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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시카는 그리스의 서사시 오디세우스 이야기에 등장하는 파이아키아 왕녀의 이름이다. 나는 버나드 엡슬린의 『그리스 신화소사전』에서 그녀를 처음 알고부터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그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앙를 소설화한 것을 읽어서 내게 나우싴란 어디까지나 엡슬린 문고판 3페이지에 걸쳐 묘사한 소녀 그대로이다. 엡슬린 역시 나우시카에게 특별한 호의를 갖고 있었다는 것은, 제우스나 아킬레우스 같은 유명인물도 1페이지 남짓밖에 써 주지 않은 소사선에서 그녀에게만은 3페이지나 할애하고 있다는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나우시카 - 발이 빠르고 공상적인, 아름다운 소녀. 구혼자나 세속적인 행복보다 악기와 노래를 사랑하고, 자연과 어울리는 것을 더욱 기뻐하는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 바닷가에 떠내려온 오디세우스의 피투성이 모습에도 두려움 없이 그를 구하고 치료해 준 것은 바로 그녀였다. 즉흥적인 노래로 그의 마음을 달래 준 것도 그녀다. 나우시카의 양친은 그녀가 오디세우스를 사랑할까봐 걱정하여 그를 서둘러 출항시킨다. 그를 태운 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해안에서 바라보는 그녀는 그 후로 여행을 하며 오디세우스와 그의 모험 향해를 노래했다고 한다. 앱슬린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쓰고 있다. "이 소녀는 위대한 향해자 오디세우스의 비바람에 시달린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우시카를 알게 되면서 나는 어느 일본 설화의 여주인공을 떠올렸다. 아마 옛날 이야기 (今昔物語)에 나와 있었던 것 같다. 벌레를 사랑하는 아씨라 불렸던 소녀가 있었다. 어느 귀족의 딸이었던 그 소녀는 혼기가 차도록 들판을 뛰어다니고, 애벌레가 나비로 탈바꿈하는 모습에 감동하기도 해서 주위에서는 괴짜 취급을 받았다. 그 또래 소녀들처럼 눈썹을 밀지도, 이를 먹으로 물들여 장식하지도 않고 새하얀 이와 새카만 눈썹을 그냥 가지고 있어서 모습 또한 이상했다고 써 있다. 오늘날이라면 그 소녀는 괴짜 취급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별스런 데가 있어도 자연애호가 또는 개성적인 취미를 가진 사람으로 볼 뿐, 충분히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다. 그러나 겐지모노가타리(原氏物語:11세기 초, 무라사키 시키부가 쓴 히카루 겐지와 여성들의 이야기)나 마쿠라노소시(枕草子:10세기 후반부터 11세기 초, 세이쇼나곤이 쓴 궁정 새오할의 회상, 견문, 자연 등에 관한수필집)의 시대에 벌레를 사랑하고 눈썹도 밀지 않은 귀족 처녀의 존재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어린 마음에도 그 소녀의 운명이 걱정되어 견딜 수 없었다. 사회의 속박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감성 그대로 야산을 뛰어다니며 풀이나 나무, 흘러가는 구름에 마음을 움직이던 그 소녀는 그 후 어떤 삶을 살았을까... 오늘날이라면 그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관습과 터부로 가득한 헤이안 시대에 그녀를 기다렸을 운명을 어떤 것이었을까... 안타깝게도 나우시카와, 달리, 벌레를 사랑하는 아씨에게는 만날 오디세우스도, 부를 노래도 속박을 피해 유랑할 곳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만약 위대한 향해자를 만났다면, 그녀는 반드시 불길한 피투성이의 남자에게서 찬란히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것이다. 내 안에서 <나우시카>와 벌레를 사랑하는 아씨는 어느샌가 동일인물이 되어 있었다. 이번에 『애니메쥬』의 사람들에게 만화를 그려 보라는 권유를 받고 들뜬 마음에 자기류의 나우시카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화근이 되어, 오랜 옛날에 재능이 없어 만화를 단념할 때의 그 아픔을 다시금 곱씹게 되고 말았다. 이제는 어떻게든 이 소녀가 해방과 평화의 나날에 이르러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