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의 세 가지 맛
군침이 꼴까닥! 넘어 가는 음식맛, 글맛
나는 부엌에서 “니미럴! 나도 한 잔 주면서 처먹어라” 욕을 하면 나한테도 크라스 소주잔이 막 돌아온다. 요리도 술 한 잔 들어가서 기가 승해야 잘 되는 것이다. 대가리는 미리 삶아서 푹 익혀야 맛이 나고 발은 살짝 삶아야 연하다. 조미료는 빼 버리고 고춧가루, 쪽파 굵직하게 썬 것, 마늘, 설탕, 간은 소금 간이라야 맛이 있는데 왜간장을 약간 쳐도 무난하다. 그러나 왜간장만으로 간을 해서는 안 된다. 초를 좀 많이 넣고 큰 양푼에 양념을 버무린 다음 여기에 삶은 쭈꾸미를 넣고 뒤적거려야 한다. 쭈꾸미 회는 뜨겁고 맵고 신 맛이 강해야 제 맛이 난다. 매운 맛이나 신 맛은 음식이 뜨거워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무친 것은 벌써 몇 점 집지 않아서 이마에 땀이 맺힌다. 알이 가득 찬 대가리는 입 안에 넣고 뜨거워서 씹지를 못하고 얼굴들이 벌겋다. (「변산바다 쭈구미 통신」 본문 140쪽) 글이 맛있다는 것이 이런 것일랑가. 박형진이 늘어놓는 철따라 해 먹었던 음식 이야기는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여 꼴까닥 침 삼키지 않을 재간이 없다. 칠남매의 막둥이로 어머니 치마꼬리 잡고 다니며 음식 만드는 구경을 많이 했다지만 그 자신이 음식 만들기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쓰지 못할 글이지 않겠는가. 씹을수록 쫄깃한 전라도 사투리맛 ‘시뿌장스러운’(마음에 차지 않아서 시들한), ‘알음짱하고’(눈치로 넌지시 알려 주고), ‘약꼽재기’(속이 좁고 약아빠진 사람), ‘달롱개’(달래), ‘나숭개’(냉이), ‘그중스러우니’(아주 걱정스러우니), ‘굴풋한’(배가 고픈 듯한), ‘뒷서두리하는’(뒤에서 서둘러 일 도와 주는) 같은 전라북도 하고도 변산 갯가 마을의 쫄깃한 사투리가 쏟아진다.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을 후루룩 넘겨보면 문장마다 쏟아지는 사투리 해설을 따로 달아 놓아서 사투리맛을 새기는 재미를 더해 준다. 고향 풍경이 빚어내는 달디단 추억의 맛 고향. 바다와 갯가에 끄러매 놓은 꽁댕잇배, 당산 나무와 바다를 향해 엎드린 야트막한 초가집, 내 키보다 더 큰 농어를 질질 끌고 오시던 아버지, 빨간 크레용을 입술에 찍어 바르던 이웃집 누님, 아이스 케키 장수 넘어오던 몬당(언덕), 큰 눈 지고 그치면 나서던 토끼몰이 …. 한 집의 아들이 군대에서 보낸 편지를 온 동네가 돌려 보던 시절, 대처에 돈 벌러 나간 어린 자식들 돌아오는 명절이면 고향집 불빛보다 먼저 풍물소리 달려와 가슴 어루만지던 시절의 고향 풍경이 때론 익살맞게, 때론 구슬프게 그려져 웃다가 울다가 하게 만드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