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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돈의 나라
양장
황정일 저
생각의나무 200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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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 : 황정일
충북 괴산에서 태어났다. 대학을 졸업한 뒤 얼마간 신문가지로 살았다. 국문학을 전공하긴했으나, 브람스, 말러, 정명훈, 번스타인과 같은 음악가들 때문에 소설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장편소설 『신돈의 나라』를 내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10월 1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87쪽 | 510g | 153*224*20mm
ISBN13
9788984984882

책 속으로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난간을 붙잡고 강물을 바라보았다. 공주가 옆으로 오며 다그치듯 말하였다.
“전하, 편조 법사가 있지 않사옵니까.”
“법사라니요?”
무심결에 왕이 되물었다.
“편조 법사께서는 사사로운 욕심이 없으며 출신 또한 미천한지라, 조정에 아무런 파벌도 친당도 없사옵니다. 또 자신이나 일가붙이가 토지나 종을 수도 없이 거느린 부자도 아니옵니다. 법사야 말로 이세독립지인離世獨立之人이 아니옵니까. 편조 법사를 앞에 세워 나라의 큰일을 맡긴다면 남의 눈치를 보는 따위의 비겁함은 없을 것이옵니다.”

--- p.60

왕이 붓을 들며 말하였다.
“사부, 고려의 사직이 사부의 손에 달렸어요.”
말을 마치고 왕은 글씨를 써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법사는 고개를 들어 왕의 글씨를 건너다보았다. 그 순간, 법사는 화들짝 놀랐다. 왕이 쓰고 있는 것은 바로 서서誓書였다.

師救我 我救師 死生以之, 無惑人言 佛天證明.
(사부가 나를 구하고 내가 사부를 구하니, 생과 사를 같이 하리라. 남들이 무슨 말을 해도 현혹되지 않을 것이며, 이를 하늘과 부처가 증명하리라.)

묵의 짙고 환한 빛이 종이 위에서 법사의 눈으로 흘러들었다. 법사의 입에서 낮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끝 모를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 저 빛이 내 눈을 멀게 하는구나…… 저 붓이 내 목을 옥죄는구나…….

--- p.137

어둠과 습기가 뒤섞인 어느 날 복면을 한 자객이 침입하여 일순간에 군사들을 쓰러뜨리고 신돈의 방으로 숨어들었다.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던 신돈은 시퍼런 살기에 스르르 눈을 떴다. 보름달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 때마다 거대하고 우뚝한 죽음의 그림자가 흐르는 듯 천천히 다가왔다. 신돈은 그림자가 국문 때 보았던 천운이란 사내의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신돈의 마음은 출렁거렸다. 존멸의 기로에서 조금 더 차분하지 못했던 자신을 후회하였다. 자객이 칼을 높이 쳐들자 등골이 오싹하며 식은땀이 났다. 공포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신돈의 마지막 목소리는 잘 갈린 칼에 토막 나 방바닥에 나뒹굴었다.

--- p.254~255

줄거리

홍건적의 기습으로 나라가 어수선한 틈을 노려 김용과 최유는 공민왕을 시해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충신 안도치로 인해 공민왕은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고, 이후 고려는 빠르게 안정세를 찾는다. 원나라 공주인 노국공주를 혼인해 누구 못지않게 금슬을 자랑했던 공민왕과 노국공주는 결혼 13년 만에 첫 아이를 갖지만 난산으로 공주와 아이는 사망한다. 공주의 사망으로 정신병 증세까지 보이는 공민왕은 신돈을 자신의 사부로 삼아 국정 운영의 전권을 준다. 공민왕은 공주의 능을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신돈은 본격적인 개혁 정치를 시작한다. 그는 권문세가와 탐관오리를 색출하고, 권문세가의 대들보인 최영을 좌천시킨다. 또한 가난한 백성을 위해 전제를 개혁하고, 신분제도까지 개혁해 백성들의 성인으로 추앙받는다. 신돈은 자신의 개혁 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서경 천도를 주장하지만 이로 인해 공민왕과 소원해지며, 권문세가의 음해에 눌려 유배당하고, 결국 권문세가의 손에 의해 암살당한다. 공민왕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자제위子弟衛를 만들어 어린 사내들을 말벗으로 삼지만 익비와 간통한 홍륜과 내관 최만생의 모의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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