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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서문 넌 어디에 있니? 왜 그래야 했을까? 왜 하필이면 너에게 난 모든 것을 잊게 될까? 잘 지내고 있니? 나도 잘 지내고 싶어 어떻게 견뎌야 할까? 누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내겐 무엇이 필요하지? 지금의 나는 내가 맞나?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맺는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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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이후의 죽음에 대해, 아니 죽음과 함께하는 삶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쓴다. 절규하고 울고 때로는 절망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이 책을 쓴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서 이 책을 쓴다. 때로는 말로, 때로는 침묵으로 그들을 위로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이 책을 쓴다.
애도는 침묵하게 만든다. 당신과 당신의 동반자 모두 침묵을 깨기 위해서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어쩌면 당신이 느끼고 경험하는 상태를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동반자들에게 당신의 상태를 알 수 있도록 안내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왜 애도자들이 주변의 기대와 달리 행동하기도 하는지, 이 책이 설명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서문 중에서 저자는 이 책을 시작하며, 한국의 2014년을 잠식해버린 세월호 희생자들과 그들을 지켜보며 함께 아파했던 한국인들을 위해 진심어린 걱정과 위로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아침에 눈뜰 때마다 앞을 가로막고 선 ‘죽음’의 존재와 마주하더라도, 그 곁에 든든히 버티고 서 있는 ‘일상’의 삶을 절대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것이 어떤 심리학자의 조언보다 절절하게 와 닿는 것은, 각 단어 하나하나에 경험자로서 겪어온 아픈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앞서 경험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의 심장은 아주 크다는 것. 죽음과 고통, 두려움을 모두 품고 있다가 언젠가는 삶까지 다시 품을 정도로 인간의 심장은 크다. 커다란 심장은 처음에는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뛰고, 얼마 후에는 살면서 사랑하게 된 이들을 위해 뛰다, 마지막에는 우리 자신을 위해 뛴다. 언젠가 우리는 “나는 내 눈물과 절망과 희망과 용기를 사랑하며 나 자신을 사랑해. 나는 나야”라고 다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이 책이 당신의 삶과 동행하며 당신이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이 책을 통해, 그리고 당신만의 여정에서 겪게 될 모든 것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찾게 되었으면 좋겠다. ---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중에서 슬픔의 시간은 언젠가 끝난다 넌 지금 어디에 있니? ‘그는 우리의 기억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라는 애도 문구는 몹시 불편하다. 유가족에게 끊임없이 가족을 회상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마치 기억이 사라지면 가족과의 재회에 대한 모든 희망도 사라지는 것처럼 만든다. 가족이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나 때문이 아니므로, 남은 사람에게는 그들이 가 있는 곳에서 정말로 그 어느 때보다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왜 하필이면 너에게 겨우 22개월을 살다 간 딸 피니. ‘왜 하필이면 너였을까.’ 그럼 질문을 바꿔, 다른 아이가 죽었다면 더 나았을까? 공동체의 위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저자는, 점차 인간의 태생적인 운명, 즉 죽음과 소멸과 인생의 예측불가능성과 시간의 유한성을 깨닫게 되면서 자학과 원망을 거두기 시작한다.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란 없으며, 죽음에 있어 적절한 순간이란 것도 영원히 있을 수 없다. 나는 신에게 아무런 악의도 없다. 신은 내게 딸을 선물로 주었고, 이 사실은 그 선물을 너무도 빨리 데려가버린 사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 p.81 난 모든 것을 잊게 될까? 잊지 않기 위해 함께했던 과거를 재구성하는 일은 부질없다. 기억은 바람과 같은 것이어서 붙잡지 않아도 끊임없이 다시 돌아온다. 기억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망각 또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망각은 무의미한 것들이 주는 부담에서 해방시키고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끝난 건 아니다. 우리는 어떤 이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은 매일 내게 새로운 장면을 선사한다. 나의 영화, 나의 삶은 계속된다. 설령 세상이 멸망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경험이라고 해도 그 또한 머지않아 새로운 긍정적 교훈을 줄 수 있다. --- p.109 잘 지내고 있니? 그저 형식적인 안부와도 같은 이 말이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그렇다고도, 안 그렇다고도 말할 수 없는 말. 어떤 감정도 들어올 자리가 없는 빈 방, 세상의 시계와는 완전히 다른 시간으로 돌아가는 세계, 인생의 모든 세세한 사안들이 수백 배 크게 다가오는 나날들에 대한 묘사는 애도하는 사람을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위로해야 하는지를 우회적으로 알려준다. “벌써 잘 지낼 만한가요?” 이 질문이 가장 두려웠다. 사람들이 내게 거는 큰 기대를 알게 되고, 내 경험이 평범한 일상과 얼마나 다른지 깨닫게 해주는 말. 정말 화가 치밀었다. 아니, 나는 벌써 잘 지낼 만하지 않다. --- p.127 누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애도 상황에서 모든 도움과 격려와 위로의 말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하고 꼭 듣고 싶은 말은 “당신을 이해합니다”였다. 이 말은 감정의 소용돌이와 혼란 상황을 함께 겪으며 곁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세상 속에서 길을 잃었어도 다시 방향감각을 되찾고 제자리에 안착하도록 돕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울고 있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일로는 무엇이 있을까. 그저 지켜보는 것이다. 그리고 지지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어떻게 다루는지 가르쳐준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 우리처럼 애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애도자를 대해야 하는지를 대부분 다 경험을 통해 배웠다. 나는 지난 수년 동안 애도자들을 대하는 방법을 익혀왔다. 나는 상대방을 편안히 안심시키고 그의 언어를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함을 깨달았다. --- p.201 내겐 무엇이 필요하지? 삶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무너진 삶을 재건하는 방법을 미리 배워둔 사람은 없다. 극심한 감정 기복에 대응하는 친구들의 반응과 그로 인한 갈등, 현실적인 도움의 부재, 극단적인 생각과 판단이 부른 재정적 손실……. 결국 이 모든 것들을 원상복귀시킨 것은 시간이었다. 저자는 이 시기를 복기하며 어른이 된 이후 이때처럼 많은 것을 시도하고 경험하고 열심히 산 적은 없었노라고 고백한다.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은, 처음엔 물리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라는 뜻이었다. 그 다음에는 감정이 폭풍처럼 요동칠 때 안전하게 지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라는 뜻이 되었다. 책임을 지는 평범한 삶을 사는 지금 단계에서는 이제 다시 행복해지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그 누구도 대신 대답해줄 수 없다. 대답을 찾는 것은 우리 몫이다. --- p.227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애도의 끝에서 행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무슨 얘기가 더 필요할까? 저자는 분명 자신한다. 행복은 어딘가 먼 특정한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우리 안에서 언제든 발견해주기만을 기다려왔다고. 행복으로 가기까지는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애도는 우리의 머리와 가슴의 문을 열었다. 많은 두려움을 거둬가고, 의식하지 못하는 힘을 주었으며, 본질적인 것을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었다. 애도는 영혼의 옷장에 놓인 짐을 비워, 우리의 기억과 꿈과 가슴속의 사랑이 넉넉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나는 애도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자 지금까지도 가슴 깊이 간직해온, 삶을 확실히 가볍게 만들어주는 것은 이것이다. 행복에 관한 한, 최대한 빨리 다시 행복해지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 지금은 불행하더라도 나는 아주 소중한 사람이므로. 정말 그렇다. 최악의 경우 다시는 행복해지지 못한다 해도 내 삶은 매우 훌륭하게 남는다. --- p.255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다. 새로운 행복을 찾는 문제에 관해서라면 시간은 차고 넘친다. 슬픔의 시간은 언젠가 끝난다. 삶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다시 좋아질 수 있다. 삶이 이렇게 달라진 것은 누군가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죽음을 대하며 성장하고 우리 자신이 변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심리학은 분명 예리한 분석과 조언과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슬픔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라면, 그 과정에 이르는 길 곳곳에 얼마나 많은 가시와 상처가 존재하는지, 이면의 삶에는 얼마나 많은 신비와 교훈이 준비돼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충분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라면 내면 가장 깊숙한 곳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