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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Reflect. 흩어진 날들과 1부 Rewind: 그날, 우리는 어린 날의 안식처 모든 것이 용서되는 나만의 공간 우리는 즐겁게 한 뼘씩 성장해갔다 김치와 라면, 그리고 수육 저희가 모셔다 드릴게요 주름진 언니들의 설렘 가득한 웃음꽃 이모가 되어줄게 소울푸드 비가 많이 오는 오늘 2부 Release: 오늘, 이만하길 참 다행이다 장독대와 봉숭아꽃들 너를 안 데리고 왔으면 어쩔 뻔했니 우찌 그리 큰 결심을 하셨소 더없이 귀중한 시간 제가 택배 보낸 사람입니다 아들과 엄마, 엄마와 아들 여름놀이 이 음악을 틀어줘 할배, 어제보다 쪼매 나아졌어요? 이만하기 참 다행이다, 고맙다 예쁘다, 예쁘다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싶다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위로 마지막으로 자신 있는 동작 하나를 보여주세요 3부 Renew: 그래, 다 잘 될거야 너는 아주 귀한 아이란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도를 아십니까? 이번이 마지막이지? 내면으로의 여행 평생 무료 숙박권을 줄게요 올 한 해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한 번이 바로 네가 성장하는 순간이야 가슴 뛰는 일 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거니?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야 결코 쉽지 않은 길 내 삶의 일부 마음먹은 일은 다 이룰 수 있을 거예요 에필로그 Rewrite. 다시 사랑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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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두려움과 외로움이 사라진 자리에 사랑이 들어와 있었다. 그제야 나는 살아간다는 것이 때로는 행복이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수많은 일상들 중, 어떤 장면은 그대로 박제해 두고 싶을 만큼 소중해졌다.
--- p.5 몸은 이제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아직도 그 시절의 아이로 남아 있다. 세상살이에 지치거나 외로움, 두려움을 느낄 때면 자주 그 시절로 돌아가곤 한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하얗게 쌓인 눈 위로 내려앉은 달빛이다. 그다음은 닭장 안에서 나를 노려보던 수탉의 붉은 눈, 그리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가을의 황금빛 물결, 깡통에서 피어오르는 불빛들. 그 모든 기억이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안식처가 되어 준다. --- p.16 이렇게 우리는 함께 추억을 쌓고, 서로를 알아갔지만 해가 갈수록 정겨운 얼굴들이 하나둘씩 요양원으로, 하늘나라로 떠나가셨다. 매번 버스에 오르며 “다 오셨지요?”라고 확인할 때마다 나는 혼자 울컥했다. 떠나간 얼굴이 그리웠고, 이번 여행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어르신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주름진 언니들의 설렘 가득한 웃음꽃이 벌써부터 그립다. --- p.49 장독대 한 모퉁이에는 붉은 봉숭아꽃을 심었다. 돌담 아래 장독대, 그 옆에 피어난 봉숭아꽃들. 드디어 나만의 장독대가 완성되었다. 할머니의 삶과 손길이 배어 있던 그 장독대가 이제 나와 함께 시간을 이어가며, 나의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 --- p.75 우리는 까미가 뒷발로 걷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앞발이라도 튼튼해져서 제 수명대로 살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까미가 뒷발로 땅을 딛고 서서 앞발로 작은 돌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눈앞에 기적이 펼쳐진 것이다.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분명 까미였다. --- p.80 “내 장례식에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하나 골라보려고.” --- p.110 웃을 일이 많지 않은 날들이 대부분이지만, 오늘처럼 많이 웃는 날도 있다. 힘들고 무미건조한 날들이 이어진다고만 생각했는데, 과연 기억할 만한 순간들이 없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감동을 받고 기뻤던 순간들이 의외로 많았다. --- p.119 고양이의 이름은 ‘나비’였다. 물론 동네 고양이들의 이름도 모두 나비였지만, 이 나비는 나만의 나비였다. 속상한 일이나 고민을 털어놓을 때면 나비는 지긋이 눈을 감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러면 마음속 불안과 걱정이 풀리고, 문제의 해결책도 자연스레 떠올랐다. --- p.135 세 살이 되던 겨울, 아빠 품에 안겨 할아버지와 할머니 댁에 오게 되었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차가운 공기는 내게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 두려움은 방 모서리에 웅크려 앉아 할머니에게 소리를 지르는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참을성 있는 분이셨다. 내가 익숙해질 때까지 멀찍이 떨어져 앉아 콩을 고르고 팥을 고르며 기다리셨다. --- p.144 아홉 살 이후로 생일상은 받지 못했지만 나는 할머니가 차려주신 그 팔각 소반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너는 귀한 아이란다”라는 말이 내 마음 깊숙이 새겨져 있다. 그 말은 내가 절망 속에 있을 때마다 동아줄처럼 나를 붙잡아 주었다. 힘을 내야 할 때면, 나는 갓 지은 밥과 구운 조기를 내 밥상에 올린다. 그 밥을 먹고 나면 정말로 힘이 난다. 그리고 힘이 필요한 지인이 있으면 집으로 초대해 따뜻한 밥을 먹인다. 그 밥상이 그에게도 힘이 되기를, 나는 진심으로 기도한다. --- p.147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의지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이룬 성취였다.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그때의 나는 꽤 괜찮은 아이였다. 노력할 줄 알고, 포기하지 않으며, 대범하기까지 했던 나 자신이 대견하다. 요즘 여러모로 의기소침해진 나에게, 그때의 용기와 열정을 다시 불러오고 싶다. --- p.152 ‘이건 누가 가져다준 거고, 저건 또 누구 덕분에 쓰는 거고.’ 물건과 함께 그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 집은 그렇게 많은 사람의 마음이 담긴 집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모두가 편안해하고 좋아한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소중한, 우리만의 집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 p.163 모두 뻔한 형편이니 더 가슴이 저렸다. 그 마음을 거절할 수 없었다. “내가 해줄 건 없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우리 집에서 자고 갈 수 있는 평생 무료 숙박권을 줄게요.” 담담히 말했지만 눈물이 솟구쳤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갚고, 또 다른 이들에게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기다려온 전기 가마가 마침내 한 달 만에 들어왔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 p.175 집에 돌아와 정성스럽게 싼 그림을 풀고, 아이를 품에 안은 듯 안고 울었다. 마치 그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그동안 가슴 깊숙이 묻어두었던 응어리가 그림 하나로 이렇게 풀어질 줄은 몰랐다. --- p.196 아빠의 첫 기일이 지나고 나서야 가족이 모두 모일 수 있는 날을 정해 가마에 불을 지폈다. 아빠가 그 자리에 계셨다면 얼마나 뿌듯해하셨을까. 저 위쪽에서 망치질을 하시던 아빠가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 p.213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크게 불안해하지 않았다. 곧 또 다른 빛들이 나를 찾아올 것임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대로, 내 삶을 밝혀줄 사람들이 하나둘 내 곁에 다가왔다. 그들의 따뜻한 온기 덕분에 나는 오늘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내 곁을 밝혀준 모든 이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 p.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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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시간을 건너, 다시 나에게로
어떤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흩어진 시간을 지나왔다고 믿지만, 그 시간은 우리 안에 남아 지금의 얼굴을 만든다. 이해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 날들, 말로 붙잡지 못했던 감정들은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서서히 삶의 방향을 틀어 놓는다. 어떤 날들은 끝났다고 생각해도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저녁 무렵 창밖의 빛, 오래된 노래의 한 구절, 이유없이 마음을 건드리는 냄새 같은 것들. 그날은 다른 모양으로 남아 지금의 하루와 겹쳐진다. 책의 첫 장면에서 어린 화자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시골집에 남겨진다. 눈이 하얗게 쌓인 밤, 붉은 눈을 번뜩이던 수탉, 그리고 혼자 남겨졌다는 감각. 그 장면은 이후의 삶 전체를 받치고 있는 정서의 원형으로 남는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여전히 나만의 시공간으로 존재한다. 이 책에서 기억은 과거에 속한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루는 구조에 가깝다. Rewind-그날, 우리는 그날의 우리는 서툴렀고, 무엇이 중요한지 잘 알지 못했다. 그때는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다른 표정이 보인다. 저자는 판단하지 않고, 덮지 않고, 그대로 과거의 시간을 바라본다. 서둘러 기억을 붙들려 애쓰기보다, 한 발 멈춰 선다. 멈춘 자리에서 흩어져 있던 장면들을 가만히 그러쥔다. 바쁘게 살아내느라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글을 쓰는 동안 조금씩 윤곽을 드러낸다. 사라진 줄 알았던 시간은 멀리 있지 않았다. 다만 다른 빛 아래 놓여 있었을 뿐이다. 과거는 낡은 상처가 아니라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깊은 층위의 시간으로 읽힌다. 우리는 그 시간 위에 서 있다. Release-오늘, 이만하길 참 다행이다 “오늘, 이만하길 참 다행이다.” 다만 여기까지 온 우리, 때로 어긋난 선택과 망설임,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까지 모두 지나 이 자리에 닿았다는 사실. 놓아준다는 것은 잊는 일이 아니라, 더 이상 마음을 움켜쥐지 않는 일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이어지는 삶 속에서 우리는 매번 조금씩 달라진다. 앞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일보다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시간들과 함께 존재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Renew-그래, 다 잘 될거야 “그래, 다 잘 될거야.” 지나온 날들에 대한 작은 신뢰는 오늘의 나를 응원하는 가장 큰 힘이다. 지나온 시간을 따라 글을 쓰는 동안 한 가지가 또렷해진다. 오래 남아 있던 마음은 모양을 바꾸며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다는 걸. 어쩌면 사랑이라 불러도 좋을, 시간을 건너는 감정들. 『다시 쓰는 마음』은 시간을 통과하며 소멸하지 않고, 오히려 깊어진 나를 차분히 바라보는 기록이다. 과거를 통과하지 않은 낙관은 공허하지만, 이미 견뎌낸 시간 위에서만 가능한 신뢰는 단단하다. 이 책이 보여주는 희망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한 사람이 자신의 시간으로 돌아가, 그 안에서 다시 살아가기 시작하는 기록이다. Rewrite-다시 사랑으로 ‘다시 쓰는’ 마음에는 오랜 밤이 들어 있다. 혼자 견뎌야 했던 시간을 지나 오늘에 도착하는 말들이 모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다시 쓰는’ 마음에는 지나온 시간을 삶의 바깥에 두지 않는 태도가 스며있다. 더 이상 시간을 밀어내지 않는다. 저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단둘이 올라간 낚시터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 둘이 나누어 먹던 그 라면의 맛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작가는 그것을, 아버지의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드는 맛이었다고 썼다. ‘다시 쓰는’ 그 순간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삶을 지탱하는 하나의 온도로 남는다. 삶의 어떤 순간들은, 하나의 문장을 기다리며 오래 남아 있다 『다시 쓰는 마음』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잊었다고 생각했던 장면이 불쑥 현재의 마음과 맞닿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는 비로소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시간을 다시 바라볼 틈을 얻는다. 겹겹이 쌓이며, 천천히 나만의 형태를 갖춰온 결들을 매만진다. 한 문장 안에 담긴 시간의 진실을 느껴본다. 지금까지 한 사람을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온 단단한 마음을 응시한다. ‘다시 쓰는’ 삶은 이전보다 한층 더 분명해진다. 이해는 결국 사랑에 닿는다. |