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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의 거울
장애를 마주하며 사람을 다시 바라보다
김인규
푸른칠판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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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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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1 진우로부터

문득 찾아온 진우
미술 교사의 삶과 작가의 삶
저버릴 수 없는, 아빠로서의 삶
의미 있는 기록의 시작
혹시 수재가 아닐까
희망을 향해 움직이는 마음
또다시 병원으로
세상이 갈라져 버린 그날 이후
비현실 같은 현실을 인정하다
죄의식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우와 엄마학교로
명화학교에서의 첫 사회생활
4월의 엄마학교에서
글자를 읽어 나가기 시작하다
장애를 받아들인다는 것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닐까
불가사의한 암기력
비디오 기록 수준의 기억력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셈 공부를 통해 알게 된 것
엄마가 본 진우가 못하는 것과 잘하는 것
아빠가 본 진우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던 것
1년간의 양치 공부

2 발달장애인들과 미술 활동을 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할 수 있게 되는 것
발달장애 아동들의 미술교육에 대해
즐거운 놀이가 되기를 바라며
기대했던 것과 안 되는 것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벽
시키고 가르쳐야 한다는 마음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도 함께하는 일
앞날이 안 보이는 절망에 지쳐 갈 때
미래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기로
장애 아동을 교육의 대상으로만 본다면
할 수 있는 것을 할 때 이뤄지는 일
소중한 것들을 잃어 가고 있는 우리
독립적인 성장과 뭐든 잘하게 되는 것
정상 값에 이르지 못하는 이에 대한 혐오

3 비로소 알게 된 것들

발달장애인만의 문제일까
유독 못하는 아이
할 수 없는 것들을 숨기는 일
사람은 어떤 존재여야 할까
못하는 것은 못하기
발달장애인에게 ‘성공’이란
즐거움을 쫓는 일과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일
발달장애인은 절망하지 않는다
목표를 향한 노력으로 빽빽해지는 삶
틀에 가둬지지 않는 마음의 모양
끌리는 곳으로 정처 없이 흐르는 마음
계산하는 마음이 없다면
비교하는 마음에서 벗어난다면
타인의 세계와 자기 자신
타인과 견주지 않는 사람들
자신만의 영역을 지켜 내는 삶

4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는 삶이 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진우가 만난 크나큰 행운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삶
반복을 통해 익숙해지는 것들
기차와 함께하는 신나는 일상
혼자서 해내는 기차 여행
가슴을 쓸어내렸던 새 도전
자신만의 즐거움으로 삶을 만들어 가는 일
발달장애인의 사회생활을 지탱해 주는 것들
고통스러웠던 치과 진료의 반전
변화하고 성장할 기회만 보장해 준다면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
다시 나의 삶으로 돌아와서
진우가 여전히 잘 못하는 일, 그리고 잘하는 일

저자 소개 1

金寅圭

30년 가까이 중등학교에서 미술교사를 하며 다양한 미술활동을 했다. 1996년 첫 번째 개인전(21세기 화랑/서울)을 시작하여 최근까지 13회 개인전을 개최했고, 1994년 〈민중미술 15년전〉(국립현대미술관), 2002년 제4회 광주비엔날레(광주 5·18 자유공원 내의 상무대 지구), 2007년 종촌행정도시 공공미술프로젝트 〈종촌… 가슴에 품다〉(공주시 종촌면 일대), 2019년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한국장애인예술원 이음, 마로니에 공원 일대)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저서로는 《나의 그림은 실제 상황이다》(푸른나무), 《화장실에서 놀자》(디딤돌), 《우리는 왜 그림을 못
30년 가까이 중등학교에서 미술교사를 하며 다양한 미술활동을 했다. 1996년 첫 번째 개인전(21세기 화랑/서울)을 시작하여 최근까지 13회 개인전을 개최했고, 1994년 〈민중미술 15년전〉(국립현대미술관), 2002년 제4회 광주비엔날레(광주 5·18 자유공원 내의 상무대 지구), 2007년 종촌행정도시 공공미술프로젝트 〈종촌… 가슴에 품다〉(공주시 종촌면 일대), 2019년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한국장애인예술원 이음, 마로니에 공원 일대)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저서로는 《나의 그림은 실제 상황이다》(푸른나무), 《화장실에서 놀자》(디딤돌), 《우리는 왜 그림을 못 그리게 되었을까》(교육공동체 벗), 《진우의 거울》(푸른칠판) 외 중등 미술 교과서를여러 차례 대표 집필하였고, 《안면도가 우리 학교야》(디딤돌),《시각문화교육의 관점에서 쓴 미술 교과서》(휴머니스트)의 집필에 참여했으며 《새로운 장르의 공공미술: 지형 그리기》(문화과학사), 《장소 특정적 미술》(현실문화)의 번역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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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32g | 128*188*11mm
ISBN13
9791191638295

책 속으로

나는 다시 진우의 장애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진우가 좀 특별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진우는 수를 순서대로 말하는 것도 어려워하지 않았다. 일, 이, 삼, … 그러다가 십일, 십이, 십삼, … 이십일, 이십이, 이십삼, … 이런 식으로 말로 수를 세어 나가는 것을 쉽게 했다. 점점 더 많은 수를 셌고 심지어는 백을 넘어가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나의 기대가 허망한 것이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진우는 정작 수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했다. 그것을 말할 수 있는 것과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아는 것은 전혀 달랐다.

나는 이때서야 비로소 진우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된 것 같다. 그동안 무언가를 하게 하려고 애썼지만 진우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진우에게 바다는 어디까지 얕다가 점점 얼마나 더 깊어지는지, 그러니 얼마만큼은 안전하고 얼마만큼은 위험한지 그것을 가늠하는 인식 자체가 아예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물이 찰랑찰랑하는 그 자체가 이미 공포였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그제야 하게 된 것이다. 물놀이를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의 문제와 전혀 별개의 것이었던 셈이다. 그날 일은 내가 그동안 진우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첫 번째 사건이었다.
--- 「진우로부터」 중에서

나는 결국 언젠가 죽을 것이고 끝까지 진우와 함께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의 운명이 있고 진우의 운명이 있다. 그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거리가 있다. 스스로 지킬 수 없는 진우를 생각하면 마음이 한없이 아프지만 그것은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이다. 그것은 한계다. 누구나 죽을 것이고 누구나 그만큼만 책임질 수밖에 없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그렇듯이 말이다. 그만큼 누구나 애처롭고 슬픈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매우 하찮아 보이는 일에 몰입하고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어쩌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보니 오히려 할 수 있는 몇 가지 일에 몰입하고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언가 못하는 상황이 가져온 반전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더 잘할 수 있는 일과 못하는 일을 구분하여 비교할 힘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더 잘하는 것과 비교하면서 기죽을 일이 없는 셈이다.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성장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점차 부모의 손을 떠나 모든 것을 스스로 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 성장일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단호하게 스스로 하도록 채근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것과 뭐든 잘하게 되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나는 구분하지 못했다.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것이 오히려 더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일 텐데 말이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믿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사는 데 듬직한 기둥이 될 것이다. 어려운 점이 있으면 그것을 어루만져 가면서 이겨 낼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도왔어야 했다.
--- 「발달장애인들과 미술 활동을 하면서」 중에서

못하는 것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을 해야만 할 이유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즐겁게 살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굳이 그것에 집착하고 그것을 해내려고 애쓴다. 그리고 무언가 해낸 사람에게는 성공 신화를 씌워 추켜세운다.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발달장애인을 통해 배웠다.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 부족하고 한계가 있다.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사람들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오히려 각자의 한계를 서로 돕고 보완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교육일 것이다.

진우는 그렇게 목적과 과업에 통제되지 않는 모양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마음이 일정한 질서와 과업에 의해 빼곡하게 구획되어 있는 것과는 다르다. 때문에 진우는 현재 눈앞에 보이는 것에 이끌려 그것의 즐거움에 한없이 빠져들 수 있다. 샤워를 하다가 물놀이에 빠져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옷을 갈아입다 말고 다리 한쪽만 옷에 끼운 상태에서 휴대폰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기도 한다. 그만큼 틀에 가둬지지 않은 마음 상태로 자신만의 즐거움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게 아닐까.
--- 「비로소 알게 된 것들」 중에서

결국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는 본인의 과제이고 본인의 일이다. 다른 사람의 지원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하고 못하고는 끝내 자신의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받고 존중받을 때 우리는 그 가능성을 향해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사람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 터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진우를 통해 장애를 겪으면서 비로소 그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말이다. 그러고 보면 장애는 우리 삶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특질 같은 것이었던 셈이다.

그 와중에 나는 작가로서 나의 삶을 새롭게 시작했다. 그것은 진우와 무관하게 나만을 위한 일로 내 삶 속에 생겨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교사로서 살아온 삶이 단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일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거기에도 내가 성취하고 싶은 과업들이 있었고 그것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것 또한 나를 위한 삶이었다고 할 수 있다. 소중한 나의 인생이 되었고 나름 성공적인 일이 되었다. 어찌 보면 진우의 존재가 나를 미술 교사로 만들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인생은 그렇게 하나의 의지로만 살아지는 것도 실현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 저런 사정, 이런 사정들이 서로 얽히면서 그 가운데 생겨나는 길이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는 삶이 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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