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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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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울림들
편집자 해설
부록 1 : 구성 4에 관한 메모
부록 2 : 구성 6에 관한 메모

저자 소개 2

바실리 칸딘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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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sily Kandinsky

모스크바 출생으로, 모스크바 대학에서 법률, 정치, 경제를 전공했다. 서른 살에 도르파트 대학 교수직을 사양하고, 뮌헨으로 옮겨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추상미술의 선구자로서 그는, ‘팔랑스’ ‘청기사’ 등의 그룹을 결성했고, 1912년 예술연감 『청기사』를 간행했다. 1922년부터 1933년까지 바우하우스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점·선·면』 『회고』 『음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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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익명성 기반 번역 듀오. 험난한 번역 생태 속에서 스스로의 종적 존엄을 지키기 위해 공모하게 되었다. 일대일 대응이나 표준적 정확함을 추구하는 작업으로서의 번역, 혹은 단지 과거를 현재로, 낯선 곳을 익숙한 곳으로 옮기는 방식이 아닌, 미래를 향하는 삶의 감각을 다시 구성하는 아방가르드 실천으로서 번역을 사유하고 움직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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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45*225*20mm
ISBN13
9791192023052

만든이 코멘트

안녕하세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2025-11-28
『울림들』의 텍스트를 다듬으면서... 글들이 명료한 이해를 목표로 한다기보다, 어떤 체험을 유도한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습니다.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신비로운 상징들이 논리적으로 연결된다기보다는 직관적이고 음악적인 흐름을 따르는 듯한 이 책의 문장과 단어를 의미로 포획하려 하지 말고, 단어와 단어, 단어와 이미지,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공백이 만들어내는 박자와 진동을 자연스럽게 타보길 바랍니다.

책 속으로

언덕들이 무더기로 모여 있다. 상상할 수 있고 상상하고 싶은 모든 색으로 이루어진 언덕 무더기.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언덕들이다.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형태는 언제나 동일하다. 오직 하나의 형태. 아래는 두껍고, 옆으로는 부풀어 있고, 위는 평평하고 둥글다. 그러니까 소박하고, 익숙한 언덕들. 우리가 항시 떠올리지만 한 번도 실제로 본 적은 없는, 그런 언덕들.
--- p.7

너희는 다 알고 있지. 그 거대한 구름을 말이야. 콜리플라워를 닮았어. 입에 넣으면, 우두둑. 새하얗고 단단해서 씹히는 감각이 있어. 혀는 마른 채로 남아. 구름은 짙푸른 하늘 위에 무겁게 얹혀 있었지.
--- p.28

나의 벤치는 파랗지만 항상 있는 건 아니다. 바로 엊그제야 다시 찾았다. 벤치 옆에는 식은 번개가 꽂혀 있었다. 언제나처럼. 이번엔 번개 주변 풀들이 약간 그을려 있었다. 아마도 번개가 몰래, 땅속에 끝이 잠긴 채로 갑자기 달아올랐던 걸지도 모른다. 그 외엔 아무 변화도 없었다. 모든 것이 예전 그 자리에 있었다. 언제나처럼. 나는 내 벤치에 앉아 있었다. 오른쪽에는 끝이 땅에 잠긴 채 꽂힌 번개?아마 혼자만 달아오르고 있었을지도 모를. 내 앞에는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오른쪽, 내 자리에서 쉰 걸음쯤 떨어진 곳에, 가슴에 검은 천을 바나나처럼 눌러 쥐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붉은 버섯을 바라보고 있었다. 왼편에는 늘 그렇듯 풍화된 문구가 있었다.
--- p.39

그렇다, 그렇다, 나는 그 물고기를 보았다. 그렇다, 그렇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

--- p.44

출판사 리뷰

나는 오직 소리만을 만들고자 했다.

칸딘스키의 이 말처럼 『울림들』은 38편의 짧은 산문시로 구성되며, 현실의 사건이나 인물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보다 내적 감정, 기억, 환상 등 비서사적 장면을 파편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각 시는 명확한 줄거리나 서사 구조 대신 색, 소리, 리듬과 같은 감각적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언어 자체가 하나의 추상적 형식으로 작동한다.

또한 『울림들』은 출간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해석을 낳아온 논쟁적인 작품이다. 회화와 시를 결합한 실험적 형식 탓에 학계에서도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진 적이 없으며, 연구자들은 이 책을 두고 “칸딘스키의 추상 회화 이론이 언어로 실험된 최초의 사례”라고 보거나, “1910년대 유럽 아방가르드 전반의 텍스트 실험 중 하나”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또 어떤 연구자들은 이를 작가의 개인적 환상, 정서적 기록, 혹은 상징주의적 시의 연속선상에서 읽으며 상이한 의미를 부여한다. 이처럼 다양한 해석을 불러온다는 점은 『울림들』이 가진 실험성과 모호함, 그리고 그 시대 예술적 전환기의 복잡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특징으로 꼽힌다.

책의 구성

이번 한국어판 『울림들』은 1913년 독일에서 발행된 오리지널 초판을 기반으로, 텍스트 프레스가 한국어의 호흡과 현대적 독서 환경에 맞추어 새롭게 편집·디자인한 판본이다. 원문의 리듬을 최대한 충실히 반영하되, 시와 이미지가 책이라는 매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하도록 한국어판만의 시각적 구조를 정교하게 구성했다.

또한 작품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칸딘스키가 1911년과 1913년에 작성한 작업 회고 메모를 부록으로 수록했다. 이 메모는 그가 어떻게 구상 회화의 한계를 넘어 추상 회화로 전환해 갔는지, 그리고 『울림들』이 그 변화의 정점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이다. 독자는 본문과 부록을 통해 한 예술가가 ‘울림’이라는 감각적 언어를 구축해 간 과정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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