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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퇴원 / 풍금 / 엎드리세요, 존심 / 모정 / 콩깍지 소리 / 머나먼 여행 / 매미 / 별명 / 호걸 시위 / 첫 면회 / 수박화채 / 소 주민등록증 / 후회 / 글자 한 자 / 구름과자 / 술래잡기 / 과거시험 보러 가는 날 / 숨은 정 제2부 섣달그믐 / 화염 속에서 피는 꽃 / 주황빛 저녁 / 여름 바람 / 가을 오는 소리 / 봄바람 / 땔감 / 그해 9월 / 석양 / 저주 / 노고지리와 함께하는 봄 향연 / 봄은 사랑을 잉태한다 / 초여름 피는 꽃 / 노란 이파리 / 가라지 / 아버지 혼 / 홍매화 / 밀 서리 제3부 개학일 / 끝자락에 서서 / 잃어버린 계절 / 시조창 / 선물 / 송아지 본능 / 소리 · 1 / 소리 · 2 / 오리무중 / 모래찜질 / 어린 모 · 1 / 어두운 추석 / 썰렁한 분위기 / 힘없는 사람들 / 귀제비 / 미소 제4부 가가 가다 / 6월의 시 / 간구한 소망 / 어린 모 · 2 / 난초 / 뜨거운 수제비 / 지팡이 소리 / 질서 / 모진 생명 / 별자리 / 부부 / 마곡사 / 사라진 화본역 / 오일장 / 삑사리 신부님 해설|삭막한 세상에서 먼 것들에 대한 예찬_ 신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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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춘수의 시는 농경문화 속의 일상을 통해 노동하는 삶의 역동성과 자연과 함께하는 실존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자본주의의 가속화가 삶의 질적 위기와 인류 공동체의 전멸을 예감케 하는 문명의 정점에서 그의 시는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고 말았는가’란 한탄에 닿아 있다. 언제부턴가 인간은 시간을 분절하고 지배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돈’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중시하는 마음은 늘 조급하고, 욕망을 향한 걸음은 쉴 줄을 모른다. 그러나 철을 따라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들은 본래 자연을 살피며 살았다. 자연을 살피는 마음은 곧 하늘을 살피는 마음이고, 그런 마음은 쓸데없는 욕심을 부림으로써 만물에 인간 중심의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권춘수의 시는 삭막한 현실로부터 먼, 바로 그 마음에 대한 예찬이다. - 신상조 해설 「삭막한 세상에서 먼 것들에 대한 예찬」 중에서
------------------------------------------------- 권춘수 시인의 시는 말이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적막한 언어 속에는 삶의 무게와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시집은 서정을 앞세우지 않으며, 감정을 설명하지도 않는다. 대신 시인은 삶의 장면 앞에 서서 오래 바라보고, 끝내 말의 최소한만을 남긴다. 신상조는 해설에서 권춘수 시의 가장 큰 특징으로 ‘존재를 대하는 태도의 정직함’을 꼽는다. 시인은 현실을 미화하거나 비극화하지 않고, 견딜 수밖에 없는 삶의 조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 결과 그의 시는 슬픔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 시집에서 자연과 일상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장이다. 풍경은 곧 인간의 내면과 겹쳐지고, 노동과 삶의 흔적은 존재의 본질을 묻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는 신상조가 말하듯, 권춘수의 시가 ‘체험의 기록을 넘어 존재의 형식으로 나아가는 시’임을 보여준다. 이 시집은 독자에게 위로나 해답을 쉽게 건네지 않는다. 대신 언어의 간결함과 사유의 깊이로 삶을 마주하게 한다. 권춘수의 시는 조용히 읽히지만 오래 남는다. 그것은 이 시집이 삶을 견뎌온 언어의 증언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