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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가난에 대하여마음에 대하여앵앵의 무늬이 뜨거운 시아침마다 생각마다 빨간 사과가 온다밤의 철물점 이야기호박의 단상공항 짐 찾는 곳에서이 반짝이는 하루야근을 하는 옥잠화에게그래도 푸른 하늘이 많다나의 해골과 나의 타자선풍기는 돌아가고너와 나의 보리밭얼마나 깊은 고독 속에서 무수한 흰나비가 날아오는지흰나비를 보는 마음뼈 항아리제2부깨진 심장의 시를 쓴다내가 페시미즘이고 페미니즘일 때 세계의 비애를 다 지닌 나는꽃이 굽이치는 자리상상임신횡단보도 빨간 신호등 앞에서자유라는 말에 대하여빵점소나기로부터의 자유정신 분열이고 정치 분열이고 뇌가 아픈 새는 섬망을 낳고수선화가 있는 달력분홍색 십자가 아래 이름 없는 주소 아래개나리꽃의 일기여성 작가의 방거울의 실낙원기다리기 때문에 기다려서 기다림이 자랐다이 거리의 빈소폐허에서미완성에는 꿈이 있어서 좋다제3부선율은 무궁하고 사랑도 그렇다이별이 되어 별이 되니피고 일기라벤더 님의 얼굴지상권 주택미완성 교향악미당과 목월의 미완성 교향악까마귀와 해바라기해골도 나도 이인칭이 되어두꺼비집이 떨어지는 근하신년초음파 심장 소리샤이닝 글로리불면증은 묘지와 같다불면증의 선인장 숲봄아, 너만 믿는다흑백의 자작나무바니타스 아래 자유가 자란다사랑도 바니타스, 어쩌라는 말이냐제4부갈대의 편지꽃샘추위모두의 피아노우리 시 안에 도스토옙스키가 있으면 더 좋겠다돌을 기르는 시간엿장수 마음자본주의를 탈출한 봄양파밭에 양파 뽑으러 가다가꽃을 준 사람몸의 선인장 정원가을배추 속에 노란 광채의 힘남의 힘 속에 있는 자유는 없다사전연명의료의향서행복에 대하여땅끝 마을시를 쓰게 되면 그대로 살게 된해설|양경언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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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勝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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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아픔 속에서 누런 보리밭 속에서나의 시는 무르익었다”소멸하는 허무를 건너 생의 뜨거움으로김승희는 허망을 말할 때조차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시인은 시집을 열며 “가난이 마지막 단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 말하며, “휘발되지 않”는 슬픔 속에서도 “어진 기운이 나오는 파릇한 움틀임”(「가난에 대하여」)을 포착해내는 생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의지는 “희망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밤”에도 “돌이 기억하는 희망이 있을 것”(「그래도 푸른 하늘이 많다」)이라 되뇌며 허무 너머 삶의 근원을 파고드는 통찰로 기운차게 펼쳐진다.시인이 거듭 언급하는 자유란 “백지 한장에/파란 줄 하나 그은 수평선 같은/그런 무(無), 없음”의 상태로 “속박을 벗어나서 나아가는 것”(「빵점」)이다. 이 “빵점 같은 힘찬 자유”(「자유라는 말에 대하여」)는 “저절로 사는 자유”이며 전쟁과 폭력과 혐오로 얼룩진 세계에서 “제각기의 얼굴로 마음으로 삶으로 저절로 살아나고자 하는”(해설) 생명의 힘이다. 시인은 “하얀 수증기에 살이 익어가는 고통”과 “맥락이 끊어진 뼈의 고통”(「이 뜨거운 시」)을 감내하면서 “빛을 사랑하지만 그늘진 시간을 살아”온 존재들의 “존엄한 생의 이야기”(「야근을 하는 옥잠화에게」)를 “심장이 뜨겁게 뛰는 자유”(「남의 힘 속에 있는 자유는 없다」)의 이름으로 기록한다.그렇게 자유라는 이름으로 역사의 세부를 어루만질 때, 시인은 함께 호흡해온 동시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다. ‘작가의 방’을 꾸미기 위해 놓아둘 만한 것이라고는 “별 볼 일 없는” 초라한 살림살이뿐이지만 결국 “우리는 불멸보다 일상으로 연대”(「여성 작가의 방」)한다는 깨달음에 가닿는가 하면, 똑같은 이름을 가진 수많은 여성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운명 같은 자매혼”을 느끼기도 한다. 그가 “우리에게는 이름이 있고 스토리가 있고/사랑도 꿈도 실패도 눈물도 비애도 고독도 있”(「불면증의 선인장 숲」)다는 위로를 건네며 맞잡는 손길이 더없이 소중하다.한편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순환하는 생명의 질서를 깊이 사유하는 시편들은 이번 시집을 더욱 각별하게 만든다. 묘를 이장하는 현장에서 “묘혈 바닥에서 누에고치 같은 것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죽음이 곧 새로운 탄생의 자리이기도 함을 직관하며, “약속도 없이 흰나비들은 날아서 춤추고/나는 그때 아주 오래전에 죽었고 새로 살았습니다”(「얼마나 깊은 고독 속에서 무수한 흰나비가 날아오는지」)라는 고백을 통해 소멸과 생성이 하나로 맞물려 있음을 시사한다. 죽음이 단지 생명의 단절이 아니라는 인식은 “땅끝이니까 바다가 나오지”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땅끝’이 더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곳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 되는 이치와 같다. 시인에게 ‘땅끝’은 “모든 아픔의 역사가 여기에 와서 소멸되는” 안식의 공간이자 “붉은 피가 콸콸 끓고 있는”(「땅끝 마을」) 또다른 생성의 자리이다.“불현듯 나는 내가 자유롭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그런 빵점 같은 힘찬 자유가 나는 좋다““빵점 같은 힘찬 자유”는 관습의 감옥을 부수고 나아가는 용기이기도 하다. 시인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행복’과 ‘불행’이라는 단어가 우리를 소외시키고 존재의 의미를 잃게 만드는 상투어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하며 “삶의 상투어를 부수는 자유를 향한 용기”를 촉구한다. 이는 규격화된 삶을 강요하는 관습적인 언어의 감옥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는 의지이며, “새로운 삶의 편린에 대한 반짝이는 열정”(「아침마다 생각마다 빨간 사과가 온다」)을 회복하려는 생명력이기도 하다. 이러한 태도는 “허망한 것이 충분해질 때 자유를 알게” 되듯 “마음껏 다 허망할 때/비약적으로 자유로워”(「바니타스 아래 자유가 자란다」)지는 해방의 순간을 꿈꾸게 한다.김승희는 이번 시집에서 ‘자유’의 의미를 새롭게 사유하는 한편, 무모한 전쟁과 폭력에 가까운 혐오, 자본주의의 횡포와 정치적 분열로 얼룩진 오늘의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면서 “비관적이며 비참한 이 어두운”(시인의 말) 시대에 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다. 늘 ‘지금-여기’를 사는 시인은 우리가 “끝의 끝, 끝, 진짜 끝, 마지막 끝”(「땅끝 마을」)이라고 부르는 자리에서 새로운 시작을 모색한다. “시를 쓰게 되면 그대로 살게 된다”는 경험을 토로하며 “나는 시 쓰기가 두렵다”(「시를 쓰게 되면 그대로 살게 된다」)라고 말하지만 시인은 “절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마음에 대하여」) ‘지금-여기’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그의 시는 멈추지 않고 “끝에서 끝까지 끝에서 끝으로”(「뼈 항아리」) 미래를 향하여 “늘 비포장도로로 나아”(「시를 쓰게 되면 그대로 살게 된다」)갈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자유라는 말이 저절로”(「사전연명의료의향서」) 터져 나오는 해방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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