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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부 시적인 것의 폴리포니 _ 관통의 시를 읽다 | 밤의 노래 | 혹한에 대비하는 팔월의 초목처럼 | 열여섯 개의 목소리 2부 시의 힘 _ 세계에서 또 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 무력한 시의 위력 | 세 겹의 말들 : 독백과 고백과 대화 | ‘평화’의 구체적 현존 3부 살아 있는 것 _ 지고 또 피는 생명의 다정한 나날들 | 고요하고 낮고 자잘한 생명의 거처 | 형상과 흐름 그리고 새와 당신 | 하얀 꽃, 메밀꽃 4부 서정의 진폭 _ 젊은 시의 서정성에 관한 짧은 생각 | 진심의 이념과 서정 | 『수학자 Nu 15』를 읽는 오늘 | 반서정적 시인의 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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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1968년 4월, 김수영은 한 문학 세미나에서 자신이 “20여 년의 시작 생활을 경험하고 나서도 아직도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모른다”고 말한 다음에,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 되지만,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면 다음 시를 못쓰게 된다. 다음 시를 쓰기 위해서는 여직까지의 시에 대한 사변(思辨)을 모조리 파산을 시켜야 한다. 혹은 파산을 시켰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다음 시를 쓸 수 있으려면 머리를 어지럽히는, 시와 연루된 모든 생각을 지우고, 시를 처음 쓰는 것처럼 몸을 준비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문을 열어 밤새 집 앞 골목길에 쌓인 눈에 첫발을 내려놓는 설렘과 떨림과 상쾌함처럼 깨끗이 가다듬은 몸과 마음으로 다음 시를 써야 한다는 말이다. 바깥의 맑고 차가운 대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어둠과 밝음의 경계에 서 있는 박명(薄明)의 미세한 진동을 맞이하며 걸음을 처음 걷는 아기처럼 손과 발을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 오감(五感)을 모두 열어 밀고 나가는 자기 자신의 고유한 세계사적 노동인 시작(詩作) 행위다. 시인의 다음 말은 이렇다. “말을 바꾸어 하자면,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모기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아무도 하지 못한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그것을 - ”이라며 시인은 강연을 마친다. 지저귀는 새와 노래하는 기계 사이에 무언가를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며 시를 쓰는 인간, 시인(詩人)들이 오래도록 궁금했다. 책을 펴내기까지 노심초사 애써준 윤이주, 소현우에게 감사의 말을 드린다. 2025년 가을, 소종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