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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판 출간에 부쳐 005
머리말 - 공룡의 땅, 한반도 009 1 - 공룡 발자국을 따라가다 015 2 - 완벽한 발자국 019 3 - 세계에서 가장 긴 조각류 보행렬 025 4 - 공룡 속도 알아내기 031 5 -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발자국 035 6 - 한반도의 쥐라기 041 7 - 발자국 화석의 수수께끼 049 8 - 울트라사우루스의 운명 053 9 - 한반도 최초의 완벽한 공룡 뼈 화석 059 10 - 바닷가에서 발견된 작은 아기 공룡 065 11 - 부경고사우루스 밀레니움아이 069 12 - 국내 최초로 밝혀진 뿔 공룡 073 13 - 발 아래의 공룡 077 14 - 발굴을 기다리는 공룡 뼈 화석들 079 15 - 다양한 크기의 초식 공룡 알 화석 083 16 - 정교하게 배열된 육식 공룡 알 둥지 091 17 - 우리나라 최초의 중생대 새알 화석 099 18 - 백악기 공기의 진실 103 19 - 한반도 공룡 이빨 화석 111 20 - 희귀한 공룡 피부 화석 117 21 - 냄새가 나지 않는 배설물, 공룡 분화석 121 22 - 공룡 시대의 동반자 익룡 발자국 125 23 - 백악기 하늘의 지배자 133 24 - 익룡 뼈와 익룡 이빨 화석 139 25 - 가장 오래된 물갈퀴 새 발자국 143 26 - 백악기 새 발자국 147 27 - 악어 뼈와 악어 이빨 화석 151 28 - 공룡 때문에 짊어진 갑옷 157 29 - 공룡 시대 도마뱀 화석 161 30 - 셰일층의 물고기 165 31 - 암모나이트가 없는 이유 169 32 - 공룡 시대 곤충 화석 173 33 - 작은 것이 아름답다 179 34 - 다양한 동물들의 흔적, 생흔 화석 185 35 - 초식 공룡이 먹은 것 189 36 - 숨 쉬는 바위 스트로마톨라이트 195 37 - 1억 년 전의 한반도 199 맺음말 - 끝없는 한반도 공룡 연구 과제 203 그림 출처 206 찾아보기 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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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와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의 고향 1996년 어느 여름 날, 전남 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 발굴단 30여 명은 더위와 싸워 가며 켜켜이 쌓인 퇴적층들을 걷어 내고 있었다. 수천만 년 동안 감춰진 공룡 왕국의 비밀을 벗겨 내듯이 … 얇은 퇴적층 사이로 아주 부드럽게 움푹 들어간 큰 흔적을 발견했다. 우리는 흥분 속에 구덩이를 파 내려갔다. 1미터 정도 파고 나니 구멍의 실체가 드러났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완벽한 모양의 대형 공룡 발자국이 나타난 것이다.- 본문에서 허민 교수가 책 첫머리에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경험이라고 밝힌 우항리 초식 공룡 발자국 발견은 한반도 지질학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발굴이었다. 해남 우항리 공룡 발자국 화석지 발굴을 시작으로 한반도에서 다양한 공룡 발자국들이 발견된 곳은 30군데가 넘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굴되거나 자연적으로 노출된 공룡 발자국만 1만 개가 넘는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남해안 공룡 화석지를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하려는 노력이 계속 진행 중인 것도 그 학술적 가치가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중생대 대표 화석인 암모나이트 대신 다양한 공룡 및 익룡 화석과 발자국 화석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것은 당시 한반도가 바다가 아니라 육지였기 때문이다.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이동하던 공룡들이 도착한 마지막 장소가 바로 한반도였던 것이다. 코리아노사우루스는 한국공룡연구센터 연구진이 2003년 전라남도 보성군 득량면 비봉리에서 처음 발굴한 이래 발굴에 참여한 학생들과 연구원들, 세계 각지의 학자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골격이 복원되고 국제 학술지에 논문으로 출간되며 마침내 2011년 제 이름을 얻었다. 한반도 공룡 학명에 얽힌 이야기들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상북도 의성 탑리에서 발견된 공룡 뼈 화석인 울트라사우루스의 경우, 이 공룡의 크기가 엄청났으리라 생각한 김항묵 교수가 ‘탑리에서 발견된 초대형 도마뱀’을 의미하는 울트라사우루스 탑리엔시스(Ultrasaurus tabriensis)라는 학명을 붙여 주었다. 불완전한 뼈로 밝혀져 학계에서 공식적인 학명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산출된 공룡 뼈 화석으로서 국내 공룡 골격 화석 연구의 시작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학명을 부여한 최초의 한반도 공룡은 2000년 부경 대학교 백인성 교수 팀이 경상남도 하동군 금성면 갈사리에서 발견한 부경고사우루스 밀레니움아이(Pukyongosaurus millenniumi)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룡 골격 화석이 발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훌륭한 사례였다. 단 한 마리만 발견된 코리아노사우루스의 경우 역시 앞으로 또 다른 발굴로 이어진다면 생태 연구에도 더욱 큰 성과가 있을 것이다. 2021년에는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도 지역에서 전남 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 연구진은 매우 특이한 알 화석을 발견했다. 김민국 연구원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 표본은 일반적인 공룡알 껍데기와는 달리 두께가 1밀리미터에 미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얇고 매끈한 형태를 보인다. 현생 조류를 포함하는 오르니투로모르파 계통에 속하는 새의 알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기록일 가능성이 높다. 이 알 화석은 파편화된 껍데기의 보존 형태와 전체적인 윤곽이 한반도 서남부 지역에서 흔 히 발견되는 옹관, 즉 독널 무덤의 형태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옹관울리수스 압해도엔시스로 명명해 학계에 보고되었다. 이 연구는 조혜민 연구원과 정종윤 박사를 비롯한 전남 대학교 연구진과 텍사스 대학교 클라크 교수의 공동 연구를 통해 학술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이 표본은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최초의 중생대 새알 화석이라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크며, 새알 진화의 초기 단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2022년, 정종윤, 조혜민, 김민국 연구원으로 구성된 연구진이 압해도에서 발견한 아기 공룡 화석은 정종윤 박사를 비롯한 제자들과 텍사스 대학교의 클라크 교수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를 통해 둘리사우루스 허민아이로 명명되어 학계에 보고되었다. 속명 ‘둘리사우루스’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기 공룡 캐릭터 둘리에서 착안한 것으로, 대중적인 친숙함과 상징성을 함께 반영하고자 했다. 한국 공룡 화석 연구에 대한 기여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제자들이 제안한 종명 ‘허민아이’는 국제 학술 무대에 신종이 소개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각별하다. 공룡 알 둥지 화석 발견 이후 13년 만에 새롭게 압해도에서 발견된 아기 공룡의 위석 화석은 조각류의 식성과 생태적 습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1억 년 전 한반도의 주인공을 찾아서 영원히 알 수 없는 존재를 누구나 상상하고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공룡 연구의 매력이리라. 어떤 발견들은 공룡 도감을 새롭게 채워 나갈 것이며, 어떤 발견들은 지금까지의 정설을 뒤엎을 것이다. 공룡의 세계는 멸종하지 않고 이렇게 계속 변화해 가고 있다.- 본문에서 200여 년 전, 최초의 화석 발견자로도 유명한 메리 애닝의 시대 이후 새로운 공룡 뼈를 발견하고 분류하는 데 중점을 둔 과거 고생물학 분야와 달리 최근 이루어지는 연구들은 공룡의 행동 해석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공룡이 남기고 간 수많은 흔적 중 발자국 화석은 머나먼 옛날에 사라진 생물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려 주는 좋은 증거 자료가 된다. 게다가 발자국 화석은 형성 당시의 퇴적물, 환경, 기후 등의 요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할 뿐만 아니라 속성 작용과 화석화 과정을 거쳐야만 화석으로 남겨지므로 전 세계적으로 발자국 화석이 골격 화석보다 희귀하다. 우선 너무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정도로 굳어진 갯벌 위에 발자국이 남아야 한다. 오랫동안 바닷물의 영향을 받지 않은 발자국 퇴적층 위를 모래나 성분이 다른 갯벌들이 채우고, 상부 압력으로 인해 아래 발자국 퇴적층이 머금고 있던 수분들이 빠지면 비로소 발자국을 함유한 퇴적층이 보존된다. 바로 그 공룡 발자국 화석들이 수많은 지각 변동에도 불구하고 1억 년 이상 우리 땅에 보존되어 있다. 남해안에는 이렇게 순차적으로 만들어진 퇴적층들이 무수히 많다. 전라남도 여수 사도, 추도나 경상남도 고성 하이면 퇴적층에는 공룡 발자국을 담고 있는 퇴적층들이 켜켜이 쌓여 그 두께가 100미터 이상이다. 해안가에 노출된 공룡 발자국들은 극히 일부이며 그 아래 다른 층들에서 다른 발자국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1억 년 동안 이 땅이 간직해 온 생명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발걸음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