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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달콤한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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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도서출판 작가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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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1부

들풀 13
숲속 저수지 14
느티나무 무늬 15
분홍감자 16
달콤한 공기 17
여기는 정선 18
기억의 복판 19
초록 넝쿨 20
겹겹의 꽃잎 21
떨림 22
둥글고 환하게 23
아침 24
언뜻 꽃그늘 25
소리의 색깔 26


2부

위로 29
옷 한 벌 30
귀를 꼭 감고 31
과속방지턱 32
자세를 배우다 33
봄비에게 34
딴청 35
뇌우(雷雨)처럼 36
초저녁 37
빗방울들 38
밤비 39
어미는 말이다 40
도굴 41
활짝이라는 말 42


3부

봄날, 1막 3장 45
살구꽃 잔치 46
몸짓들 47
밤 한 톨 48
살얼음판 49
아무 말 대잔치 50
평행선과 교차선 51
까슬 52
굽고 졸이고 53
포도 54
죽방멸치 55
독거 56
가을 편지 57
가을 산 58

4부

무화과를 읽다 61
음률을 맞추면서 62
봄날의 성묘 63
고인돌이 있는 풍경 64
달빛 혼자 보냅니다 65
종소리 66
가로등 67
반딧불이 68
자락자락 가을 69
사진 속에 있었네 70
뒤란 이야기 71
몽돌 가족 72
토렴을 배우다 73
겨울 74

5부

깊고 푸른 나무 77
손을 베다 78
포구의 휴식 79
꽃 소식 80
화절령 81
산 82
이런 고요 83
양파 84
가을에는 85
꾀꼬리단풍 86
주머니 87
만개(滿開) 88
나를 쓰는 밤 89
마른 꽃에게 90

해설
백화난만의 상상력과 시적 통어(統御)_김종회 92

저자 소개 1

강원 정선에서 출생하여 2014년 계간 《문학과 의식》 시 부문으로 등단하여 제24회 원주문학상, 제18회 강원문학작가상을 수상하였고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받았다. 시집으로 『양파의 완성』 『당신이 내게로 올 때처럼』 『나무도마를 만들다』 『여름 나기를 이야기하는 동안』 『본문과 추신』이 있고, 2022년 《강원시조》 단시조문학상을 받으며 시조를 쓰고 있다. 제2회 청담시조작품상을 수상하였고, 제14회 천강문학상 시조 대상을 수상하였다. 시조집으로 『바람이 노래하는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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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12일
이용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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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파일/용량
PDF(DRM) | 1.2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12쪽 ?
ISBN13
9791124095171

출판사 리뷰

시인은 눈에 보이는 모든 대상에게서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내면을 탐색함으로써 내포적 의미를 적출하는 방식을 견지한다. 즉, 그의 새로운 길은 시적 대상을 응대하는 방법론에 대한 것으로, 그는 이 근원적이고 내포적인 의미망의 구성과 이를 서정적 발화로 치환하는 데 능숙하다. 동시에 고르고 고른 시어들이 조화로운 연대를 구축하고 그것은 연시조와 같은 확장을 통해 새롭고도 산뜻한 시 한 편을 산출한다. 그런 만큼 이 시인의 상상력은 활달하게 펼쳐져 있으며, 시조가 갖는 형식적 제약 속에서 합당한 통어력(統御力)을 보여준다.
시인의 눈은 외형 뒤에 잠복해 있는 본질의 실체를 시의 문면 위로 부양하게 한다. 이 시집 1부의 시조들은 이 대목을 잘 감각하게 한다. 「숲속 저수지」에서 ‘문 없는 문’을 열고 하늘가를 걷는 일, 「분홍감자」에서 ‘분홍을 자부룩하게 피워놓은 고요함’이나 「겹겹의 꽃잎」에서 상처받고 아파도 피워야 하는 ‘너의 꽃’ 등의 표현이 그와 같은 어법을 반영한다.

새들은 온갖 빛을 입에 물고 날아온다
분홍을 한 점 울고 초록도 풀어놓아
사오월
소리만 담아
화첩 한 권 엮는 산
- 「소리의 색깔」 전문

소리는 청각 이미지이고 색깔은 시각 이미지이다. 이 양자를 하나의 묶음으로 형상화하고 그 의미를 유추하자면, 상당한 사유(思惟)의 증폭작용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시조의 시어들은 사뭇 편안하고 자유롭다. ‘새들은 온갖 빛을 입에 물고’ 날아온다. 이렇게 새 울음소리에서 빛의 소재(所在)를 읽어내는 관점이 작동한다. 거기다 ‘분홍을 한 점 물고’ 초록도 풀어놓는다. 마침내 ‘사오월 소리만 담아’ 그 결과로 ‘화첩 한 권 엮는 산’이 된다. 복합적 상상력이 확산된, 잘 매만져진 시다.

2부의 시들에서 시인은 우리 삶의 가장 밑바닥에 숨어있는 실체적 진실 탐사의 멀고도 지속적인 도정(道程)에 가시적인 세상의 경물(景物)들을 적극 활용한다. 「위로」에서 ‘숨 죽은 푸성귀들’의 눈물을 보는 일, 「자세를 배우다」에서 ‘바닥은 길을 내는 시작점’이란 인식, 그리고 「어미는 말이다」에서 ‘끈끈이 쥐 포수’에 붙잡힌 아기 쥐와 그를 본 어미의 눈 등이 모두 그렇다.

지난 일 다가올 일 꽃 지고 꽃 피는 일
활짝은 한순간을 피워 둔 그림문자
마음이 헐렁해진 저녁
읽어보는 단어다
- 「활짝이라는 말」 부분

화자는 꽃을 거명하지 아니하고, 그 꽃이 한껏 핀 모양을 나타내는 ‘활짝’이라는 부사를 주제어로 선택했다. ‘지난 일 다가올 일’이 ‘꽃지고 꽃피는 일’인데, 활짝은 그 순간을 지칭하는 ‘그림문자’라는 것이다. 꽃이 활짝 피면 마음이 헐렁해지는 저녁이 오는 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현상일까. 꽃피는 저녁의 정취를 이토록 순정하고 고요하게 묘사하기란 쉬운 일일 수 없다. 3연에 이르러 어느덧 시인은 ‘내 안에 달아놓은’ 활짝을 불러본다. 그것이 ‘맨 처음 그린 뜻’이라면 그 너머도 환한 지경(地境)이라는 것이 시인의 생각이다.

3부의 시에서는 사람과 사물과 자연을 모두 스승으로 간주하는 시인의 열린 마음이 돋보인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말처럼, 우리 주변의 모든 존재는 장점이 있으며 시인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는 관점을 보이고 있다. 「살구꽃 잔치」에서 ‘꽃바람 한 줌’의 초대장, 「굽고 졸이고」에서 생선 자반 요리가 암시하는 우리 삶의 국면, 「가을 산」에서 ‘구름도 불러 색동옷’을 입는 산의 형색이 그와 같다. 만상(萬象)의 구석마다 시인에게 건네는 교술자의 목소리가 잠겨 있는 형국이다.

마음을 읽어보다 강폭을 재어본다
이쪽과 저쪽 기슭 이어볼 생각인데
밤새껏 조바심만 내다 기진해진 속마음
그래도 건너볼까 몇 번을 서성이다
건너기 두려운 강 건넌방에 자리하고
근심만 뒤적이다가 기슭에서 잠든 밤
- 「살얼음판」 부분

강물 앞에서 화자의 마음과 삶의 길을 가늠해 보는 시다. 그러기에 마음을 읽어보다 강폭을 재어보는 것이다. 이때의 읽어보기와 재어보기는 서로 다른 유형의 측정이지만, 그것이 지칭하는 평가와 판단의 추정치는 다른 것이 아니다. 인생길의 주요한 과정을 상징하는 경점(更點)이 암시적이고 간접적인 언급으로 제시되기에 좋은 시가 되는 터다. 그와 같은 연유로 강의 살얼음과 속마음의 조바심이 하나의 계량기 위에 놓이는 것이 아닌가. 이 양자 사이의 비교와 계측이 계속되면서, 근심만 뒤적이다가 기슭에서 잠드는 것이 우리 삶의 형상이 아니던가.

4부에 수록된 시들은 제3의 눈, 시안(詩眼)의 기능과 힘을 잘 활용한다. 「봄날의 성묘」에서 이생에서처럼 만나는 아버지와 어머니, 「뒤란 이야기」에서 어머니 떠난 뒤란의 담론, 「겨울」에서 은빛과 흰옷에 기댄 겨울의 의인화 등이 그 세목이 된다.

꽃잎의 찬란함은 발설된 비밀 같아
세상일 못 듣는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붉은 꽃 가슴에 품고 눈을 감는 무화과
(중략)
내 안이 꽃밭이라 말 안 하는 무화과는
호명 후 사라지는 귀가 없는 무화과는
행간에 말 없음 표를 적어놓은 짧은 시
- 「무화과를 읽다」 부분

무화과를 읽는 것은, 무화과꽃을 응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꽃과 열매가 상징하며 함축하는 제3의 뜻을 상정하는 행위다. 그렇게 숨은 보화와 같은 뜻이 있기에, ‘꽃잎의 찬란함’은 ‘발설된 비밀’ 같고 붉은 꽃 가슴에 품고 눈을 감는 행태(行態)가 된다. ‘내 안이 꽃밭’인데도 말하지 않고 듣지 않는 무화과는, 그 존립의 근거가 자신의 내부로 침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미에 이르러 시적 화자는, 이 상황을 통할하여 ‘행간에 말 없음 표를 적어 놓은 짧은 시’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과장도 수식들도 지우고 벗어내자
살갗을 열고 닫던 벌 나비도 떠나가도
꽃잎은 세상만 뚝뚝 접으라고 하잖아
(중략)
이울다 몸 지우고 사라지는 한철보다
풍경에 시나브로 포함되는 사소한 일
베어 문 향기 꼭 품고 깨어 있자 꽃들아
- 「마른 꽃에게」 부분

‘마른 꽃’은 심하게 말하면 꽃의 최후다. 생기발랄하던 얼굴은 간데없고 삭은 쭉정이 같은 신세로 전락한, 꽃의 가장 말기다. 하지만 시인은 그렇게 수긍하지 않는다. 그가 제3의 눈을 가진 자이기 때문이다. ‘꽃잎은 세상만 뚝뚝 접으라고’ 해도, 이를 ‘퇴화의 시간’이라 여기지 않고 ‘침묵은 시간 뒤의 시간, 아름다운 언어’라고 강변한다. 그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베어 문 향기 꼭 품고 깨어 있자’라고 권유한다. 마른 꽃 한 송이가 빛나는 생화의 시기를 훌쩍 넘어서는 순간이다. 여기에 놀라운 시적 승급(昇給)이 있다.

5부의 시들은 덧없는 인생사의 조건에 대한 답변을 다루며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촉발한다. 「포구의 휴식」이 발설하는 ‘나마스떼’의 인사, 「화절령」이 환기하는 꽃 한 송이의 초절(超絶), 그리고 「이런 고요」에서 만나는 세상과의 폐절(廢絶)에는 그러한 탈속과 각성의 의식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처럼 김영희의 시조에서는 결이 고운 시어의 선택, 부드러운 서정성의 향유, 애틋한 감성적 이미지의 활용, 선명한 메시지의 응축과 전달, 잘 짜인 시적 구도 등 여러 덕목을 한꺼번에 발견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순우리말의 소환이나 연시조로의 확장 등 우리 시조의 발전에 기여하는 요소들도 목도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의 시와 시조가 가일층 일진월보하여, 우리로 하여금 더 큰 시 읽기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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