 서술 대상자나 행간에 잠들어 있는 행위 사이의 모순 관계가 발전되는 세계이다. 그것이 불가분의 관계 또는 불가역적인 관계로 되는 과정에서 가능한 인간 해석의 귀납인지 모른다.‘너는 나이고 나는 너이고 너는 또 그이고 누구이고 그 누구는 또 하나의 나이고’의 종결 없는 삶이며, 제행(諸行)일 것이다. 말하자면 ‘나’와 타자들의 자유를 낳는 사회 순환을 위한 마당이 『만인보』의 공간이다. 작자인 나도 그런 ‘나’의 한 분신일 수밖에 없다. 사회는 그런 사실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므로 선악과 미추의 차별은 지배 논리를 털어낼 때에만 정당하다. 꿈은 여기에도 제 꼬리를 문 뱀처럼 순환의 윤리를 만들어낸다. --- p.122「『만인보』의 어떤 감회」중에서

이윽고 그 울음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세상의 것으로 동참합니다. 이 공명음이야말로 인간의 첫 번째 시일 것입니다. 빅토르 위고가 말한 바, 가장 위대한 시는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터뜨리는 첫 울음소리라고 한 말이 헛되지 않게, 인간 하나하나는 이미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본성으로서의 시인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와 다른 쪽에서는 죽음 앞에서 생존자가 통곡을 합니다. 그 죽음을 통해서 시의 울음, 시의 꽃을 바치는 것입니다. 중동 지방에서 나온 육만 년 전의 화석에서 소년의 주검 머리맡에 놓은 히아신스 꽃이 발견된 적도 있습니다. 또 한반도 중부 지방에서 나온 이만 년 전 화석에선 소년의 주검 머리맡에 국화꽃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런 죽음으로 하여금 하염없는 오래된 슬픔과 꿈은 인간의 첫 울음과 함께 시의 행위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p.134「처음으로 만난 시」중에서

호메로스가 실제 있지 않았던 트로이 전쟁을 있는 것 이상으로 형상화한 것처럼 시인은 체제 안의 여러 사실과 허위를 넘어 진실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아니 호메로스가 실재 인물인가 아닌가의 여러 의문과 함께 시인이란 자신의 시적인 운명을 인류와 민족들의 다양한 보편성에 바쳐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왜 시인인가라는 질문이 너는 왜 시인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낳게 되기를 바랍니다.--- p.178「일본 시인들과 더불어」중에서

해방과 함께 빼앗긴 모국어, 금지당한 모국어를 찾았다. 해방과 함께 빼앗긴 국토는 둘로 나뉘었다. 이데올로기의 땅이 되고 말았다. 조금 뒤 둘은 전쟁의 3년을 지내며 삼백만 명의 죽음과 폐허에 남겨진다. 그 폐허의 영정(零貞)이 내 시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내 시의 시작이야말로 폐허를 천 년의 궁전으로 만들어주었다. 시는 그 어디서나 축제이다.--- p.186「베네치아에서의 시」중에서
세계화의 때이다. 이것은 하나하나의 자기화 없이는, 경계와 경계 사이의 다양화 없이는 무지무지한 노예화인 줄 알아야 할 때이다. 그대들이여 몽골에 가라. 가서 9일 밤낮 이어지는 기나긴 구비 문학의 서사시 세계에 고개 숙여라. 그대들의 선배가 너무 많이 타자의 오리엔탈리즘에 노출되었으므로 그대들은 자신의 오리엔탈리즘을 세워보아라. 그런 다음 지구적(地球的)인 전망을 시작하라.--- p.212「어떤 권유」중에서

아시아는 각자들의 내부적 존재가 아니라 각자들의 외부적 관계로서 재현되어야 한다. 히말라야는 중국과 인도의 경계가 아니다. 몸을 가볍게 만든 히말라야 학(鶴)은 티베트에서 인도로 날아가는 제트기류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황해는 한국, 일본, 중국의 영해가 아니라 다국적 관계의 공해이며 지중해인 것이다. 지중해란 하나의 이기주의, 하나의 역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럿의 삶과 문화가 만나는 광장이다.--- p.233「아시아는 누구인가, 어디인가」중에서

새로운 세계! 그 세계를 찾아 나선 자가 있다면 그에게 물을 주고 싶다. 그의 지친 몸의 갈증을 달래주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에게 불을 주고 싶다. 추운 밤의 모닥불로 언 몸을 녹여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 단단한 쇠를 주어 세찬 바람에 그것을 의지하며 휩쓸리지 않게 하고 싶고 오래 쓸 수 있는 쇠의 연장이 되게 하고 싶다. 그러나 진흙으로 만들어진 자는 물을 건너지 못하고 나무로 만들어진 자는 불구덩에 가까이 갈 수 없다. 제법 단단한 쇠붙이로 만든 자라 한들 100년 안에 한갓 녹슨 건달이 되지 않겠는가. 여기에 건달 하나가 있으니, 스스로 물에 젖어서 진흙이 없어지고 스스로 불붙어 나무가 없어졌다. 비바람에 녹슨 쇠붙이 역시 흐지부지 없어지고 말았다.--- p.260「마드리드에서」중에서

나에게는 선적(禪的)이랄까, 무엇에 투신하는 충동이 있었습니다. 냉철한 인식 논리를 토대로 한 행위가 아니라 거의 저돌적인 투신 행위가 나오기 십상이어서 산문적이기보다 시적이었습니다. 그뿐더러 나는 점점 하나의 격류가 되었습니다. 불교 유식(唯識) 세계에서의 ‘격류’, 그것인지도 모릅니다. 운동이란 벼랑을 낮추는 일이고 끝내는 그 벼랑을 없애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탄압의 실체와 부딪칠 때의 공포조차도 낯익은 일상으로 변화되기까지 합니다. 잡혀가서 일정한 고문을 받고 자술을 하는 동안 그 조사자와 조사받는 자의 이상야릇한 동질감이 생겨나지요.--- p.309「나는 격류였다」중에서

나는 통일이 위대한 역사 행위일수록 그것은 역사만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연 행위이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통일은 하나의 드라마가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점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계절을 이루고 세월을 이루어가는 그런 일상 지속으로서의 긴 과정이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통일은 점이 아니라 선이다! 하고 외치고 싶습니다. 베를린장벽 이후의 독일 20년이 과연 통일인가, 새로운 분단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통일이라는 긴 시간 속에 담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통일은 하루아침에 피는 나팔꽃이 아니라 100년 사업이고, 그리고 그 통일이 진정한 사회 융합과 문화적 조화에 이르기까지는 200년 이상의 사업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비록 분단 고착 체제일망정 이것도 긴 통일 과정의 한 시기라는 낙관론을 낳게 되지요.--- p.319「나는 격류였다」중에서

시는 ‘누가 좋아할 것이다,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를 전제한 작위를 거부합니다. 너는 너의 시를 쓰고 나는 나의 시를 쓰면 됩니다. 보편성이 먼저 있고 시가 거기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시가 먼저 있고 거기서 보편성도 특수성도 엉겨납니다. 이게 보편성의 자연이지요. 서구 보편성에 대한 회의 없이 주어진 보편성에만 내 문학이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는 최근 새로운 보편성을 지향하자고 몇 나라에 가서 강조하기 일쑤입니다. 보편성으로서의 제국주의라는 것도, 그것의 타율성이라는 것도 한 번쯤 고려해야 합니다.--- p.379「내 시의 본적지를 돌아보며」중에서

이따금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 있을 때가 있습니다. 성찰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질문과 상관없이 나는 시를 숨 쉬고 있습니다. 보르헤스가 자신은 시를 마신다고 말했는데 나는 시를 숨 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습니다. 시는 내 존재 이유입니다. 다만 오늘날 여러 곳에서 시의 죽음 혹은 문학의 죽음을 말하고 있는데, 이 따위 소리는 1930년대 내가 태어날 무렵부터 들려왔습니다. 나는 지구의 종말 뒤에 남을 한 편의 시를 생각합니다.

--- p.398「당신은 누구인가」중에서

출판사 리뷰

운명으로서의 시, 또는 운명으로서의 시인
고은의 지평선에서 발견하는 우리들의 안과 밖


시인 고은이 『만인보』 이후 최초로 내놓는 산문집. 시대를 아우른 방대한 기록이 보여주는 그 치열한 오늘을 여기 집약했다. 시에서 벗어나 생생한 육성으로 들려주는 시인의 ‘삶’과 ‘시론’. 시가 없는 시대, 민족시인 고은이 당신의 시를 시작할 한 알의 씨앗을 뿌린다.

시에서 벗어나 시를 말하다

2009년 6월부터 저자와 서울대출판문화원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저자의 ‘삶’과 ‘시론’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산문집을 기획했다. 저자는 이미 관악모둠강좌 ‘우리들의 안과 밖-고은의 지평선’, 그리고 관악초청강연 ‘처음으로 만난 시’ 등에서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본인의 시론을 소개한 바 있었다. 강좌나 강연에서 발표한 내용을 단순히 종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가 마치 강연장을 찾은 관중처럼 시인의 공간에 녹아들 수 있는 책. 이를 위해 저자의 수많은 원고를 그 성격에 따라 정리하며 다듬는 길고 고된 시간이 계속되었다.

마침내 완성된 『나는 격류였다』는 시인 고은의 시론을 집대성한 한 편의 교과서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딱딱한 텍스트도 학습활동도 없다. 그저 저자의 생생한 육성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면 충분하다. 당신과 시의 운명적인 만남을 독려하며, 시인에게 찾아온 시의 시작이 마침내는 당신에게 찾아갈 시의 시작이 되는 순간을 위해,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왜 시인인가라는 질문이 너는 왜 시인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낳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는 시가 없는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뿌리는 시의 씨앗이기도 하다.

시로 다하지 못한 생생한 목소리

매년 시월경이면 많은 이가 부푼 기대를 품고서 초조하게 노벨상 수상자 발표를 기다린다. 그러나 노벨상이라는 화려한 이름에 이끌려 정작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막아오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기실 저자는 활발한 대외 활동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늘 새로운 운동을 만들어왔다.

『나는 격류였다』는 기고문을 비롯해 저자의 생생한 육성이 담긴 강연, 대담을 폭넓게 포함하고 있다. 책의 전반적인 성격을 규정하는 「자서-혁명 그리고 시」, 월령가 형식으로 민족의 오늘을 바라본 1부 「열두 개의 마음」, 문학을 비롯해 예술 전반에 대한 감회를 노래한 2부 「시의 행로」, 국내외에서의 강연을 담은 3부 「지상에서 말하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위한 신실한 제안 4부 「밖에서 안으로」, 해외의 독자에게 전한 서문을 모은 5부 「시여 날아라」, 시인이 국내외에서 가진 대담을 정리한 6부 「시인의 대화」에 이르기까지 시에서는 모두 다루지 못한 저자의 사상을 손에 잡힐 듯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특히 6부에 수록된 일본의 석학 와다 하루키와의 대담 「나는 격류였다」는 원고지 210여 장에 달하는 방대한 자기 고백이라 할 만하다. 이를 통해 노벨상 수상 후보 고은이 아닌, 동시대에 함께 숨 쉬는 인간 고은을 만날 수 있다.

『만인보』 이후 최초로 내놓는 삶과 시의 치열한 기록

올해 4월, 시인 고은은 세계문학사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역작 『만인보』 전30권을 완간했다. 『나는 격류였다』는 저자가 『만인보』 완간 이후 최초로 내놓는 생생한 육성의 기록으로서 시인의 삶과 시를 관통하는 치열한 순간들을 담고 있기도 하다. 출생과 함께 부딪혀야 했던 식민지시대의 기억, 세상을 등진 입산 시절,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 문학을 넘어 회화로까지 이어진 창작의 순간들, 해외에서의 초청과 강연……. 『나는 격류였다』는 그 광범위한 시간과 시간의 틈새를 엮어 시인 고은의 지금, 바로 이 순간을 포착한다.

방대한 작업을 마무리하고도 저자는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다. 멈춰 서기는커녕, 자신은 과거보다 미래가 풍부한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자서(自序) 형식으로 서술한 「혁명 그리고 시」는 이러한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여기에서 저자는 자신의 격류와 같았던 삶을 담담하게 서술한 후 이렇게 덧붙인다. “시인이 그가 살고 있는 시대에 늘 웃고 있다면 그는 이미 시인이 아니다. 시는 눈물의 산물이다.” 시인 고은의 오늘은 여전히 치열하다. 그리고 그 치열한 오늘은 시인의 펜 끝에서 여기 한 권의 책으로 오롯이 집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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