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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뜨겁고 아픈 경치
초정 김상옥기념회 편
고요아침 200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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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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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97쪽 | 438g | 153*224*20mm
ISBN13
9788991535473

관련 자료

초정 김상옥 선생(1920-2004)
호: 초정(艸丁)
1920년 경남 통영 출생.
9세 때 동요 <삐비>를 지음.
1936년 조연현과 함께 <아芽> 동인으로 시작詩作 이후 세 차례 일경에 피체.
1938년 김용호?함윤수 등과 <맥> 동인.
1939년 문예지 <문장>에 시조 ?봉선화?가 가람 이병기의 추천을 받음.
194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47년 시조집 ?초적? 출간.
1948년 시집 ?고원故園의 곡? 출간.
1953년 시집 ?의상衣裳? 출간.
1955년 시화전(마산)
1956년 시집 ?목석의 노래? 출간. 부산 경남여고, 부산대학교 출강.
1958년 동시집 ?꽃 속에 묻힌 집? 출간.
1964년 서울 인사동에서 ‘아자방’ 경영.
1968년 시서화전(부산) 이후 서울, 대구, 대전 등지에서 10여회 개인전.
1973년 삼행시집 ?삼행시 65편?을 아자방에서 출간.
1980년 ?묵을 갈다가?를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 회갑기념 미술전(서울 신세계미술관).
1989년 ?향기 남은 가을? 출간.
1998년 ?느티나무의 말? 출간.
2000년 팔순기념시집 ?눈길 한번 닿으면? 출간. 팔순기념전(대구 동아 전시장)
2001년 시조선집 ?촉촉한 눈길?
산문집 ?시와 도자?, 동시집 ?석류꽃? ?꽃 속에 묻힌 집? 출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심사위원을 12년간 맡음. 그 외 여러 신문사에서 심사위원을 맡음.

1982년 중앙시조대상 수상 이후 노산시조문학상 수상. 가람시조문학상 수상.
제2회 충무시문화상 수상.
정부의 문화훈장 보관장 수령을 거절함.

2004년 10월 31일 별세(향년 85세)

출판사 리뷰

36인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초정 김상옥 시인의 모든 것’

비오자 장독대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감아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이제는 꿈 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노나 ―봉선화


이어령(문학평론가), 강인숙(영인문학관 관장), 김승규(시인), 민영(시인), 박경리(소설가), 서영은(소설가) 유재영(시인), 허영자(시인) 등의 문인과 함께 백인수(시사만화가), 이해원(전 서울 시장), 정문경(원로 전각가), 전혁림(원로 서양화가) 제씨들의 주옥같고 뜻 깊은 글들이 실려 있다.
책에는 36인의 사람들과 초정에 대한 소소한 사연이 담긴 이야기가 공개된다. 생전에 선생과 교유하던 문인과 예술인은 물론, 교편을 함께 잡았던 동료와 제자 등 다양한 인사들이 선생과 나눴던 일화들이 대부분 소개되어 있는 것이다. 독자들은 한 시대를 이끌었던 시인과 당대 문사들 사이의 애틋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한 그들이 함께 나눈 예술과 삶에 얽힌 사건 속에서 우리나라의 문단사를 확인할 수 있고,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초정 선생의 고민과 일상을 적나라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가난한 예술인의 삶을 살면서도 시업에 충실했던 시인의 길, 도자기에 대한 끝없는 사랑으로 평생 예술 세계를 포기하지 않았던 생활, 교사의 신분으로 학생들을 향한 끝없는 열정과 그런 스승을 떠올리는 제자들의 사랑 등, 시인이 평생 동안 굽히지 않고 지켜온 예술가로서의 자존심과 고집과 아자방 시절 숱하게 만난 아름다운 인연까지 초정의 여든팔십 생애가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민영 시인은 책 속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살기 위해서는 무슨 험한 일이든 할 수 있는 용기와 생활철학을 가지신 선생님은 인사동 잡상인들 틈에서 가게를 여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바로 아자방亞字房 시대의 개막이다.
서울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60년대 중반의 인사동 거리는 고리타분하고 어슴푸레한 시골 장터 같았다. 어두운 조선식 단층 건물이 늘어선 사이로 찻집, 밥집, 담배 가게, 술집, 책방, 골동품 가게 따위가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중략) 선생님의 표구점 아자방은 그때부터 서울 장안의 문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한 집합소가 되었으며, 여기에 마련된 작은 서재에서 선생님은 글만 쓰시는 게 아니라 그림도 그리시고 서예도 하셨다. 선생님의 다재다능한 예술가 정신과 솜씨가 바야흐로 빛을 발하는 르네상스였던 것이다. ―<김상옥 선생과의 인연> 중에서

초정 선생의 제자로도 유명한 박시교 시조시인이 아자방 시절, 초정과 이영도 시인을 회상하며 쓴 시도 눈길을 끈다. 또한, 1972년 소설가 박경리 씨는 초정 선생에게 두 번째 편지를 썼는데 그대로 작품에 가까운 명문이다.

옳은 영혼들이 천대를 받고 추방을 당하고 짓밟아서 쓰레기통에다 던지는 무서운 세태에, 어느 광야에서 외치는 목소리 같이 어찌 저 혼자에게만 용기를 주시고 격려를 주셨다 할 수 있겠습니까. ―박경리

시인과 소설가의 오랜 만남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읽어볼 만하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쓴 글에서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된 계기를 통해 서로가 맺은 따뜻한 인간애의 모습이 진솔하게 드러난다.

시인이나 소설가의 첫인상은 글에서 느낀 것과 전혀 다른 경우도 더러 있는데, 그분은 내가 상상하던 것과 똑같았다. 그분의 글에서 느껴지던 특출한 미의식과 참대처럼 청청하고 의연한 풍모가 그대로 느껴졌다., 그것만 해도 어딘데 그분은 내가 ?나목?을 쓴 작가라는 걸 알아보고 반가워하시면서 최대한의 호의를 베풀어 주셨다.
내가 그분의 글을 읽었다는 걸 아시고는 어린애처럼 좋아하시면서 글 속에 나오는 당신의 소장품들을 보여 주고 싶어 하셨다. (중략) 선생님은 골동품을 감식하는 안목뿐만 아니라 스스로 서화를 즐기시기를 아마추어의 수준을 뛰어넘은 경지에 도달해 계셨는데, 한번은 당신 작품으로 전시회를 하신 적이 있다. 그때도 딸하고 같이 보러 갔는데, 그 애가 대학을 졸업하고 막 중등학교 국어 선생이 되어 있을 때였다.
딸은 첫 월급으로 선뜻 동그랗고 아담한 백자 항아리 한쪽 어깨에서 몽실몽실 꽃구름이 피어오르는 그림을 사서 나에게 선물했다. 첫 월급으로 기껏 내복이나 받으려니 한 나는 뜻밖의 선물에 황홀할 밖에 없었고, 선생님은 싸게 주시고도 그렇게 기뻐하실 수가 없었다. ―<김상옥 선생님을 기리며> 중에서

초정 선생은 자신이 세운 신념 앞에서 어떤 경우에라도 굽힘이 없고 당당했다. 이것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그 모습이 고스란히 증언되고 있다.

선생이 부산여중으로 자리를 옮긴 뒤 5 ? 16 쿠데타가 나고 군사 정부가 들어섰다. 모든 공무원은 재건복이라는 이름의 중국 인민복 같은 목둘레가 높은 것을 입고 명찰을 달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삼엄하던 시절이었다. 교장 이하 모든 선생들이 똑같은 재건복을 입고 명찰을 달았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 김상옥 선생만이 더블 보턴의 양복을 멋있게 차려입고 명찰을 달지 않았다. 교장으로부터 주의를 들은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선생은 그게 문제면 파면을 시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서를 붙였다.
“내가 그런 일로 파면되면 내 양복 뒤에 크게 패찰을 달고 다닐 겁니다. ‘김상옥이는 재건복을 입지 않고 명찰을 달지 않아 파면되었다’라고 쓴 패찰을 말이오.”
그래서 선생은 재건복을 입지 않은 유일한 교육공무원으로 남았다. ―<재건복을 입지 않은 교사> 중에서

36인이 말하는 초정 김상옥 시인의 모습은 다재다능한 재능을 예술방면의 여러 면에서 획을 그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생전의 시인처럼 탁월한 예술혼의 기량을 여러 분야에서 발휘한 예술가가 또 있을까. 문단의 일각에서는 초정 김상옥 선생을 “유아독존에다 괴팍한 천재시인”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그것이 얼마나 수박 겉핥기식의 오해인가를 알 수 있다.
평생을 두고 끈끈히 관계를 이어간 음악가 윤이상과의 깊은 우정, 교탁 위에 올라앉아 학생들을 가르치다 교장과 벌인 갈등과 끝내 깊어진 아름다운 인연, 작품 값으로 받은 집 한 채 값의 큰돈을 가난한 친구 부인에게 준 이야기, 서울대학 강연에서 학생과 벌인 즉석 시조 대결, 그리고 가까이서 딸이 본 아버지 김상옥에 대한 눈물겨운 이야기들까지 책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초정 김상옥 시인의 진면목과 만날 수 있다.

초정 김상옥 선생의 글은 여름 소낙비가 지나고 난 뒤의 흙 냄새 같다. 그것이 그림이 되면 골짜기의 난향蘭香으로 변하고, 붓글씨가 되면 은은한 연적의 묵향墨香으로 바뀐다.
시와 글씨, 그림이 한 몸이 되어 잘 다듬은 모시옷 차림으로 대청마루에 나서면 어디선가 샘물 같은 바람이 분다.
남들은 시를 짓고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지만, 초정 김상옥 선생은 시를 그리고 글씨를 짓고 그림을 쓴다
―이어령(문학평론가)

재주 많고 눈물 많고, 인정스럽고, 익살스럽고 여리면서도 불의에 맞설 때면 질풍 같고 추상 같은, 그러면서도 한평생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 아름다움을 놓지 않았다는 미의 사제 김상옥 선생! 그는 김민숙 소설가의 표현처럼 ‘우리 시대의 질풍노도’인가? 아니면 이 시대의 마지막 천재인가?

아버지를 그리며 써내려간 눈물과 사랑의 글

책 속에는 초정의 장녀인 김훈정 선생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써내려간 절절한 마음도 잘 담겨있다.
‘시는 나의 종교’라고 하셨다는 초정 선생이 병실에서 적은 서첩의 여러 대목들을 소개하고, 멋쟁이로 탁월한 감각을 지닌 초정 선생이 직접 디자인을 하고 맞춰주신 구두에 얽힌 이야기, 가족보다는 예술에 대한 사랑이 늘 먼저인 아버지에게 대항했던 일, 전세금 몇 배를 주고 산 미술품들에 대한 회상, 생전 초정 선생이 간직했던 스크랩북에 적힌 수많은 글들까지… 살아생전 아버지 앞에서 살갑지 않은 딸이었다고 고백하는 김훈정 선생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뜨거운 사랑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때는 추석을 앞둔 초가을, 어머니가 입원하시기 전이었는데, 건강도 심기도 괜찮아서 동생과 즐겁게 작업을 하신 듯하다. 그게 마지막 작품이었다. 아버지는 당신이 곧 가시게 될 것을 알고 있으셨다는 듯 동생의 서첩에 ?제기?와 함께 이런 글을 쓰셨다.

제기祭器

굽 높은 제기
신전神前에 제물을 받들어
올리는

굽 높은 제기
詩도 받들면
문자에 매이지 않는다

굽 높은 제기

“단기 4337년. 사랑하는 딸 훈아의 부탁으로 붓에 먹을 적신다. 훈아야, 내 죽거든 마음으로 제사해 주기를. 늙어 주책없는 아비 초정은 먹을 칠하다.”
―<아버지를 그리며> 중에서

김재승 선생이 앞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어질 초정 연구에 보다 더 정확한 자료를 제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쓴 ‘김상옥 선생님과의 반 세기’도 눈길을 끈다. 문인으로 고집과 자존심을 지키시며 평생을 살아간 시인의 생애를 들여다보는 일은 때론 눈물나고 때론 화통하게, 작가의 푸른 혼을 대변한다.
김상옥 선생이 1964년 서울대 영문과 초정 특강에서 당시 학생이었던 김영무 교수(3년 전, 작고한 문학평론가이자 서울대 영문과 교수)와 벌였던 즉흥시 응답은 재미있는 에피소드(책 242쪽)로 소개되어 있고, 작고한 장응두 시인의 미발표 유시遺詩인 ?진혼가?가 초정 선생의 암송을 풀어 새로운 작품으로 복원되어 소개되어 있다.(책 208쪽)
그 외에도 두만 강변에서 지낸 이야기, 우국시를 쓴 이후 체포된 이야기, 옥고의 고통,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초정의 존경심을 알 수 있는 일화, 음악가 윤이상과의 애틋하고 특별한 사연, 이중섭과의 교유, 교사로서의 초정, 초정의 골동 수집품에 얽힌 이야기, 2004년 11월 3일 판교공원묘지 안장식까지… 초정 선생의 주위에서 맴돌았던 반 세기가 흑백 영사 필름을 돌리는 것처럼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옹고집 하나로 세상과 맞대결하며 살아오신 한평생. 교사 자격증이 없어 눈총 속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20여 년 동안 학생을 가르치신 선생님. 정에는 한없이 약했던 선생님. 시인으로 예인으로 스승으로서 초정 김상옥 선생님의 85년 일생은 성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초정 선생님, 미의 사제 선생님은 가셨지만 남기신 작품과 민족정기는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살아 있을 것입니다.
―<초정 선생님과의 반 세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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