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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사유의 직조(織造) 4
그림으로 철학 말하기 4 회화와 철학이 가까운 이유 5 푸코, 데리다, 사르트르, 하이데거 8 파레르곤으로서의 영화 분석 14 『빈센트의 구두』 20년 후 16 1장_그림 속에 감추어진 에피스테메 혹은 해체 1. 푸코 29 「시녀들」 29 재현의 재현 33 에피스테메 35 2. 데리다 40 「디뷰타드 혹은 그림의 기원」 40 눈멂 - 드로잉의 기원 43 흔적, 차연, 해체 47 3. 가시성 54 현대 예술이론의 틀이 된 푸코와 데리다의 담론들 63 2장_사르트르 1. 아날로공(analogon) 71 마티스의 빨간 양탄자 72 사물로서의 예술작품의 이원성 76 아날로공 81 현실의식과 상상의식 83 상상의 토대로서의 현실 86 미의 실체는 무(無) 87 존재론으로 환원시킬 수 없는 미의 이론 89 2. 언어의 실패, 시의 승리 93 사물과 도구 94 예술적 질료의 사물성 99 언어의 도구성 105 산문과 시 108 언어의 실패로서의 시 112 모순적인 미학이론들의 혼재 116 3장_하이데거 1. 반 고흐의 구두 그림을 통한 존재의 진실 찾기 123 반 고흐의 구두 그림 123 미의 본질, 예술의 본질 129 예술작품의 사물성과 상징성 132 사물이란 무엇인가? 133 사물-제품-예술작품 140 제품성의 규명을 위해 인용된 반 고흐의 구두 그림 143 세계-대지의 하이데거적 의미 147 균열과 형상 154 존재폭로 156 예술작품의 진실 159 숨길 때만 드러나는 미의 본질 161 하이데거의 기원으로서의 반 고흐 165 2. 구두의 인문학 168 구두의 성적 상징성 168 화가들의 구두 그림 172 발자크의『미지의 걸작』 180 하이데거, 샤피로, 데리다의 논쟁의 주제가 된 구두 181 구두 주인 찾기 182 ‘한 켤레’의 문제점 186 철학자와 화가의 파토스 공유 189 테크네와 예술 192 하이데거의 오류를 비판할 수 없는 이유 194 파레르곤 197 하이데거의 예술론-존재론 199 회화의 기원 201 구두끈 운동 202 4장_영화읽기 1.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의 신화, 역사그리고 기호학적 해석 209 그레마스의 서사기호학 210 계약을 주제로 한 행위자 도식의 분석 213 예술에 대한 질문 217 2. 프레임과 파레르곤 219 언어의 놀이, 텍스트의 해체 222 액자의 해체 224 칸트의 파레르곤 226 드로잉과 액자효과의 파레르곤적 성격 231 영화의 프레임 233 프레임으로서의 계약 236 드로잉에서의 가시성과 눈멂 238 영화 프레임에서의 가시성의 문제 241 예술에 대한 질문 242 참고문헌 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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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인 구두
우리 몸에 부착시키는 의류 중 신발은 착용자의 존재를 가장 잘 드러내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그 상징적 의미는 인류사의 원형인 옛날이야기 속에 이미 들어 있다. 수많은 신발 관련 동화들이 그것이다. 그 중 신데렐라 이야기가 가장 매혹적인 것은 투명하고 깨지기 쉽고 도저히 신을 수 없는 유리 구두의 기발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여기 또 다른 특이한 구두가 있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수많은 구두 그림들이다. 『빈센트의 구두』는 반 고흐의 낡은 구두 주인을 두고 두 철학자와 한 미술사학자가 벌이는 논쟁을 통해 존재의 진실을 찾아 나선다.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 구두가 가난한 농부 아내의 것이라며, 구두에서 농부의 고단한 삶과 ‘대지의 진실’을 읽어낸다. 반면 미술사학자 샤피로는 이 구두가 파리 생활 중이던 화가 반 고흐 자신의 ‘도시용 구두’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포스트모던 철학자 데리다는 이 두 사람이 무리하게 구두 주인을 찾으려 한다고 비판하며, ‘구두 한 켤레’라는 말조차 의심스럽다는 해체적 시각으로 논쟁을 이끈다. 이들 구두 논쟁이 두 철학자의 핵심 이론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역시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드는 포인트다. 그때는 놀라웠고, 지금은 익숙하다. 하이데거의 '존재폭로’, 사르트르의 아날로공, 푸코의 재현 이론, 데리다의 파레르곤 등 핵심 개념이 쉽게 설명되어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대한 미셸 푸코의 분석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듯한 재미를 준다. 이 그림은 왕의 초상인가, 화가의 초상인가? 아니면 궁정의 어느 날 하루 정경인가? 왕과 왕비의 초상화라면 고귀한 두 사람은 그림 속 어디에 있는가? 푸코는 마침내 그림 안 쪽 작은 거울 속에서 희미한 두 사람의 영상을 찾아낸다. 이 그림을 있게 한, 다시 말해 재현을 가능하게 한, 가장 중요한 인물이 그림 속에서는 희미하게 뭉개져 거울 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그는 벨라스케즈의 「시녀들」을 통해 고전주의 시대의 인식 틀인 ‘재현의 에피스테메’를 유추한다. 재현의 주체인 왕이 거울 속 희미한 이미지로만 존재할 뿐, 정작 화면의 중심에는 부재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죽음’이라는 현대적 화두의 단서를 암시하기도 한다. 사르트르는 마티스의 빨간 양탄자 그림을 통해 미의 본질이 ‘무(無)’와 비현실에 있다고 말한다. 물질화된 가시적 예술작품은 상상의 세계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일 뿐, 진정한 미학적 대상은 그 뒤에 있는 ‘어떤 것’이다. 그러나 이 ‘어떤 것’은 손으로 만질 수도 눈으로 볼 수도 없는 ‘무(無)’이다. 그것은 비물질이고 비실재이고 비현실이다. 다만 그것을 우리 눈에 보이게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것과 유사한 물질적 작품이 필요하고, 그 물질적 오브제가 바로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물질적 결과물인 작품을 ‘아날로공(유사물)’이라고 불렀다. 우리가 아날로공을 통해 비현실적 대상(無)에 도달할 때 거기서 진정한 감동이 발생한다는 것이 사르트르 미학의 핵심이다. 데리다는 벽에 비친 사랑하는 연인의 그림자를 그리는 쉬베의 그림을 통해 예술은 비가시적 흔적의 기록임을 확인한다. 화가가 선을 긋는 순간 모델을 볼 수 없듯, 미술은 지각이 아닌 기억과 보이지 않는 흔적에 의존하는 행위임을 밝히며, 이를 통해 현전과 부재가 교차하는 ‘차연(差延)’의 미학을 역설한다. 그는 드로잉의 기원을 ‘눈멂’으로 정의한다. 상전벽해(桑田碧海) 그동안 한국은 K-POP 등으로 한껏 위상이 올라갔고, 청년들은 더 이상 별다른 열등감 없이 서구의 젊은이들과 대등하게 교류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야말로 상전(뽕나무 밭)이 벽해(푸른 바다)가 되었다. 자신감 넘치는 오늘날의 젊은 독자들에게 철학과 미학은 과거와는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MZ 세대는 인문학을 과거처럼 박식한 전공자들만이 즐기는 이론이 아니라 포스트모던한 세상을 해석하는 정확하고 유용한 도구로 사용할 것이다. 포스트모던이라고 해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론은 아니다. 칸트, 헤겔에서부터 하이데거, 사르트르를 거쳐 푸코, 데리다에 이르기까지 모든 철학 이론들을 현대로 가져와 그것들을 재해석한 것이 『빈센트의 구두』의 장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