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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 그 흰빛
그림이 있는 시집
안서영
문예바다 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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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아직 있을까

고향
겨울 강
사과꽃 그 흰빛

향기
낮달
그 강
야시장Farmer’s Market
우리
풍경 3
자카란타 길
흰 달

제2부 아, 이 바람

그분의 한숨
전신주
미래의 얼굴
야생화 들녘
봄, 물결
바람
정오
새벽, 오늘이라는 이름
반사 빛

부활
빛의 생채기
시월이 가고 있네
코스모스

제3부 바람, 사월의 (영역 : 이윤홍)

그 아침 / That Morning
백자 달항아리 / The White Porcelain Moon Jar
복사 빛 / Peach Light
바람, 사월의 / The Wind, in April
밤, 수평선 / Night, the Horizon
북해, 고도孤島 / North Sea, Lonely Island
성탄 / Christmas
그의 침묵 / His Silence
사랑의 빛 / The Light of Love
사막 3 / Desert 3

제4부 사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낮에 뜬 반달
구월
단절의 계절
디아스포라
봄이 있는 마을
외출 1
렌즈의 저 끝
밀레니얼Millenials 내 아이
우리는 서로에게
무관심
노랑의 꽃물결
내 안의 먼 부분

제5부 혼자이고 싶어 드물게 찾아가는 먼 곳

아시시의 종소리
노르웨이 호수
그레고리안 찬트 4
사막 11
겨울
팜스프링
비탈에 선 나무
세상의 아침
칸쿤 Can Cun
데스 밸리Death Valley
새벽 강에는
빙하기부터의 어느 역이 아닐까
보니, 참 좋다
터코이즈Turquoise

제5부 언젠가 내가 그랬었지

빛의 생명
질주
그런 날
은빛 그물망
세쿼이아 나무들
약속
세 살 아이의 세계
아이의 언어
여문 타박
외출
한 풍경
십일월
내가 사는 나라

해설 이민자로서의 고뇌와 삶의 성찰 … 허형만

저자 소개 1

- 전남 광주 출생 - 전남대학교 졸업 - 1974년 도미, 현재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거주 - 2013년 미주한국일보 문예공모전 「겨울 강」 당선 - 시집 『흰 꽃 숨』(2017) - 미주 한국문인협회 회원 - 30여 년 ‘롱비치 메디컬센터 암병동’에서 정년퇴직 후 그림 시작 - 19th MT. SAC Art Show 당선 - KW-Art 동우회 동인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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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35*210*20mm
ISBN13
9791161153049

책 속으로

눈부시게 피어 있던 사과꽃

생각하면 가슴 훑고 오는 통증
미안하고 죄스럽고…
응어리 되어 늘 안으로 흐르는 강이 있지요

언니옷 몰래 입고 나갔다 살금살금 늦게 돌아왔던 밤
숨겨둔 꿀항아리 끌어내다 도자기와 함께 깨뜨렸을 때
종아리 터지도록 날아온 회초리
그 얼얼함이 깊은 그리움으로 남아 있고

홀로 세상에 섰을 때
먼 땅끝에서 반짝이던 빛
그 빛, 보이지 않게 나를 받쳐 주던
큰 기둥이었지요

어여 가, 어여 가 손짓하던 고속버스터미널
꽃무늬 항라 적삼의 젊은 향기, 사과꽃으로 피어
언덕 위를 덮으면
과원에 사다리를 놓을까요. 어머니

아이가, 그 아이의 아이가
당신의 향기
부시게 이어 갈 수 있도록
--- 「사과꽃 그 흰빛-어머니」 중에서


봄비 내릴 때
맨발로
어린 순들 일어서는 초록 세상으로 들어갔었지

야생화 언덕을 덮고
레몬이 속살을 채우는 동안
빵 굽는 냄새, 연기 오르는 굴뚝
아이들의 웃음소리
빨래 마르는 볕 좋은 마당
아보가도 레몬 바구니에 담아 바쁘게 오르내렸던
그날들에

잎들 짙어지면
체리가 익고, 아몬드 후두둑후두둑 떨구어 내고 나면
남겨진 초록은 침묵에 들고
산 아래로부터 붉게 물들어 가는 숲
젖은 바람 안에 그림자를 내린다

아, 빈집
떠나고 없는 빈터에 들어와 앉은 시월
세상의 소음 같은 무반주의 저음이 마른 잎들 위 뒹굴고
온몸에 바람 안아 굵은 톤으로 울리고 있는 첼로

쨍쨍 햇빛 있던
집 모퉁이를 지나 시월이 가고 있네
저음으로 울던 내 가을도 함께 떠나가고 있네
--- 「시월이 가고 있네」 중에서


폭우 뒤
쏟아져 내리는 찬란한 빛
잎파리들 살랑이며
갈피마다 흔들어 대는 바람

불어와 고여 있어도
없는 듯 보이지 않고
모양도 끝도 없이
혼자인 절대 자유

천 번의 버릇으로 빗어진 저 침묵
심하게 소용돌이쳐도
믿어 보는 가장 가깝고 편한 관계여
--- 「바람」 중에서


열에 뜬 세상이 아프다
밝음 속 짙은 어둠
너무 많이 보아 버린 눈

밤 내 일렁이는 세상의 불빛 끌어 담고
지글대며 타는 세상
식어지라고
밤을 두르고 눈을 감는다

비켜 가면서
비켜 가면서
아픔에 무뎌져 버린
눈을 감는다
--- 「밤, 수평선」 중에서


그가 아프면
나는 마른다

그가 가물면
나도 가물어 간다

이제는 쇠꼬챙이처럼 찔리고 찔러 대도
찔릴 힘 없다
소리 지르면
벽 마주한다

그가 웃지 않으면
침묵이다

내 곁에 사라지는 것들 많다
세상의 균형이
약간씩 변화한다

이제 볕 마른 마당에서
손잡을 수밖에 없는 관계

사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 「우리는 서로에게」 중에서


혼자이고 싶어 드물게 찾아가는 먼 곳

바람 거센 모래 언덕에 서니
세상은 아득히 멀어지고
계곡엔 구비구비의 길
갇혔던 세월이 거칠게 내뿜는 숨이 있다

길들여지지 않는 바람과
놓아진 야생의 말들,
황량한 땅 위로 천년의 바다가 뒤집고 간 뒤
바람만 줄줄이 스쳐 가다 멈춘다

노을 속에서 졌다 뜨는 빛
어제와 같은 내일과
어김없이 오는 새벽의 끝
잡을 듯 놓치고
잡았다면 잃었을 그 무엇.

목이 타며 서걱이는 기다림
모래 사이로 기어가는 파충류들이
그려 놓은 상형문자 같은 말과 그림
잠시 바람이 뭉개 버리면
다시 그리며 느리게, 느리게
기어가야 하는 저 끝

흔적 엷은 화석
엄숙한 기운이 감도는 당신의 침묵
그 끝, 가늠할 수 없는 무질서여도
지워지고 뭉개지고 없어질 때까지 혼신으로 가야 한다

저 맑은 평온엔
무엇이 있을까

--- 「사막 11」 중에서

추천평

안서영 시인에게 어머니는 “홀로 세상에 섰을 때/ 먼 땅끝에서 반짝이던 빛”이었고, “그 빛, 보이지 않게” 자신을 받쳐 주던 “큰 기둥”이었다. 그러한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 훑고 오는 통증”으로 아프고, “미안하고 죄스럽”기만 하다. 특히 어머니만 생각하면 “응어리 되어 늘 안으로 흐르는 강”처럼 온 삶을 통과한다. 시인에게 어머니는 “꽃무늬 항라 적삼의 젊은 향기, 사과꽃”이다. 사과꽃은 보통 꽃봉오리가 분홍빛을 띠다가 활짝 피면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색이 된다. 은은하고 청순한 향이 사과 특유의 향과 어우러져 봄에 상큼한 느낌을 준다. 순결, 청춘, 사랑을 상징하는 사과꽃과 젊었을 적 어머니가 하나로 되는 이미지는 이 시의 핵심이다. - 허형만 (시인, 목포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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