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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저자의 변
본능적 연출의 대전제 CHAPTER 1. 스토리텔링 1. 왜 같은 이야기에 꽂히는가 2. 어떤 이야기에 꽂혀왔는가 CHAPTER 2. 감정 설계 3. 장면의 역할|장면 설계의 출발점 4. 몰입은 감정에서 시작된다|감정의 설정 1 5. 어떤 감정을 설계할 것인가|감정의 설정 2 6. 감정은 시선에서 시작된다|시선의 설계 1 7. 어떻게 시선을 끌 것인가|시선의 설계 2 8. 왜 인물인가|인물의 배치 1 9. 시선의 중심에 인물을 배치하라|인물의 배치 2 10. 무엇이 하나로 보이는가|게슈탈트 시지각 원리 1 11. 경계는 어떻게 그어지는가|게슈탈트 시지각 원리 2 CHAPTER 3. 감정 구현 12. 프레임 안의 자리|프레이밍 1 13. 프레임 안의 공간|프레이밍 2 14.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빛과 색 1 15. 어떻게 하나로 묶을 것인가|빛과 색 2 16. 카메라의 자리|카메라 운용 1 17. 카메라의 눈|카메라 운용 2 18. 어떻게 움직임을 다룰 것인가|움직임 19. 어떻게 안 튀게 할 것인가|편집 1 20. 어떻게 흐름을 만들 것인가|편집 2 21. 어떻게 감정을 움직일 것인가|예측 22. 어떻게 들리게 할 것인가|소리 에필로그|빨간 약 부록 1. 장면 설계 7단계 체크리스트 2. 다양한 원형들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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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장면 설계에 대해 논하기 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대체 우리는 왜 연출을 하는가?’ 물론 영상의 기획 의도를 이루기 위해서다. 전작 『방송 연출 기본기』에서 나는 연출을 이렇게 정의했다. ‘연출이란 하려는 이야기에 끝까지 몰입시켜 의도를 이루는 작업이다.’ 이는 운동 경기와도 비슷하다. 감독은(=연출자는), 승리를 위해(=의도를 이루기 위해), 전술에(=하려는 이야기에), 선수들이 끝까지 따르도록 한다(=끝까지 몰입시킨다). 《슬램덩크》에서 산왕을 꺾기 위해 안 선생님이 짠 전술을 떠올려보자. 송태섭은 압박 수비를 뚫고, 정대만과 서태웅은 공격을 이끌며, 채치수와 강백호는 골밑과 리바운드를 장악한다. 모두가 제 역할을 다하면 20점 차라는 극악의 상황도 뒤집을 수 있지만, 단 한 명이라도 무너지면 게임은 끝이다. 연출도 그렇다. 영상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선수’다. 북산의 다섯 선수가 모여 전술을 완성하듯, 장면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그리고 북산이 그랬듯, 한 장면이라도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몰입은 깨지고 기획 의도는 전달되지 않는다. 따라서 연출자는 안 선생님처럼 각 장면에 명확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완수하려면 시청자를 장면에 몰입시켜야 한다.
--- 「장면의 역할」 중에서 인간의 인지 과정을 이해하는 일은 감정을 어떻게 다룰지, 이야기와 장면을 어떻게 구성할지, 컷의 배열과 카메라 무빙, 오디오 처리까지 모든 연출 요소에 명확한 기준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이를 간과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인지 과정은 너무 빠르고 자동으로 일어나서, 마치 의심할 필요 없는 본능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본능은 누구나 갖고 있기에, 현장에서는 이를 그냥 ‘감’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버린다. 그리고 “감이 있네, 없네.” 하는 평가질만 오갈 뿐, 정작 탐구 대상이 되지는 못한다. 실제 현장에서도 인지 과정을 고려해 장면을 설계하는 연출자는 드물다. 인지 과정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감을 무슨 수로 가르쳐? 많이 보고 찍고 붙여봐야 생기는 거지.”라는 인식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연출자가 되려는 사람들까지도 당연히 그렇게 여겨, 아무런 이의 없이 실체도 없는 ‘감’을 키우려 애쓴다. 하지만 단언컨대, 연출에서 말하는 ‘감’은 인간의 인지 과정을 이해하고 적용함으로써 키울 수 있다. ‘사람을 관찰하라.’라는 오래된 조언도 결국, 감정이 인지 과정에 어떻게 개입하고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지를 관찰하라는 뜻이다. 그러니 ‘감이 없어서 힘들다.’라며 괴로워할 필요 없다. --- 「어떤 감정을 설계할 것인가」 중에서 하지만 이 ‘신의 한 수’도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감정을 유도하는 무기인 만큼, 감정이 발생하는 인지 과정의 전반부 ― ‘감각 수용-지각-주의’ ― 에 써야 하는 것이다. 왜냐? 이후 단계부터는 연출자의 개입이 급격히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기억’ 단계에 들어서면 시청자는 장면을 의식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한다. 이전 장면들과 연관시키고, 자신의 경험과 대조하며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시선 유도라는 무기로 감정을 끌어내려 해도 점점 시청자에게 먹히지 않는다. 다음 단계인 ‘사고·추론’, ‘판단·의사결정’ 단계는 더 절망적이다. 이 단계들에서 감정을 끌어낸다는 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과 다름없다. 이미 장면의 해석까지 거의 끝난 상태라, 감정에 호소하면 시청자는 콧방귀만 뀔 뿐이다. 이때는 감정이 아닌 이성의 설득만이 살 길이다. 장면·인물·이야기 모두를 시청자에게 논리적으로 납득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 그래도 될까 말까다. 마지막 단계인 ‘반응·행동 실행’ 단계는 말 그대로 ‘끝’이다. 시청자는 이미 결론을 냈다. “이 장면 어이없네!”, “주인공 왜 저래!”, “그냥 그만 보자….” 이제 그 어떤 연출을 해도 되돌리긴 힘들다.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 「감정은 시선에서 시작된다」 중에서 모든 영상 연출 기법이 그렇듯, 이것들도 ‘반드시 이렇게 해야 정석이며 기본이다.’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기법을 선택해 쓰면 그뿐이다. 한낱 방법에 불과한 기법들을 기준으로 삼아 “기본이 안 됐네, 영상 문법이 엉망이네, 어쨌네.”하는 타인의 평가엔 신경 쓰지 말자. 대신 꼭 신경 써야 할 것은 시청자에 대한 배려다. 그들의 안정감이 중요하다. 그러니 여백의 극단적인 조절도 의도를 표현해야 할 때만 쓰는 걸 권한다.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은 연출은 자기만의 예술일 뿐이고, 압박감을 견디면서까지 그 예술을 감상하려는 시청자는 아무도 없다. --- 「프레임 안의 공간」 중에서 ‘생존을 위해 정보를 얻는다.’라는 본능은 샷 사이즈의 범위를 결정짓는 기준이 된다. 즉, 인물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프레임에 담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별한 의도가 없다면 클로즈업은 보통 얼굴에서 쇄골까지를 포함한다. 이는 시청자가 무의식적으로 ‘폐쇄성’ 원리를 작동시키기 때문이다. 클로즈업에 담긴 ‘얼굴-목-어깨-쇄골’까지의 라인을 따라 뇌는 나머지 신체를 보완해 인물의 전체 형체를 유추한다. 숲속에서 동물의 일부만 보여도 전체 형체를 유추하던 진화적 본능이 반영된 결과다. 그런데 만약 화면이 목에서 잘려버린다면 어떨까? 포식자의 몸집을 상상할 수 없어 불안해지듯, 시청자 역시 인물의 나머지 형태를 상상하지 못해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관절도 마찬가지다. 팔꿈치·손목·무릎·발목은 움직임을 예측하는 핵심 단서인데, 화면이 이 지점에서 잘리면 뇌는 다음 행동을 짐작할 수 없어 긴장하게 된다. 결국 인간은 시각 정보를 통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예측하려는 존재이며, 이 예측이 가능할 때 몰입이 유지된다. --- 「카메라의 자리」 중에서 ‘러닝타임 10분, 1시간, 2시간…. 모든 영상은 시간의 흐름에 묶인 매체다. 따라서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원리는 결국 시간 속에서 조율되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과정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편집이다. 즉, 편집은 단순한 컷 연결이 아니라, 설계된 감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마지막 과정이다. 그런데 정작 실제 편집에서 연출자들의 신경을 긁어대는 건 따로 있다. 바로 ‘컷이 튄다’는 현상이다. 지금이야 컷 튀는 거 뭐 그리 대수인가 싶지만, 나 역시 예전에는 컷의 튐을 없애려 무던히 애썼다. 사소한 튐 하나로 편집 무능력자처럼 보일까 싶어서였다. 물론 컷이 튄다고 해서 무능력자인 건 아니다. 하지만 매끄러운 영상이 시청자의 몰입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시청자는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느껴야 몰입을 지속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면이 어색하게 끊기면 시청자는 이야기보다 ‘편집이 어색하다’는 사실을 먼저 의식하게 되고, 그 순간 몰입이 깨진다. 따라서 이번 장에서는 튐 없는 영상, 즉 ‘연속성 편집’을 다뤄보려 한다. --- 「어떻게 안 튀게 할 것인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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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고, 자르고, 붙인다.’
이 단순한 작업이 기계적인 반복에 그칠지, 창조적인 연출로 거듭날지는 ‘이유를 알고 행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책은 그 이유를 ‘인간’에게서 찾는다. 시청자도, 연출자도 모두 인간이기에, 연출의 기준 역시 인간의 ‘본능’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지각·인지·진화심리학, 신경과학,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영상을 시청하는 인간 본능의 원리를 풀어낸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의 목적은 단 하나, ‘실무 연결’이다. 방송 PD 출신인 저자는 심리학으로 풀어낸 본능의 원리를 연출 원리로 전환 후, 익숙한 실제 연출 사례를 통해 현장에서 바로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단언한다. ‘연출의 감을 키우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인간 본능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길을 안내하는 심리학 기반 연출 지침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