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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달의 뿌리
손병철 시전집 양장
손병철
솔과학 20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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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自 序 시선을 엮으며 손 병 철 005

서 평 정좌에서 마음달까지 김 주 성 007

1. 정좌 제1시집 021
2. 내 사랑은 제2시집 061
3. 허황옥이 가락국에 온 까닭 제3시집 117
4. 지상에 머무는 동안 제4시집 197
5. 창가에 두고 온 달 제5시집 265
6. 벌바위통신 제6시집 321
7. 마음달의 뿌리 제7시집 427

편집 후기 김 호 근 523

부 록 라석동이시집 525

저자 소개 1

라석 손병철(羅石 孫炳哲)은 시서화는 물론 유불선의 문사철을 겸한 시인이다. 북경대학에서 미학과 철학을 전공하였다. 물파주의(物波主義, Mulpaism) 예술운동을 주창하였으며 서울과 북경에 물파공간 갤러리를 설립 운영(1999-2013)하였다. 많은 국제전을 기획하고 서화비평 활동을 해오다 은퇴하여 문경에 은거하며 시작(詩作)과 저술을 하고 있다. 저서로 첫 시집 정좌正坐](1974)를 비롯하여 7권의 시집을 발간하였으며 승조의 논문집, [조론통해 및 연구(肇論通解及硏究)](북경대학 박사논문 1996, 대만 불광사 발행 1999) 등이 있다. 호(號) 라석(羅石), 모
라석 손병철(羅石 孫炳哲)은 시서화는 물론 유불선의 문사철을 겸한 시인이다. 북경대학에서 미학과 철학을 전공하였다. 물파주의(物波主義, Mulpaism) 예술운동을 주창하였으며 서울과 북경에 물파공간 갤러리를 설립 운영(1999-2013)하였다. 많은 국제전을 기획하고 서화비평 활동을 해오다 은퇴하여 문경에 은거하며 시작(詩作)과 저술을 하고 있다. 저서로 첫 시집 정좌正坐](1974)를 비롯하여 7권의 시집을 발간하였으며 승조의 논문집, [조론통해 및 연구(肇論通解及硏究)](북경대학 박사논문 1996, 대만 불광사 발행 1999) 등이 있다.

호(號)
라석(羅石), 모전(牟田), 계정(溪亭), 불한자(弗寒子), 라옹(羅翁)

당호(堂號)
모전재(牟?齋), 이락재(二樂齋), 이묵재(二默齋), 삼죽헌(三竹軒), 석은루(石隱樓), 백연재(百硯齋), 북수재(北壽齋), 심재(尋齋), 갈석재(葛石齋), 백매헌(百梅軒), 불한재(弗寒齋), 불한산방(弗寒山房)

자(字)
옥과(玉果)

법명(法名)
경현지(景現智)

서예 스승(書藝事師)
소전 손재형 선생(素? 孫在馨 先生), 동정 박세림 선생(東庭 朴世霖 先生)

학력(學歷)
베이징대학교 철학, 미학 전공/철학박사
[北京大學 哲學, 美學 專攻/哲學博士]
베이징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박사 후 과정)
[北京大學 比較文化硏究所 硏究員(博士後過程)]
중국 중앙미술학원 미술사학계 서화감정 석사
[中國 中央美術學院 美術史學系 書?鑑定 碩士]

경력(經歷)
요녕성 단동사범대학 외빈교수, 성덕대학 전임교수
경희대학교 예술대학,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상대학교 대학원 강사
부산예총, 부산미술, 한국서협 사무국장 이사 역임
부산YMCA학원, 서라벌외국어학원, 라석서예학원 원장
부산바다미술제, 서울서예비엔날레, 하이서울(서울시) 총감독
물파아트센터, 물파공간서울, 물파공간북경(2002~2013) 관장
통일미술연구소장, 신동북아문화예술연구원장, 국제복희역학회장

시집(詩集)
[正坐] (1974, 한일출판사), [내 사랑은] (1983, 문장사)
[許黃玉이 加洛國에 온 까닭] (1995, 풀잎문학)
[지상에 머무는 동안] (1995, 풀잎문학)
[창가에 두고 온 달] (1995, 풀잎문학)
[羅石心物詩 - 동아시아문명기행시집 1] (2023, 불한재)

저서(著書)
[肇論通解及硏究] (1999, 대만 불광사, 法藏文庫 19卷)
[物波主義] (1999, 도올아트), [物波全集] (1997~2013, 10권 물파공간)
[羅石文筆集] (2006), [筆墨精神] (2002, 물파아트센터)
[泰墨全集] (2002~2013, 25권 물파아트센터)
[소전 손재형과 호암 이병철의 문화재 이야기] (2023, 불한재)
[羅石心物詩] (동아시아문명기행시집) (2023, 불한재)

역서(譯書)
손소[良敏公文集], 손중돈[愚齋文集] (1982), 이희인[東隱經事]
[達摩易筋經] (1977), [黃帝陰符經] (2020), [時中易] (2021)
僧肇 [肇論通解] (2019), [老子道德經解] (2022)

논문(論文)
[肇論通解及硏究] (북경대학 박사학위논문, 1996)
[魏晉佛敎의 玄學化] (북경 [原學], 1995)
[心經初探 - 원측의 티벳장경 속 ‘심경찬’ 연구], [文化的 回顧與展望], 1994)
[周敦?의 인생추구와 정신경계 ? 시문 중심으로] (북경 [原學], 1995)
[淮南子, 한의학과의 상관관계연구] (북경 [中醫學報], 1996)
[退溪梅花詩硏究] (초정서예연구원 발표, 2007)
[眞善美와 筆墨精神論]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세미나, 2010)
[心遠哲學과 心物合一論] (2002, [해체적 사유와 마음혁명])

잡지(雜誌)
[월간부산예술](1984), [계간부산미술](1985), [월간한국서예](1989)
[白頭의 얼] (1993, 북경), [原學] (1994, 북경), [아트웹진](2001, 서울) 등 창간

전시(展示)
개인전/북경전(북경호텔 귀빈루 2층 亞字房 갤러리, 1992)
서울전(서초갤러리, 1998), 대만전(대북갤러리, 1999)
파리전(파리시립미술관, 1999), 서울전(물파아트센터, 2006)
기타 그룹전, 국제전, 기획초대전 다수 참가
전시기획/부산바다미술제(해운대해수욕장 일대, 1985)
2002월드컵기념 국제초서정신전(2002,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서울서예비엔날레(서울시립박물관, 공평아트센터, 예술의전당 2005, 2007)
세계아동상형문자전(서울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005)
고암 이응로 서예전 기획(이응로미술관, 2003)
하이서울, 세계서예축제(물파아트센터 등, 인사동 지역 7개 전시장 2006)
한중일 현대서예 20인전(물파스페이스 갤러리, 2006)
물파그룹 창립 10주년전(798아트존 북경물파공간, 2007)
물파그룹, 태묵그룹의 서울 북경 동경 싱가포르 파리 뉴욕 등(1997~2013)
물파그룹 순회전(서울, 전주, 대구, 부산, 1997~ 2001)
베링거인겔하임 컬렉션 서체추상전(2012, 물파공간)

회원(會員)
경기시문학회, 시류동인(1973~1975), 철필동인, 물파동인(1997~현재)
한국문인협회(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서예협회, 한국전각연구회 회원
초대 도우회 및 영우회원, 한국문인화연구회, 한국서예포럼 회원, 불한시사사원
국제복희역학회(회장), 전통무술천무극(天武極 회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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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17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904쪽 | 188*240*40mm
ISBN13
9791173790355

책 속으로

마음이 바르면 길도 바르고,
바른 마음이 아니면 정도와 무관하다.
정좌(正坐)는 곧 바른 마음에 앉는 자세이며,
심신 수양의 첫걸음이다.
바르게 앉는 것(心正)이
바른 마음의 자리(正心)에 이르는 길이다.
- 라석 -
--- p.22



하나의 跋文으로
고요히 열려 오는 아침 앞에
내가 붓을 드는 것은
새 좌표 위에 正立시켜야 할
영광스런 우리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四海에 펼쳐진 始原의 깃폭이다.
무한한 빛둘레로 運回하는 님의 말씀
그 말씀 따라
나는 나의 말문을 열어가야 한다.
(甲寅年三月三日朝 著者 記)
--- p.57

나의 호 羅石

나는 돌맹이, 가난에 울다 찢어진 종소리
孫順이 家貧하야 小兒 있어 每奪母食할제
지아비 지어미 땅을 파고 자식 생매장할제
취향산에서 캔 신라 牟梁里 石鐘, 그 파편.

[라석]은 내 첫시집 [正坐](1974) 제호를 쓰시면서 牟田齋와 함께 소전 스승께서 지어주신 것이다. 즉 ‘新羅石鐘’의 줄임말이기도 해 외우 何石(박원규)이 두 차례 그 넉 자를 서예작품으로 써 주기도(1983) 하였다.
--- p.103

물과 공기, 말씀

사람들아
욕심으로 될 것인가.
그럼 사람들아
마음 닦을 일도 없겠다.
태양도
별도 다 가져라!
물과 공기만
빼고.
선생님은 가셨어도
그 말씀
귀에 쟁쟁
오늘도 들려온다.
--- p.160

빛은 코리아로부터

인도 시인 타골이
일제 때
일장기의 섬나라까지
와서 시를 읊었다.
빛은 일본이 아니라
조선 땅 코리아로부터
믿음 좋게 보란 듯
기꺼이 노래했다.
일본(日本)은 태양도
빛의 뿌리도 아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다만
아침의 나라를 위해 있을 뿐
아시아의 황금시기 빛났던
그 빛 한반도로부터
다시 찬란히 빛나리라는
형이상학적으로 읊은 셈인데
타골의 이같은
신앙같은 확신은
그 예지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토인비 문명단위 속엔
조선문명은 없어도 일본문명은
버젓이 들어 있는데 시인은
예언자일까, 시성에 값하는.
--- p.176)

벌바위통신(羅石通信)에 부쳐
벌바위는 필자가 7년 전 이거한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完章里)의 옛 지명이다. 백두대간 희양산(曦陽山)과 대야산(大耶山) 기슭에 자리한 곳으로 현재 가은읍 대야로의 완장 1, 2리의 행정구역 중 2리에 속한다. 벌바위는 선유동(仙遊洞) 계곡을 지나 대야산을 오르는 불한티계곡과 용추계곡으로 두 갈래 길이 통해 있는 작은 한촌이다. 관광객과 등산객을 위한 주차장으로 가는 마을 어귀의 갈림길에 놓인 커다란 표지석의 글귀엔 “대야산 용추계곡 청정지역 벌바위”라 새겨져 있다. 이곳 벌바위 동네의 이미지를 단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완장리(完章里)의 유래 또한 이웃 마을의 신라고찰 희양산 봉암사(鳳巖寺)에 있는 국보, 만고문장 고운 최치원 선생이 지은 지증대사적조비문으로 인해 생긴 이름이다. 문장(章)이란 글자가 지명에 들어간 것이 예사롭지 않다. 완장(完章) 그대로 이 비문이 ‘완벽한 문장(完章)’이란 의미에서 파생된 지명이다. 불한티(弗寒嶺) 역시 따뜻한 양지 바른 길의 고개라는 뜻이다.
--- p.324

시물(時物)과 심물(心物)

시간은 지금의 흐름인가
지금은 공간의 한 점인가
현재완료와 미래의 만남
시물이자 심물인 그것은
2-3-21
--- p.508

77. 一聲一粒 (소리 하나 씨알 하나)

新春一聲動河山(신춘일성동하산)
越鐵飛聲過界關(월철비성과계관)
鴨豆奔流遙遠處(압두분류요원처)
松花北去極寒灣(송화북거극한만)
蒙古草原風浩蕩(몽고초원풍호탕)
貝加環波月正彎(배가환파월정만)
誰識此聲非俗響(수식차성비속향)
千秋種子聖靈看(천추종자성영간)
--- p.693

羅石通信 (103)
山中一樂 (산중일락)

冬陽照庭院(동양조정원)
山舍靜無喧(산사정무훤)
半日臥高枕(반일와고침)
一身消俗煩(일신소속번)

松聲兼鳥語(송성겸조어)
雪影映柴門(설영영시문)
欲問人間樂(욕문인간락)
山中此樂尊(산중차락존)
--- p.756

151. 言語與解脫
(언어와 해탈의 자유)

言語豈能脫自在(언어기능탈자재)
一談已陷繫縛籠(일담이함계박롱)
殺佛殺祖空言語(살불살조공언어)
滅相滅名夢幻中(멸상멸명몽환중)

解脫須超文字障(해탈수초문자장)
自由方越語言封(자유방월어언봉)
淸靜心田明月照(청정심전명월조)
無邊彼岸在圓融(무변피안재원융)

--- p.870

출판사 리뷰

오랜 세월 끊임없이 써온 그의 수많은 시가 어떤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는지 얼핏 살펴서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의 시집마다 대표적인 시를 한 편씩 뽑아서 맥락을 짚어 살펴보면, 시세계의 모습을 어느 정도 스케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시인이 직접 뽑아 시집의 제목으로 삼은 표제시를 살펴보려 한다. 표제시는 시인을 대변하는 대표주자이기에, 시인의 가장 깊은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이 아닐까 한다.

시인이 1974년에 발표한 첫 시집의 제목은 [정좌(正坐)]이다. 시제목 자체가 도인이나 수행자가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다. 누가 말을 안해도 옷깃이 가만히 여며진다.

바로 앉는다(正坐)는 것은 바른 자세로 앉는 겉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른 마음자리(心正)에 앉는 속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바로 앉은 겉모습은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바른 마음자리는 3천만 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하기에, 그 자리에 앉은 속모습은 알아보기 어렵다. 시인은 첫 시집의 표제시에서 일생동안 거의 만날 수 없는 불가사의한 마음자리에 앉아보려는 속 깊은 신심을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그는 멀고 어려운 길을 가려고 마음의 옷깃을 가다듬고, 선정(禪定)에 들려는 선사(禪師)처럼 마음을 다지고 있다. 그는 삶의 좌표(座標)를 정좌(正坐)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모습은 윤동주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비는 모습과 똑 닮았다.

그는 이제 맑은 마음으로 사랑을 노래한다. 맑은 물속을 들여다 보듯, 그는 그의 사랑을 관조하고 있다. 그가 1983년에 발표한 두 번째 시집의 표제시 “내 사랑은”을 보자.

잘날 것도 못날 것도 없는 내 사랑은
내 품에 왔다가 내 품을 떠나갔으니
빗물에 씻겨 달빛에 씻겨 떠나갔으니
그저 환하게 떠나갔으니 내 사랑은

김영랑이 시작하고 강우식이 심화시켰다는 4행시로 시심이 맑고 밝게 표현되어 있다. 자신의 사랑은 빗물에 씻기고 달빛에 씻겨서 떠나갔다고, 그저 환하게 떠나갔다고 노래한다. 그러면서도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는 사랑이라고 담백하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떠나간 사랑을 잔잔하게 추억하며, 그는 “정좌”를 하고 지긋이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하다.

제3시집의 표제시인 “허황옥이 가락국에 온 까닭”을 보자.

어떤 것이
달마가 동쪽으로 온 뜻인가
석상(石霜)이 답하되
공중의 한 조각 돌맹이
어떤 것이
허황옥이 가락국에 온 까닭인가
라석(羅石)은 답하되
중천의 달무리 맷돌짝

시인은 달마가 동쪽으로 온 뜻을 묻고는, 곧바로 허황옥이 가락국에 온 까닭을 묻는다. 그는 근현대사가 서세동점으로 얼룩진 까닭을 달마와 허황후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엉뚱하게도 돌에 내린 서리가 선문답하듯이 대답하고, 비단같은 돌이 갑자기 나서서 생뚱맞은 말을 한다. 라석(비단 같은 돌, 羅石)이 시인의 아호이고 보면, 석상(돌에 내린 서리, 石霜)도 시인이 존경하는 어떤 스님의 아호일 것이다.

시인은 우리가 그토록 믿었던 동양의 정신세계가 어쩌면 우리의 생각과 달리 미래의 가능성에 닫혀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동양의 삶이 전통적으로 지상세계에만 너무 치우쳐 있었지 않았나 의심해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제4시집은 지상세계를 초월하는 역설적인 삶을 찬미하고 있다. 표제시인 “지상에 머무는 동안”을 살펴보자.

어머니 손은 위대하다. 돌 속에 갇힌 사람을
해방시키는 조각가의 손도. 침묵 속에 잠긴
언어들도. 지상에 머무는 동안 자기 할 일을
완수하는 자 더욱 위대하다. 거룩하기만 하다

새 생명을 키워내는 어머니의 손, 돌을 깨워 새 생명을 주는 조각가의 손, 피안의 길을 안내하는 묵언은 바로 지상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상징한다. 거룩하기만 한 삶의 경지는 바로 지상에서 영원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시인은 우리의 세속화된 삶에서 한 단계 ‘높이 올라 더 높이 올라’초월의 세계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상에서 머무는 동안 해야 할 일이 시인에게 뚜렷해진 것이다.

제5시집 [창가에 두고 온 달]은 바로 초월세계의 소리를 지상에서 듣고 있는 시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표제시인 “창가에 두고 온 달”을 보자.

종려나무 숲에 시월의 마지막 바람이 지나자
종려나무 잎은 한결같이 바르르 떨고 있었다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원의 저녁종소리
말없는 미소로 바라보던 그 창가 두고 온 달

어느 수녀원의 저녁 종소리에 종려나무 잎은 바르르 떨고 있다. 성스러운 서양의 종소리에 이국원산의 종려나무가 떨고 있다. 초월세계의 성스런 소리에 너무나 세속화된 삶이 참회의 긴장감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인은 창문을 열고 하늘 높이 떠있는 달을 바라보다가, 잠시 미소 짓고 달을 창가에 남겨둔 채 돌아온다. 이제 그는 느긋하게 지상의 삶을 관조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김지하가 그를 두고 말하듯, “무현금(無絃琴)의 경지에 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인이 친구들과 주고받는 [벌바위통신]은 제6시집으로 묶였는데, 제1편이 “불한티 까치소리”이고, 마지막 204편이 “불한12곡”이다. 첫 시에는 불한티 계곡에서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외로움이 가득하고, 마지막 시에서는 친구들을 12곡에 불러놓고 유붕래어불한곡 불역낙호(有朋來於弗寒谷 不亦樂乎)의 즐거움에 겨워한다. “불한티 까치소리”와 “불한티12곡” 가운데 네 곡(曲)만 추려보자.

불한티 까치소리
누가 오시려나
반가운 소식 있으려나
이른 아침부터
듣는 불한티 까치소리
어느새 봄꽃은
다 시들어 자취 없는데
폭포 물소리만
빈 계곡을 울리고 있네

누가 오시려나, 반가운 소식 있으려나, 친구를 그리워하는 시인은 결국 폭포 물소리만 빈 계곡을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외로움에 젖는다. 그러자 그는 친구들을 아예 불한티로 불러 모은다. 불한티 계곡의 명승에 친구들의 아호를 붙여 놓고는 홀로 소요한다.

시인은 시적 여정의 종착지인 제7시집에 이르렀다. 그는 불한티로 돌아와 이제 마음의 뿌리를 살피고 있다. 표제시는 “마음달의 뿌리”이다. 그는 20줄에 옷깃을 가다듬고 바른 마음자리에 앉기로 작정하고 열심히 수행해왔으니, 70줄에 불가사의한 바른 마음자리 “심정(心正)”에 들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근본은 나의 양심과
나의 부모님 나의 스승님
나의 뿌리는 나의 마음달
나의 믿음인 나의 자성심

시인은 자신의 본 모습이 양심을 일깨워주신 부모와 스승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밝히고, 자기 실존의 뿌리는 언제나 스스로 살펴서 달처럼 밝고 맑은 마음을 지키는데 있다고 노래하고 있다. 일종의 오도송(悟道頌)인 셈인데, 첫 시집의 [정좌]의 주제가 제7시집의 [마음달의 뿌리]로 수미일관 하고 있다. 스스로 “시를 하나의 정신수도로 쓰고 있다”라고 했듯, 시인은 처음부터 수행자(修行者)였고, 그의 시는 수행의 기록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시적 여정을 끝낸 시인은 이제 그를 키워냈던 동양문명의 곳곳을 살피러 여행을 떠난다. 시인의 발걸음은 태산으로부터 황하를 거슬러 올라 곳곳을 살펴보다가, 장강을 타고 휘돌아 백두산 천지에서 마무리된다. 길고 긴 여정은 동아시아 문명의 흐름을 누비고, 시인은 걸음을 멈출 때마다 옛 문명의 영광과 치욕을 노래한다. 기행시집은 너무나 방대하지만, 첫 기행시 ‘황하강’과 마지막 기행시 ‘백두산 천지에서’를 살펴보면 대강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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