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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클래식
모든 길에는 음악이 흐른다
진회숙
상상스퀘어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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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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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이탈리아_음악이 깃든 박제된 시간 속을 걷는 여행
박제된 시간 속의 도시_나폴리의 폼페이 유적
아름다운 그 바다, 그리운 그 햇빛_소렌토
피렌체는 꽃 피는 나무와 같이_피렌체
단테가 잠들어 있는 아름다운 중세 마을_라벤나
모든 예술은 로마로 통한다_로마
예술적 영감이 샘솟는 물의 도시_베니스

2장. 프랑스_예술의 나라에서 만나는 사색의 길
먼 과거로의 시간 여행_생테밀리옹과 라스코 동굴
꽃과 나무와 물의 정원_지베르니
마리 앙투아네트의 작은 놀이터_베르사유 궁전, 왕비의 영지
음악가를 꿈꾸었던 계몽주의자의 집_샹베리의 샤르메트
작은 마을에 세운 볼테르의 유토피아_페르네, 볼테르의 볼테르 성

3장. 독일_역사와 음악이 빚어낸 풍경 속 시간의 울림
음악을 사랑했던 왕의 편안한 쉼터_포츠담, 상수시 궁전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_베를린,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보리수가 있는 거리_베를린, 운터 덴 린덴
건축 마니아가 지은 백조의 성_퓌센, 노이슈반슈타인 성
바이에른 음악 전통의 자존심_뮌헨 오페라 페스티벌
괴테와 실러의 영혼을 품은 마을_바이바르 괴테의 집, 실러의 집

4장. 영국_낡은 거리와 새로운 리듬이 공존하는 이야기의 문
세상에서 가장 유식한 정원_스코틀랜드, 리틀 스파르타
메리 여왕이 태어난 스튜어트 왕가의 본영_스코틀랜드, 스털링 성
한 편의 영화 같은 비극의 현장_에딘버러, 홀리루드하우스 궁전
셰익스피어 비극의 무대_스코틀랜드, 글래미스 성과 스카이 서, 알로웨이
멈추어라, 아름다운 시간이여!_웨일스, 펨브로크셔 국립해양공원과 포트메리온 마을

5장. 북유럽_거대한 자연과 숭고한 음악을 마주하는 순간
건축 마니아에게 환상을 선물한 도시_노르웨이, 오슬로
대자연이 부르는 ‘송 오브 노르웨이’_뤼세 피오르, 쉐락볼튼, 프레이케스톨렌
노르웨이 음악의 성지 트롤하우겐_베르겐, 뉘가드 빙하, 게이랑에르 피오르
시벨리우스가 노래한 핀란드 민족 서사시_핀란드, 헬싱키
먼 옛날 이 바다에는_스웨덴, 스톡홀름, 바사 박물관과 밀레의 성

저자 소개 1

음악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에서 서양음악을,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공부했다. 1988년 월간 「객석」이 공모하는 예술평론상에 ‘한국 음악극의 미래를 위하여’라는 평론으로 수상, 음악평론가로 등단했고, 「객석」, 「조선일보」, 「한국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 매체에 예술평론과 칼럼을 기고했다. 이후 KBS와 MBC에서 음악프로그램 전문 구성작가로 활동하며 MBC FM의 ‘나의 음악실’, KBS FM의 ‘KBS 음악실’, ‘출발 FM과 함께’, KBS의 클래식 프로그램인 ‘클래식 오디세이’ 평화방송 ‘FM 음악공감―진회숙의 일요스페셜’ 등의 구성과 진행을 맡았다.
음악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에서 서양음악을,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공부했다. 1988년 월간 「객석」이 공모하는 예술평론상에 ‘한국 음악극의 미래를 위하여’라는 평론으로 수상, 음악평론가로 등단했고, 「객석」, 「조선일보」, 「한국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 매체에 예술평론과 칼럼을 기고했다. 이후 KBS와 MBC에서 음악프로그램 전문 구성작가로 활동하며 MBC FM의 ‘나의 음악실’, KBS FM의 ‘KBS 음악실’, ‘출발 FM과 함께’, KBS의 클래식 프로그램인 ‘클래식 오디세이’ 평화방송 ‘FM 음악공감―진회숙의 일요스페셜’ 등의 구성과 진행을 맡았다.

방송 바깥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서울시립교향악단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 프레시안 인문학습원 ‘오페라 학교’, ‘클래식 학교’, 고양 아람누리 문화예술 아카데미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한 바 있다. 저서로는 『클래식 오딧세이』, 『나비야 청산가자』, 『영화로 만나는 클래식』, 『보면서 즐기는 클래식 감상실』, 『나를 위로하는 클래식 이야기』, 『예술에 살고 예술에 죽다』, 『진회숙의 스토리 클래식』, 『영화는 클래식을 타고』, 『영화와 클래식』, 『음악사를 움직인 100인』, 『클래식 노트』, 『365클래식』, 『우리 기쁜 젊은 날』, 『무대 위의 문학 오페라』, 『오페라』, 『클래식, 스크린에 흐르다』, 『영화 속 영국을 가다』, 『클래식 인 더 뮤지엄』, 『너에게 보내는 클래식』 등이 있다. 음악과 여행, 영화를 주제로 하는 ‘진회숙의 Jinnie TV’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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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1162g | 145*210*40mm
ISBN13
9791198854377

책 속으로

미래의 시간은 인간의 통제 밖에 있지만 때로는 이런 무모한 약속이나 계획을 통해 미래의 나를, 나의 상황을 미리 설정할 수도 있다. 25년 후는 무리겠지만 가령 2년 후, 3년 후, 5년 후, 10년 후는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소렌토에 가서 카루소가 묵었던 그 방에 묵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때까지 내가 살아 있을지, 살아 있더라도 내가 정해놓은 그 날짜에 그곳에 정말로 갈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그렇다 해도 시간 앞에 무모해지고 싶었다. 그렇게 미래의 어느 한 시점을 나의 통제와 의지 아래 두고 싶었던 것이다. 몇 년 몇 월 몇 일, 나는 카루소가 묵었던 바로 그 방에 있을 거야. 살면서 한번쯤 이런 불확실한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 p.38~40 「아름다운 그 바다, 그리운 그 햇빛」 중에서

이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발명가로서의 다빈치다. 수학과 기하학 문제 풀이가 취미였던 다빈치는 과학, 수학, 기하학, 해부학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의 머리에서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처럼 솟아났다. 그래서 한 가지 일에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했다. 거대한 기마상을 제작하는 작업에 착수하자마자 갑자기 자동 대포발사기가 떠올라 하던 일을 멈추고 설계에 들어갔다가, 얼마 못 가 수직 이동이 가능한 헬리콥터에 갑자기 꽂혀 대포발사기를 제쳐두는 식이었다. 다빈치가 오래 살았는데도 완성작이 별로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 p.63 「피렌체는 꽃 피는 나무와 같이」 중에서

그 신비로운 경험을 독점하고 싶었기 때문일까. 교황은 「미제레레 메이」의 악보를 시스티나 예배당 밖으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서 한동안 「미제레레 메이」는 로마 교황청에서만 독점적으로 연주되었다. 이 곡을 듣고 싶은 사람은 일부러 로마의 바티칸까지 찾아와야 했는데, 그중에는 독일의 문호 괴테와 작곡가 멘델스존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로마에 와서 이 곡을 듣고 악보에 옮겨 적으려고 시도했다. 그중에 아버지와 연주 여행차 로마를 방문한 열네 살의 음악 천재 모차르트도 있었다. 모차르트는 복잡한 성부로 이루어진 이 곡을 단 두 번 듣고 단숨에 악보로 옮겨 적었다고 한다. 이로써 이 곡을 독점하려던 교황청의 의도는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 p.90~91 「모든 예술은 로마로 통한다」 중에서

베인즈 호텔 앞의 해변은 그저 평범했다. 소설이나 영화, 오페라와 연관 짓지 않는다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해변이었다. 하지만 토마스 만과 비스콘티, 브리튼은 이 해변을 부질없는 소망이 스러져가는 죽음의 무대로 삼았다.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남자가 늙은 얼굴을 서글픈 화장으로 가린 채 죽어가는 동안, 무대에서는 말러의 교향곡 5번 아다지에토가 처연하게 흐르고 있었다.
--- p.118 「예술적 영감이 샘솟는 물의 도시」 중에서

일본식 다리 위에서 수련이 피어 있는 연못을 바라보았다. 연못에 작은 물결이 일었다. 그에 따라 물에 비친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꽃이 흔들렸다. 눈앞에 보이는 연못의 풍경 위로 모네의 그림이 중첩되는 순간, 드뷔시의 「아라베스크」와 「물에 비친 그림자」라는 곡이 떠올랐다. 세상에 이렇게 절묘하게 서로 맞아떨어지는 그림과 음악이 또 있을까. 모네의 그림을 음악으로 옮기면 바로 드뷔시의 음악이 된다. 모네의 그림은 눈으로 듣는 음악이고, 드뷔시의 음악은 귀로 보는 그림이다. 그저 모네의 그림뿐만 아니라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이 다 그렇다. 드뷔시를 인상주의 작곡가라고 하는 까닭이다..
--- p.148~149 「꽃과 나무와 물의 정원」 중에서

영국 여행 중 버지니아 울프가 살던 마을에서 지나가던 사람에게 버지니아 울프의 집이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이 오히려 나에게 “버지니아 울프가 누군데?”라고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실러의 생가가 있는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리하여 내가 내린 결론은 루소 동네 사람은 루소를 모르고, 버지니아 울프 동네 사람은 울프를 모르며, 프리드리히 실러 동네 사람은 실러를 모른다는 것이다.
--- p.185~186 「음악가를 꿈꾸었던 계몽주의자의 집」 중에서

1990년 베를린에 갔을 때, 기념품 가게에서 무너진 베를린 장벽 조각을 팔고 있었다. 그때는 장벽이 무너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020년에 갔을 때도 여전히 장벽 조각을 팔고 있는 광경을 보고 놀랐다. 아니, 장벽이 무너진 지가 언젠데 아직도 조각이 남아 있단 말인가? 그것을 보면서 어쩌면 베를린 장벽이라는 이 콘크리트 조각들은 앞으로도 무한 공급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중세 시대 십자군 원정에 나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병사들이 실제 예수를 못 박은 십자가의 일부라는 나무 조각을 많이 가져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가져 온 나무 조각들을 모두 합하면 목재 주택을 수십 채나 지을 수 있는 양이 되었단다. 베를린 장벽 조각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 p.245~246,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중에서

펨브로크셔 국립 해양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은 바라훈들 만Barafundle Bay이다. 이 해변은 과거 코더 가문의 영지였다고 하는데, 해안을 둘러싼 오래된 돌담과 돌길로 보아 개인 영지였음을 알 수 있다. 바라훈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에 안성맞춤인 지형이다. 양쪽에 높은 절벽이 있고, 그 사이에 넓은 모래밭을 가진 해변이 오롯이 감춰진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주변에 돌담까지 쳐놓았으니 과거에 코더 가문 사람들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해변에서의 은밀한 일상을 즐겼을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을 자기들끼리만 즐겼다니. 해변이 공공재公共財인 시대에 태어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413 「멈추어라, 아름다운 시간이여!」 중에서

노르웨이의 자연은 우선 그 거대한 ‘사이즈’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송 오브 노르웨이」를 통해 노르웨이의 자연을 보기는 했지만 직접 보면 영화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이 밀려온다. 고요한 피오르의 푸른 물 밑에 엄청난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는 듯 보였다.
그 광경을 보니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이 떠올랐다. 이 곡의 도입부에서는 팀파니가 크레센도로 ‘드르르르르르’ 발 구르는 소리를 내면, 피아노가 높은 곳에서 “쾅!” 하고 폭발한 다음 양손으로 옥타브를 치며 격정적으로 하강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 소리가 노르웨이 대자연에 응축된 에너지가 단번에 폭발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그렇게 시작한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에는 노르웨이의 대자연이 담겨 있다. 노르웨이의 산과 호수, 폭포, 눈, 계곡, 절벽, 바위, 햇빛, 빙하를 때로는 강렬한 터치로, 때로는 영롱하고 섬세한 터치로 그리고 있다.

--- p.459~460 「대자연이 부르는 ‘송 오브 노르웨이’」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간을 지나온 자리에는 이야기가 남는다.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비로소 여행이 시작된다.
예술과 역사는 늘 길 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길 위의 클래식』은 음악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진회숙 저자가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며 고대 유적, 미술관, 교회, 궁전 등을 음악과 예술의 감성으로 조명한 인문기행 산문집이다. 저자는 길 위에서 마주한 순간들을 음악처럼 직관적으로 듣고, 그림처럼 깊숙이 들여다본다.

로마, 피렌체, 베니스, 생테밀리옹 등지를 거닐며 과거 예술가들의 숨결을 되살리고, 보티첼리와 미켈란젤로, 단테, 몬테베르디 같은 인물들의 작품과 일화에 깊이 공감하며 현대적 시선으로 풀어낸다. 이탈리아의 미술관과 아름다운 고대 마을을 지나며 레스피기와 푸치니의 선율과 관련된 역사를 전하고, 독일을 가로지르며 바흐와 바그너의 숨결이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화려한 유적과 작품 속에 담긴 역사와 인간의 삶, 종교와 철학, 예술적 영감의 흐름을 음악과 결합해 설명하며, 여행의 경험을 감성적이고 때론 재치 있는 에피소드로 녹여낸 책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단순한 관광이 아닌,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깊은 문화적 통찰과 사색을 선사한다.

1장 이탈리아에서는 나폴리의 폼페이 유적, 베수비오 화산, 피렌체와 같은 역사와 예술의 중심지들을 따라가며, 고대 문명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기록한다. 화산의 흔적이 남긴 박제된 도시의 공기, 피렌체가 만들어낸 르네상스의 예술적 성취, 그리고 모차르트·다 빈치·미켈란젤로 같은 예술가들의 흔적을 좇으며, 여행자는 과거와 현재가 서로 반짝이며 만나는 순간들을 체험한다. 이탈리아의 이야기는 오래된 잔해와 찬란한 예술 사이에서 ‘인간이 남긴 시간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여정으로 펼쳐진다.

2장 프랑스에서는 루소와 볼테르를 비롯한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자취, 샹베리·페르네·생테밀리옹 등 고즈넉한 마을들이 품은 문화적 풍경을 따라간다. 루소가 산책하던 정원, 그가 꿈꾸던 음악적 세계, 볼테르의 유토피아적 실험이 스며 있는 공간을 거닐며, 철학과 음악, 자연이 어우러진 사색적 여행이 이어진다. 프랑스의 풍경 속에서 작가는 ‘사람과 예술, 그리고 사유가 머물렀던 자리들’을 만나며 시대를 비춘 흔적의 미묘한 결들을 발견한다.

3장 독일은 베를린 장벽의 잔해, 바이마르의 괴테와 실러가 지냈던 공간, 포츠담의 상 수시 궁전 등 음악·문학·역사의 무게가 겹겹이 쌓여 있는 장소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베를린 공항에서의 첫 여행 기억부터 시작해, 장벽의 역사와 예술적 재해석이 공존하는 거리, 문학의 두 거장이 서로 교류하며 예술적 동지를 이뤘던 도시의 공기 속에서 저자는 독일이라는 나라에 축적된 ‘정신성’의 깊이를 찾아간다. 과거의 상처와 문화적 성취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독일의 풍경은 여행자에게 묵직한 감정의 울림을 남긴다.

4장 영국은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웨일스를 아우르며 예술·역사·자연이 교차하는 여정을 그린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인문학적 정원 ‘리틀 스파르타’에서 고대 신화와 철학적 상징을 마주하고, 알로웨이에서는 민족 시인 로버트 번스와 스코틀랜드 민요의 뿌리가 이어진다. 웨일스에서는 해리 포터의 촬영지인 프레시워터 웨스트, 파도·절벽·야생화가 어우러진 펨브로크셔 해안 둘레길, 지중해풍 건축이 아름다운 포트메리온 마을을 거치며 영국 자연과 문화의 또 다른 매력을 확인한다. 영국 편은 신화·문학·음악·역사가 자연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다층적 여행의 기록이다.

마지막 장인 북유럽에서는 절벽 위에서 내려다본 피오르의 압도적 풍경, 북유럽 특유의 고요한 빛과 색채,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들리는 대자연의 리듬이 여행자의 감정을 흔든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독창적인 건축과 뭉크 미술관, 피오르 풍경 속에서 실용과 예술, 압도적인 대자연이 어우러진 북유럽의 매력을 온몸으로 체험한다. 트롤하우겐에서는 그리그의 음악과 노르웨이 풍경이 맞닿은 지점에 서보며, 음악이 어떻게 한 나라의 자연과 연결되는지를 실감한다. 핀란드에서는 침묵의 예배당·이탈라 디자인·칼레발라 그리고 시벨리우스를 통해, 절제된 디자인 감각과 강렬한 민족 정서가 공존하는 풍경을 만난다. 스웨덴에서는 바사 호와 밀레의 정원에서 역사적 비극, 치열한 복원, 고대 신화와 조각 예술이 뒤섞인 시간을 마주하며, 북유럽을 자연·예술·역사가 겹겹이 포개진 한 편의 거대한 서사로 받아들이게 된다. 북유럽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 작아지는 순간 그리고 자연의 깊은 에너지가 음악처럼 마음을 열어젖히는 경험을 선사하는 장으로 그려진다.

각 여행지는 한 편의 클래식처럼 우리 안의 기억과 감정을 일깨운다. 모든 예술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클래식 음악은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더 재미있게 더 가치 있게 즐길 수 있는 분야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 그리고 이름 없이 사라져간 이들이 남긴 이야기까지 아우르며 공유와 공감의 폭을 확장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새로운 시선을,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고전과 교양을 다시 듣는 기쁨을 선물할 것이다.

“그 꿈과 그리움은 늘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나는 슈바빙에서 그 회색빛 우울을 만나고 싶었다. 비와 안개로 축축해진 거리를 거닐며 영혼까지 잠식할 것 같은 그 스산한 한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습기를 머금은 비애가 낭만이 되고 자유가 되고 예술이 되는 거리.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칸딘스키, 파울 클레, 루 살로메, 토마스 만의 추억을 간직한 그 거리를 거닐면 혹시 그들의 시와 그림에 가슴 설렜던 젊은 날의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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