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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화가 아닌가요?
2. 큰 것은 갈수록 커진다 3. 성장의 토대 - 인프라와 규모 4. 장거리수송 보조금 5. 세계화를 전파한다 6. 에너지를 찾아서 7. 세계화 시장에 봉사하기 위한 배움 8. 연구 - 누가 씨를 뿌리고 누가 거두는가? 9. 팽창하는 인프라 - 끝없는 경주 10. 게임의 규칙 - 자유무역 11. 많은 규제, 작은 효과 12. 그렇다면 그들은 왜 계속하는가? |
Helena Norberg-Ho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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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서평 위원 표정훈
우리 집 근처에서 내가 겪고 있는 세계화의 한 장면. 외국계 대형 할인점이 버스로 15분 거리에 있다. 그리고 걸어서 1분도 안 걸리는 동네 슈퍼가 있다. 가격은 애당초 경쟁이 안 된다. 생필품을 비교적 대량으로 구매 할 경우, 나는 주저 없이 대형 할인점을 찾는다. 상품 구색도 마찬가지다. 동네 슈퍼에서 구할 수 있는 품목은 제한되어 있기 마련이다. 갖가지 사은 행사는 또 어떤가. 다윗은 골리앗을 이겼지만, 동네 슈퍼가 다윗이 되기는 힘들다.
이런 비근한 현실이 왜 세계화의 한 장면인가? 유통업 개방 조치 덕분에 외국계 대형 유통업체들이 우리 나라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국적 거대 유통 기업들이 세계 각국의 소매 시장에서 직접 소비자들을 상대로 물건을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동네의 이러한 세계화는 자연스럽게 동네 슈퍼의 구조 조정과 통합의 물결로 이어졌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상가 두 곳에 있던 4개의 소규모 슈퍼들이 2개로 줄어든 것이다. 한 상가에 두 개씩의 슈퍼가 있었는데, 한 슈퍼가 나머지 다른 슈퍼를 인수하여 결국 상가 하나에 슈퍼 하나 체제로 바뀌었다. 세계화에 대한 급진적인 비판을 담고 있는 책 <허울뿐인 세계화>를 통해서, 나는 우리 동네에서 벌어진 세계화의 본질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예컨대 나는 물건값이 저렴하다는 이유에서 외국계 대형 할인점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는 것을 두 손 들고 환영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왜일까? 무엇보다도, 대형 할인점의 영업 활동을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이 결국은 일반 시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품 운송에 필요한 교통 수단의 에너지 비용, 교통 수단이 움직이기 위한 도로 건설 비용, 다국적 기업의 운영에 필수적인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비용, 이런 비용들은 결국 세금이 그 주요 재원이기 마련이다. 선진국의 다국적 거대 기업들은 교통, 에너지, 정보통신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나라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기 마련이다. 한 마디로 장사할 만한 조건이 되는 나라, 예컨대 우리 나라 같은 곳에 투자한다. 그들의 투자로 인한 고용 창출 효과 그리고 보다 싼값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이점, 이런 것들 때문에 우리는 허리를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그런 생각을 좀 해보라고 말한다. 대형 할인점 식품 매장에 탐스럽게 진열되어 있는 캘리포니아산 오렌지의 달콤한 맛에만 취하지 말고, 그 오렌지가 매장에 놓이기 위해 필요했던 대륙간 운송 체계, 정보통신 기반 시설, 에너지 비용 등을 돌이켜 보라고 말한다. 저자의 요지는 매우 간단하다. 세계화란 결국 다국적 거대 기업이 이익을 증대, 유지시키려는 움직임과 다를 바 없으며, 그로 인해 불평등이 확대, 고착화된다는 것이다. 각국의 시장 문을 열게 만드는 세계무역기구(WTO)나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저자의 비판의 대상이다. 거대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주는데 열심인 각국 정부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물론 저자의 논지를 우리 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 힘든 측면도 없지 않다. 이른바 대외의존도가 높다못해 거의 절대적인 우리 나라로서는, 문을 닫는 것만이 능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는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 차원의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던가 하는, 다분히 선언적인 차원의 대안(?)을 이야기할 뿐이다. 사실 이 책에 대한 많은 서평들이 바로 그 점을 이 책의 단점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이 책의 단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동네 세계화의 뒤안길에 도사리고 있는 달갑지 않은 풍경과 처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파트 단지 앞 슈퍼로 향하는 1분 남짓한 발걸음이 훨씬 더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가 집필한 다른 책으로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녹색평론사)가 있다. 세계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만날 수 있는 책으로 다음이 있다.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살림),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와 워싱턴 콘센서스>(공감), <세계화의 덫: 민주주의와 삶의 질에 대한 공격>(영림카디널). |
기업경제는 조직의 모든 자리를 채워줄 노동자뿐만 아니라 자신이 대량생산 해내는 엄청나게 다양한 제품을 사줄 소비자도 필요로 한다. 그래서 현대 학교교육에서는 어린이들을 그들이 장차 살아갈 소비자세계에 친숙하게 만드는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것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이 미국이다 - 초등학생들 자신의 소비와 이들이 부모의 소비습관에 미치는 영향을 합하면, 그 시장규모가 4,850억 달러에 달한다.
기업들은 이 시장을 창출하고 개척하기 위해서 슬며시 그리고 점점 더 깊숙이 교육체계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 곳에는 그들의 허영된 모든 광고메시지를 싫어도 들어야 하는 청중이 있다. 현재 많은 학교에서는 기업들의 광고가 복도와 식당, 학교버스, 컴퓨터 스크린 따위를 장식하고 있다. 아마도 채널-원이라는 텔레비전 '뉴스' 프로그램이 이러한 추세의 가장 음험한 예일 터인데, 40퍼센에 가까운 미국 중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틀어주는 이 프로그램은 광고로 넘친다. 이 음모를 꾸며낼 영리법인인 위틀 커뮤니케이션스는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매일 (광고시간 2분을 포함해서) 12분 동안 시청하는 것을 보장한다는 조건하에 채널-원에 고정된 파라볼라 안테나와 비디오 장비를 학교에 제공한다. 결국 학생들은 1년에 하루는 학교에서 줄곧 광고만 들여다보는 셈이다. 학생 대다수가 (학교에서 보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의 광고상품은 틀림없이 자신들에게 좋은 상품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 교실에서 방송되는 상업텔레비전의 부정적인 영향은 광고에서 자체를 훨씬 넘어선다. 그것은 또한 텔레비전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원이며 실용적ㅇ니 교육수단이라는 생각을 어린이에게 주입시키기 때문이다. 자기 아이의 생활에서 텔레비전을 제거하고자 하는 학부모는 자녀 또래 아이들의 압력뿐만 아니라 교육기관의 이같은 묵시적인 권장과도 맞서 싸워야 한다. --- p.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