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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초등 저학년은 여행을 기억 못 할까?
1부. 불·물·얼음의 학교, 아이슬란드 베테랑 ‘초딩’들의 여행 준비 아빠 없는 여행은 처음이지? 저비용 항공사 극한 체험 -4번 엔진 결함, 출발하지 않는 비행기 -사람만 실은 비행기, 짐 없는 도착 살아있는 화산을 향해 -남편의 버킷리스트를 위하여 -비현실적인 '환타 색' 용암이라니 여행으로 배우는 너그러움 물과 불의 얼굴을 한 골든서클 -분화구의 그릇, 마음의 그릇 - 케리드 -기다림의 기술, 하늘로 오르는 물 - 게이시르·스트로쿠르 -떨어지는 물의 심장, 굴포스 - “평생 볼 폭포는 다 보고 간다” 너희들의 첫 도미토리 여기 지구 맞아요? -여기 지구 맞아요? - 비크의 검은 모래 해변 -검은 모래 다음, 초록 이끼를 지나 - 비크 → 엘드흐뢰인 -변화를 원치 않는 스카프타펠 빙하 - 얼음 위를 긷는 법 다이아몬드가 더 이상 녹지 않길 닷새 만에 찾은 수하물 예상치 못한 복병, ‘냄새 도깨비’ 아쿠레이리를 떠나며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우리들의 블루라군 Epilogue 행복의 기억은 다음 여행을 부른다 2부. 여행 학교 보충수업 -독일·스페인 엄마는 지금, 왕드레킴 출장 중 빌링엔-슈베닝엔 빌링엔 벼룩시장 그로서리 마켓과 판트 친환경 도시 프라이부르크 국경을 넘는 하루 뻐꾸기시계 천국 트리베르크 바르셀로나, 가우디 선행학습 여행 피게레스, 조성진 대신 달리를 만난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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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터의 뜨끈한 바람이 실내를 메우자 졸음이 몰려왔다. 바깥은 여전히 환하다. 우리는 점점 조용해졌다. 내일은 골든서클, 폭포와 간헐천, 그리고 또 다른 지구의 얼굴. 오늘의 피로를 꺼내며 불을 끄는데, 마음속에 한 줄을 남겨본다.
“여행이 우리를 바꾸는 속도는, 우리가 견딜 수 있는 불편의 속도와 닮아있다.” --- p.40 밤이 깊어지자, 도미토리는 도미토리답게 조용해졌다. 공용 욕실에서 양치질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런 곳도 멋지다.” 그 말을 들으니, 오래전 정박한 유람선의 주방에서 손님을 위해 일하던 시간이 떠올랐다. 숙소도, 우리도, 그 성장 속도에 맞춰 변한다. “함께 자라는 시간, 그 시간은 우리 가족에게 가장 좋은 속도다.” --- p.58 마침내 첫 얼음. 아이젠을 꼭 눌러 끼우고, 간단한 발 디딤 연습을 했다. 발끝을 살짝 벌리고, 체중은 아래로. 미끄러질 것 같던 공포가 ‘철컥’ 이빨이 맞물리듯 단단한 감각으로 바뀐다. 아이도 나도, 그 순간 조금 더 용감해진다. 파란 물을 삼켜 얼음이 된 시간 위를 걷는 기분. 빙하는 우리에게 사실 또 하나의 학교였다. --- p.70 물 위를 따라 천천히 떠다니는데, 문득 어린 시절 집 근처 호텔 ‘유수풀’이 떠올랐다. 그곳 물결에 몸을 맡기고 온 가족이 빙글빙글 돌았던 오후. 여행은 그렇게 오래된 기억을 현재로 불러온다. 누군가에게는 세계 10대 스파, 또 누군가에게는 인생 사진 포인트. 그리고 우리에게는, 원주의 봄과 물, 얼음을 한 번에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의 파편 그릇이다. “어떤 사람들은 치유를 위해 왔고, 또 어떤 사람들은 즐거움을 위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깊은 경이로움을 가지고 떠났습니다.” --- p.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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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종이 울리기 전에, 가족은 길 위에서 먼저 배우기 시작한다
이 원고에서 가장 먼저 만났고, 읽는 동안 그 대답을 찾고 싶었던 익숙한 문장이 있다. “초등 저학년은 여행을 기억도 못 한다”라는 단정이다. 이 책은 그 문장을 ‘논리’가 아니라 ‘장면’으로 흔든다. 아이가 여행의 모든 순간을 또렷하게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그날의 냄새와 색, 온도를 품고 돌아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억은 외워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서로의 단서를 건네며 함께 완성해 가는 것임을 담담한 문체로 말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설득당해 문득 여행길에 오르고 싶어지는 마음만 남는다. 이 책은 흔히 기대하는 여행기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어디가 좋았는지, 무엇이 맛있었는지보다, 여행을 ‘또 하나의 학교’로 만드는 가족의 실천을 기록한다. 그 실천은 거창한 것은 없다. 짐 싸기 전날의 원칙부터 시작한다. “각자 가방은 각자 책임”이라는 말 아래, 아이는 무엇을 넣고 뺄지 판단하며 선택의 감각과 생활의 책임을 배운다. 길 위의 배움은 더 현실적이다. 저비용 항공사의 지연과 결항, 수하물 문제처럼 계획대로 되지 않는 하루 앞에서 아이들은 기다리는 법, 먹고 쉬며 회복하는 법, 상황을 기록하고 정리하며 해결로 나아가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학원에서는 가르치기 어려운 ‘버티기’와 ‘대응’이 실제 사건 속에서 몸에 붙는다. 아이슬란드의 자연은 이 책의 미학을 완성한다. 간헐천 앞에서 기다림은 실험이 되고, 분출 간격을 재고 가설을 세우는 과정에서 지식은 ‘문제집’으로부터가 아니라 ‘세계’에서 온다. 폭포 앞에서는 사진에 다 담기지 않는 압도가 몸으로 들어오고, 말이 줄어드는 경험 자체가 기억이 된다. 유황 냄새는 ‘냄새 도깨비’가 되어 아이의 언어로 만들어지고, 불편함을 이름 붙이며 통과하는 순간 여행은 감각과 감정의 근육을 키운다. 그리고 블루라군의 따뜻한 물 위에서 불·물·얼음의 경험은 조용히 마무리된다. 이어 계속되는 유럽의 이야기 또한 이름붙인 대로 방과후 학교인 것 마냥 부록처럼 여행의 깊이를 더해준다. 에필로그는 이 책이 왜 시리즈의 첫 권이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오로라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다음 여행의 이름을 부르고, 저자는 아이에게 책을 강요하기보다 직접 보고 겪는 경험이 아이를 자라게 한다는 믿음을 조심스럽게 내민다. 어느 날 아이의 학원 시간표 앞에서 숨이 막힌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학원만이 배움의 통로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책 안에 가득한, 가족이 함께 움직이며 배우는 구체적인 장면을 기억하며 “행복의 기억은 다음 여행을 부른다”는 문장에 문득 한 발을 떼어 여행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다. 책을 덮고 나면, 우리 가족의 ‘다음 수업’을 어디서 시작할지 한 번쯤 진지하게 새겨보게 될 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