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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도피 혹은 도태일지라도
Part 1. 어쩌자고 시골집을 사서는 내가 바라는 집 우리, 시골에서 살자 발품은 필수, 타협은 선택 끝나지 않는 것들 남편 회사는 어쩌고요? 아이 교육은 어쩌고요? Part 2. 사람, 그리고 사람 부족하지만 모자람 없이 대문은 옵션 지금이 좋다 알고 보면 좋은 사람 객식구와 개 식구 우리가 돈이 없지 낭만이 없냐 막내의 기분 Part 3. 푸르고 말랑한 생활 예상치 못한 기쁨 시골집 짝꿍 꽃을 나누는 마음 작고 네모난 우주 콩을 심는 방법 잡초와의 전쟁 소꿉 농사 부록. 집수리의 7대 지옥 - 선택 지옥 - 철거 지옥 - 설비 지옥 - 조적과 미장 지옥 - 전기 지옥 - 목공 지옥(feat. 설치 지옥) - 칠 지옥 - 또 다른 지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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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시골집과 마당, 텃밭이 나를 한없이 설레게 했다는 것이다. 도피여도 괜찮고, 도태라 해도 상관없었다. 내 가슴이 뛰는 삶은 아무래도 거기에 있었다. 그 마음을 믿고 시골에 왔다.
누구든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반대로 희생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싫었다. 저마다 내가 아닌 너를 위해 산다고 하는데 실은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그런 결말은 최악이었다.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 그저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일하고, 벌고, 쓰고 싶다. 지금처럼 어쩌다 한 번 외식을 하고, 1년에 하루 정도는 좋은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하고, 아주 가끔은 짧은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좋겠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가’보다 ‘나에게 얼마나 필요한가’이다. 나는 여전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다운 삶이란 무엇이며 그렇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시골에서의 삶이 그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시골은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 준다. 이곳에서 나는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내는 법을 배운다. 낮은 낮답게 밤은 밤답게, 여름은 여름답게 겨울은 겨울답게 보낸다. 부족하지만 모자람 없이, 앞으로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제주에서의 휴식이 가능한 공간과 시간이었다. 쨍쨍이 없는 쨍쨍의 집에서 보름을 보냈다. 오래된 주택이지만, 뒤뜰에 작은 숲길이 있는 아름다운 집이었다. 한 달 만에 구했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시골집은 몇 년을 돌아다녀도 마음에 드는 걸 찾기 어려운데 어떻게 금방 구할 수 있었냐고 물 었을 때,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건 욕심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거다.” 순간, 부엌에 창문이 없는 게 살짝 아쉽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을 들킨 기분이었다. 나라면 분명 그 집을 놓치고 말았을 거다. 집을 구하는 팁이 꼭 인생의 힌트처럼 들렸다. 바라는 것을 줄이면 무엇이든 한결 쉬워질 거라는, 어쩌면 단순한 진리였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려는 욕심은 없다. 적게 벌어 적게 쓰면 된다. 그래도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로 벌었으면 좋겠다. 이러다 갑자기 농사를 짓겠다거나 독서 교실을 열겠다고, 원테이블 밥집을 해보겠다고 수선을 피울지도 모르겠다. 시골에 오는 것도, 이렇게 사는 것도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다. 미래 또한 어떻게 흘러갈는지 알 수가 없다.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자연은 이토록 많은 것을 누리게 해준다. 바람으로 꽃씨를 나르고 햇살로 양분을 주면서 수많은 들꽃을 키운다. 사람은 무엇이든 줄을 세우기 좋아해서 꽃조차 가치를 따지고 등급을 매기지만, 야생화라고 해서 아름다움이 덜한 것은 아니다. “이거 비효율적인 것 같아. 이 시간에 다른 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전문가한테 맡기는 게 나을 텐데.” “우린 지금 돈이 없고 시간은 많잖아.” 효율 운운하던 남편은 곧바로 내 말에 수긍했다. 돈 없고 시간 많은 우리는 스크래퍼를 쥐고 어깨가 부서지도록 벽을 문질렀다. 육두문자가 절로 나왔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