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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즐겁게 살겠습니다
국제구호개발 활동가의 또 다른 전력질주
손수진 저
컨텐츠조우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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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4

아프리카를 떠나 고향집으로 10 /
익숙한 듯 낯선 한국적응기 16 /
한국의 역문화 충격 20 /
세월의 냄새가 스며있는 도서관 24 /
나의 첫 직장, 사회복지 공무원 29 /
등짝이 불타오르네 33 /
삐뚤어져 버릴 테야 38 /
엄마를 통해 나를 보다 43 /
죽을 까봐 죽을 것 같은 공황증상 48 /
엄마의 달라진 일상생활 55 /
나의 만학도 제자 62 /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 69 /
패밀리 미팅하던 날 75 /
내 인생의 멘토였던 언니 81 /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88 /
100점 짜리 엄마 93 /
뜻밖의 선물 102 /
빨간 스마일 저금통 107 /
내 안의 어린아이를 만나다 115 /
나의 만만한 실험대상자 118 /
누구나 묵묵히 버텨야 하는 때가 온다 125 /
다시 찾은 추억의 교회 131 /
혼자 묶여 있는 작은 새 137 /
노마드와 정착민 148 /
나를 치유한 구호현장 152 /
내가 가면, 그게 길이 된다 158 /
괜찮아, 이건 문제도 아니야 166 /
피눈물 나는 미용사 도전기 172 /
낡아질수록 새로워지는 것 들 181 /
우리 요양보호사 선생님 185 /
딸기 생크림 케이크와 국밥 192 /
마지막을 어떻게 풀어낼지 소망을 가져라 198 /
잃고 나서야 깨닫는 것들 204 /
미용봉사 하는 날 209 /
감동을 주는 뜻밖의 친절 214 /
기억은 과거를 왜곡한다 219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던 날 225 /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옳은 말을 이긴다 230 /
러닝(Running)을 하니 러닝(Learning)이 된다 236 /
엄마의 오래된 발톱무좀 241 /
나의 카리스마 요가 선생님 245 /
개발협력 프리랜서 253 /
일상은 생각보다 다채롭다 258

감사하며 265

저자 소개 1

자신이 평범한 줄 알고 평범한 공무원의 삶을 살다가 자신의 비범함을 억누르지 못하고 해외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떠나기로 결심한다. 2008년 4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대한민국 국제 NGO인 굿네이버스의 봉사단원으로, 프로그램 매니저로 그리고 해외지부의 책임자로 활동한다.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을 한다. 정이 많지만 정의로운 사람, 내성적인데 급진적인 사람 따뜻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그녀다. 국제구호개발 NGO 활동가로서 12년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
자신이 평범한 줄 알고 평범한 공무원의 삶을 살다가 자신의 비범함을 억누르지 못하고 해외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떠나기로 결심한다. 2008년 4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대한민국 국제 NGO인 굿네이버스의 봉사단원으로, 프로그램 매니저로 그리고 해외지부의 책임자로 활동한다.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을 한다. 정이 많지만 정의로운 사람, 내성적인데 급진적인 사람 따뜻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그녀다.

국제구호개발 NGO 활동가로서 12년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에서 일했다. 직장 사직과 갱년기 증상, 어머니의 알츠하이머 발병이 겹치면서 지난 7년간 고향에서 간병을 도맡아왔다. 그 와중에도 틈틈이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요가와 마라톤을 하며 프리랜서로 국제개발 분야의 강의와 컨설팅도 이어가고 있다.

저서 [천진난만 국제개발]
공저 [크리스천 교양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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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10g | 128*188*12mm
ISBN13
9791191173116

책 속으로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약 후유증으로 그동안 죽으로만 끼니를 떼우며 누워 있었다. 알츠하이머 약은 속이 메스꺼워지거나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적응시간이 필요하다. 다음 날 의사에게 증상을 말했더니 가장 낮은 단계의 약으로 바꾸어 주었다.

“엄마의 증세는 하루아침에 나타난 게 아닙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진행된 것일텐데 가족이 함께 있지 않아서 몰랐던 것이지요.”
모니터를 쳐다보면서 의사가 덧붙여 말했다.

사실 빨래를 태우기 전부터 엄마는 은행 카드를 자주 잃어버렸고, 같은 물건을 반복해서 사오는 일도 잦았다. 앨범 세 권에 들어있던 사진을, 몇 장만 남기고는 전부 찢어버린 일도 있었다. 그토록 사진을 좋아했던 엄마의 달라진 모습에 우리 삼남매는 기겁을 했다. 사진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존재를 증명해주는 추억의 선물이다. 엄마는 더이상 추억하고 싶지 않은 걸까?
--- p.14

술 취하면 사무실로 찾아와 의자를 던지며 행패 부리던 수급자 아저씨와 맞짱 뜨기도 했다. 맞으면 뼈도 못 추릴 거구의 아저씨였는데, 쪼그만 내가 겁대가리 없이 덤벼들었다. 그 일 후로 아저씨는 내 앞에서만은 온순해졌다.

어느 날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줌마가 빈집에서 출산했단 소식을 들었다. 정의감에 불탄 나는 갓난아기를 들쳐 업고, 그녀의 시댁으로 쳐들어가 시어머니와 대판 싸우기도 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쫓아낸 바람에, 아줌마는 인근의 폐가에서 두 딸과 함께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있었던 것이다. 그 아기는 지금 성인이 되었을 것이다. 당시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말할 수 없이 따스하고 그리운 날들이었다.

공무원 사회에서 면장, 과장, 실장은 그야말로 가장 높은 지위다. 발령 동기들은 지금 그 ‘탑 포지션’을 찍고 있다. 그 말은 오래 일해서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사직하지 않았다면 나도 그들 속에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부럽거나 후회되지는 않나?
--- p.30

첫 번째 실험은, 엄마의 새하얀 머리와 갈수록 늘어가는 나의 새치머리를 위해 천연염색에 도전했다. 기존 화학 염색약은 아무리 좋은 성분이라도 머릿결이 상해서 유튜버들이 소개하는 다양한 천연염색 방법을 따라 하기로 했다.

먼저 커피로 염색하는 방법인데,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서너 번만 염색해도 머릿결이 좋아지고 새치염색도 잘 된다고 했다.
커피가루를 물과 잘 섞어 적당한 농도로 엄마 머리에 듬뿍 발랐다. 비닐캡을 씌우고 1시간 넘게 기다렸다. 그런데 머리를 헹구는 내내 커피물이 빠져나와 나중에는 다시 허옇게 예전 머리가 되었다. 허리 아픈 엄마만 고생시켰다.

다음은 생강 끓인 물로 염색하는 방법이다. 생강은 커피보다 염색 효과가 더 좋다고 했다. 햇생강을 잘라 끓인 뒤 식혀서 그 생강물을 머리에 발랐다. 하지만 생강물이 얼굴로 줄줄 흘러내리는 바람에 엄마가 눈과 코가 너무 따갑다고 했다. 정성과 에너지가 고도로 투입된 시도였지만, 역시 실패였다. 생강은 역시 감기 걸렸을 때 생강차로만.

그 외에도 홍차를 진하게 끓여 발라보기도 하고, 레드 와인도 처발처발했지만, 누리끼리한 변화조차 없었다. 왜 염색이 안되냐고 묻는 엄마에게 천연 염색이라 그렇다며, 대신 머릿결이 좋아지고 모근도 튼튼해진다고 허풍을 떨었다.

두 번째 실험은 요즘 핫한 식초로 점빼기다. 밀가루에 식초를 넣어 요지를 사용해서 점에 콕 찍어두면 식초에 들 어있는 산 성분이 피부에 침투해서 점을 쏙 빼는 방법이다.
--- p.120

그날 저녁, 센터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술시간에 엄마가 손이 떨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자, 옆에 있던 할머니가 도와주려 했지만 엄마는“나도 할 수 있으니까 건드리지 말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또, 귀가 할 때 엄마가 가장 늦게 내리게 되자 짜증을 내며 중간에 내리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한다. 평소에 순하던 엄마의 이런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 엄마는 하루 다녀오고는 다시는 안 가겠다고 했다. 온갖 좋은 말로 구워삶아도 소 용없었다. 엄마는 순하지만 한번 싫다고 하면 절대 안하는 고집이 예전부터 있었다. ‘그럼 그렇지, 내 팔자야~’

공단직원이 다녀간 후 며칠 뒤 4등급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덕분에 다음 달부터 요양보호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교회언니가 복지센터를 오픈해서, 센터를 통해 소개받은 요양보호사가 방문했다. 요양보호사와 수혜자가 서로 잘 맞기 어려운데, 좋은 분이 와서 정말 안심이 되었다. 요양보호사는 주 5회, 하루 3시간 방문하며, 우리가 지급할 자부담은 일한 날짜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한 달에 15만원 내외라고 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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